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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법률 가이드] 계엄을 이유로 채무불이행 책임에서 보호받을 수 있을까?

 

장창수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 changsue.jang@dlglaw.co.kr | 2024.12.17 17:47:30
[프라임경제] 계엄선포·해제는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 결과로 경제적 충격이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스타트업 업계도 거대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대통령이 선포하는 비상조치이다(헌법 제77조). 

계엄이 선포되면 군사력이 행정권과 사법권의 일부 또는 전부를 통제하게 되고, 당연히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계엄이 선포되면 기업 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직접적으로는 영업시간 제한, 인터넷 및 통신 서비스 제한, 물류 이동 제한, 집회 및 모임 제한으로 인한 사업 활동이 제약될 수 있고, 간접적으로는 투자 유치의 어려움, 신규사업 개시 및 확장이 제한될 수 있다.

특히, 계엄 선포로 기업이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 기업이 채무불이행 책임에 대해서 보호받을 수 있을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경제계에서 사용되는 다수의 계약서는 소위 '불가항력(Force Majure)'을 대략적으로라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법령이 '불가항력'이라는 용어를 여러 곳에서 사용함에도 그 의미를 정의하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행정심판법 등이 '천재지변, 전쟁, 사변, 그 밖의 불가항력'과 같이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대법원은 불가항력의 요건으로 (1) 원인이 당사자의 지배영역 밖에서 발생할 것 (2)통상의 수단으로도 예상이나 방지가 불가능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다15940, 15957 판결).

법령에 따르면,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의 채무가 당사자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하지 못하고(민법 제537조), 채무자의 과실없이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민법 제390조 단서). 

불가항력은 그 정의상 당사자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에 해당하고, 채무자의 과실 또한 인정되지 않는 경우이다. 따라서 불가항력이 인정된다면 귀책사유가 없다고 할 수 있고 당사자는 계약 이행 의무를 면하거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다. 

따라서 실무적으로 불가항력은 무과실보다 좁은 개념이다. 예컨대, 당사자 간 계약서상 어느 일방에 귀책사유가 없더라도(무과실) 계약 위반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기로 정한 경우라 하더라도, 불가항력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면책이 될 수 있다.

불가항력은 채무자의 계약 위반으로 인한 책임을 면제하고 그로 인한 손해를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셈이 되므로, 법원은 불가항력의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심사해왔다. 현재까지 판례에 비춰 보면 법원이 불가항력을 이유로 계약책임을 면제해 준 사례는 극히 드물다.

법원은 리비아 내전으로 인한 여권사용 제한국 지정(서울중앙지방법원 2018.7.6.선고2017가합545837판결), 100년발생 빈도의 강우량을 기준으로 책정된 계획 홍수위를 초과해 600년 또는 1000년발생 빈도의 강우량이 발생한 경우(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1다 48057판결)에는 불가항력을 인정한 바 있다. 또 단순 폭우(대법원 1982. 8. 24. 선고 82다카348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2. 19. 선고 2012가단125941 판결 등), 메르스 등 전염병으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제주지방법원 2016. 7. 21. 선고 2016가합192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6. 16. 선고 2009가합145966 판결 등), IMF 사태로 인한 자재수급 차질(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1386 판결) 등에서는 불가항력으로 인한 책임 면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현실적으로 계약 당사자들이 불가항력을 주장해 채무불이행 책임으로부터의 면책을 기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당사자 간에 특정 사유를 불가항력 사유로 인정하겠다는 구체적인 합의가 있었을 경우에는 불가항력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예컨대, 근래 Covid-19 사태와 같은 전염병 사태는 불가항력 사유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가, 불가항력으로 보기로 하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계약서에 포함하는 사례가 발견되기도 한다.

이 점에 비추어 볼 때, 금번 계엄 선포와 같은 사유도 불가항력에 기재하는 것 역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번 계엄 선포가 반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또 희망하지만.

 장창수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前 EY한영회계법인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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