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해 백화점 업계는 고물가와 경기 침체 등으로 업황 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에도 대규모 리뉴얼을 통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의 진화를 추구했다. '백화점' 이름을 떼고, 오프라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경험과 가치 제공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대규모 리뉴얼 진행...간판 새단장
백화점 업계의 올해 최대 화두는 '리뉴얼'이었다. 특히 업계는 '백화점' 이름을 떼고, 새로운 간판을 내걸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8월 경기점 이름을 '신세계 사우스시티'로 바꿨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에 있는 사우스시티는 2007년 3월 개점 당시에는 '신세계백화점 죽전점'이었다. 2009년 10월 경기점으로 변경했다가 재단장을 마치면서 이름을 바꿨다.
특히 '사우스시티'라는 명칭은 경기 지역 거점 점포에서 수도권 남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또 명칭에서 '백화점'과 'OO점'이라는 표현을 제외해 '신세계' 브랜드를 강조하고 고객에게 점포별 차별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백화점(069960)은 지난 9월6일 부산점을 새로 단장해 재개장하며 '커넥트현대'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1995년 개장한 이후 29년 만이다.
부산 동구 범일동에 있는 커넥트현대는 2000년대 초반까지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인기몰이했지만 범일동 상권이 쇠락하고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잇따라 부산에 진출하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지난 7월 영업을 잠정 중단하고 복합쇼핑몰로 재단장했다.
앞서 현대백화점이 지난 2021년 개장한 '더현대 서울'도 처음으로 백화점 이름을 떼어낸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더현대 서울은 기존 백화점과 달리 체험형 콘텐츠와 다양한 즐길거리로 매장을 채워 새로운 복합쇼핑 공간을 제시해 실적 호조를 이뤘다.
롯데백화점도 지난 5월 수원점 이름을 개장 10년 만에 '타임빌라스 수원'으로 변경하며 인근의 스타필드 수원과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아예 '롯데'라는 이름을 떼어버린 것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점포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 이후 처음 선보인 점포로 약 1000억원을 투입해 1년 동안 대대적으로 점포 리뉴얼을 진행했다.
◆디지털 전환 속도...새로운 쇼핑 경험 제공
백화점업계는 대규모 리뉴얼을 통해 복합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오프라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 라운지와 예술 전시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문화센터를 재정비해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고객 충성도를 높였다.
롯데백화점은 지역 특성을 반영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잇달아 선보이며 새로운 고객층을 유치하는 데 주력했다. 서울 소공동 본점에서는 지역 명소와 연계한 이벤트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고금리, 재개발 비용 상승 부담으로 신규점 개발이 어려워진 반면 리뉴얼에 따른 집객 효과가 확인된 것이 리뉴얼 바람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백화점 업계는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내며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했다. 현대백화점은 AI 기반 쇼핑 도우미와 스마트 매장을 도입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쇼핑 환경을 강화했다.
롯데백화점은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프로모션과 AR/VR 기술을 활용한 가상 쇼핑 서비스를 선보이며 디지털 쇼핑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쓱닷컴'과 연계를 통해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과 백화점의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결합한 전략을 강화했다.
◆연매출 3조 '메가' 점포 탄생...중소형 점포들은 부진
서울 강남점, 여의도 더현대 서울과 같은 대형 점포는 지속적인 투자와 차별화된 경험 제공을 통해 매출 상승을 기록했다. 반면, 지방 중소형 점포들은 경기 침체와 인구 감소 등으로 매출 부진이 심화됐다. 지방 소비 위축은 백화점 업계 전반에 걸쳐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달 28일 기준 올해 누적 매출(거래액) 3조원을 넘어섰다.
작년 국내 백화점 점포 최초로 '3조 클럽'에 입성했던 지난해보다 시기를 한 달여 앞당긴 것으로 전국 신세계백화점 점포 중 가장 높은 8.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2조7000억 원대 거래액을 올린 롯데 잠실점은 올해 처음 매출 3조원을 넘을 것으로 확실시된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매출 상위 3개 점포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56%에 이른다. 가장 비중이 두드러진 곳은 신세계백화점으로 상위 3개 점포(강남·부산 센텀시티·대구점) 매출이 13개 점포 전체 매출의 55.4%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은 31개 점포 중 잠실·본점·부산본점 등 3개 점포 매출이 45.1%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은 16개 점포 중 상위 3개 점포(판교·무역·본점) 매출이 43.5%였다. 장사가 잘 되는 점포 3곳의 매출이 전체 회사 매출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셈이다.
다만, 중소형 점포들은 부진이 이어지며 폐점이나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누적된 경영난으로 폐점 후 3년째 매수자를 찾지 못해 올해 8월 공개 매각에 이른 대구백화점이 대표적 사례다.
올해 6월 매출 전국 꼴찌였던 마산점을 폐점한 롯데백화점은 최근 매출 하위권 점포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도 내년 6월 폐점을 앞두고 있다.
김인호 비즈니스인사이트 부회장은 내년 백화점 업계는 수도권과 지방의 비대칭화가 심해지면서 백화점 상권의 양극화가 더욱 가속화되리라 전망했다. 특히 빅3(롯데·신세계·현대)가 경쟁에서 뒤처진 상위 20위권 밖의 점포에 대해 활성화와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면서 내년이 2000년초 1차에 이어 2차 구조재편의 원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통 환경 변화...2025년 새로운 도약 준비
2024년 하반기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유통 업계 전반에 큰 충격을 줬다. 이동 제한과 물류망 단절로 인해 고객 방문이 감소했으며, 일부 점포는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임시 휴점에 들어가야 했다.
백화점 업계는 계엄령 상황에서도 명품과 필수품 판매를 강화하며 타격을 최소화했지만, 고객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비명품 부문의 매출 하락이 불가피했다. 특히, 계엄령으로 인한 배송망 혼란은 온라인 채널을 통한 판매 강화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백화점 업계는 2024년의 위기와 교훈을 바탕으로 2025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2025년에도 명품 시장은 백화점 매출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의 독점 계약 확대,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충성 고객층을 공고히 할 전망이다.
또한, 계엄령 사태는 오프라인 중심 백화점의 한계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업계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가상 쇼핑(AR/VR)과 라이브 커머스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외 진출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의 명품 수요를 겨냥한 신규 점포 개설과 해외 현지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