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는 하이브 최고 홍보 책임자와 홍보실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지난 26일 용산 경찰서에 고발했다.
민 전 대표 측은 "이들은 하이브의 쉐어드 서비스 PR 조직 소속으로 어도어로부터 수수료를 받으며 뉴진스를 홍보해야 할 업무상 지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책무를 다하기는커녕 그 성과를 축소하는 등 어도어와 뉴진스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했다"라고 주장했다.
쉐어드 서비스는 기업의 여러 사업 조직에 각각 존재하던 경영지원 부문(인사, 재무, IT, 법무 등)과 같이 개별 기업의 특수성이 낮은 직무들을 하나의 서비스로 묶어 공통적이고 표준화된 업무의 형태로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다수의 계열사를 두고 있는 기업의 경우 여러 계열사에 표준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업무를 쉐어드 서비스로 통합하여 제공함으로써 인건비 등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이브 역시 산하에 여러 레이블사를 두고 있는 형태였으므로 모회사인 하이브에서 자회사인 레이블사들을 대상으로 쉐어드 서비스를 제공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어도어 역시 하이브에게 쉐어드 서비스 이용 수수료를 지급하고 홍보 업무를 위탁해 왔던 것으로 보이는 데 민 전 대표 측이 하이브의 쉐어드 서비스 중 홍보 업무를 담당하는 자들을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한 것이다.
형법상 업무상 배임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업무상의 임무를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업무상 배임죄가 인정되는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취득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1) 행위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여야 하고 (2) 행위자가 업무상의 임무를 위배하는 행위를 해야 했으며 (3) 그 행위로 인하여 행위자가 재산상의 이익을 직접 취득하거나 자신이 아닌 제3자가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여야 하고 (4) 이에 따라 행위자가 사무를 처리해 주고 있던 자(법률 조항에서는 이를 '본인'이라고 한다)에게 손해가 발생해야 한다.
하이브와 어도어 사례로 돌아가 보자. 하이브 최고 홍보 책임자와 홍보실장은 하이브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하이브가 어도어와 체결한 쉐어드 서비스 제공 관련 계약에 따라 어도어 소속 가수들의 홍보 업무를 담당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이브의 최고 홍보 책임자와 홍보실장에게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되는지는 그들이 업계 관계자와의 전화 통화 등에서 뉴진스의 성과를 축소해 표현한 행위로 인하여 자신들이 직접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거나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는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하이브의 최고 홍보 책임자와 홍보실장이 뉴진스의 성과를 축소하여 표현함으로써 하이브 또는 민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자들로부터 금전적 이익을 얻었다면 이는 당연히 행위자들이 직접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그러한 구체적인 혐의가 있는지 알려진 바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하이브의 최고 홍보 책임자와 홍보실장이 하이브로부터 성과급 등을 지급받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뉴진스의 성과를 축소하여 표현한 것에 대한 대가인지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결국은 하이브의 최고 홍보 책임자와 홍보실장이 뉴진스의 성과를 축소하여 표현한 것으로 인하여 제3자가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했는지가 문제 된다.
여기서 제3자가 누구인지는 하이브의 최고 홍보 책임자와 홍보실장이 누구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형법 조문에서 말하는 '제3자'는 행위자와 행위자가 처리하던 사무의 주인을 제외한 자를 말하기 때문이다.
다만 하이브의 최고 홍보 책임자와 홍보실장이 처리하고 있었던 사무의 주인, 다시 말해 '본인'이 하이브이든 어도어이든 그들이 뉴진스의 성과를 축소해 표현한 행위가 누구에게도 재산상 이익을 주지 못한 점은 비교적 명백하다.
뉴진스의 성과를 축소하여 표현함으로써 대외적으로 뉴진스 및 어도어의 가치가 저평가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결국 어도어, 어도어의 주주인 하이브 및 민 전 대표 모두에게 재산상 이익은커녕 오히려 주가 하락 등 손실을 야기할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혹자는 하이브의 최고 홍보 책임자와 홍보실장의 행위로 인하여 하이브 산하 타 레이블사 및 그 소속 걸그룹이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으나, 법률적으로는 해당 레이블사가 재산상 이익을 얻었는지 입증하기도 어렵거니와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하이브의 최고 홍보 책임자와 홍보실장이 뉴진스의 성과를 축소하여 표현한 행위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고발은 단순히 하이브 임직원들이 업무상 배임으로 처벌되는지의 문제가 아니다. 본질은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갈등이고, 이는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유형의 갈등이다.
기술력은 가졌지만 자금이 충분치 않은 사람과 기술력은 없지만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이 충분한 사람이 만나 스타트업을 동반 창업한 후 해당 기업이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기술을 가진 사람과 자금을 가진 사람 사이에 서로 갈등이 벌어지는 상황과 같다.
스타트업 자문 변호사로서 필자가 접한 대부분의 경우에는 기술력을 가진 사람이 회사를 빼앗기는 경우가 많았다. 창업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대표님들 중에는 스타트업 진출 초기에 동업자에게 회사를 여러 번 빼앗기면서 계약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체험했다는 분들도 많았다.
그분들은 회사를 빼앗긴 후 시쳇말로 자신들이 '졌다'라고 생각하지만 길게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해당 회사에는 더 이상 기술을 가진 자, 다시 말해 회사의 성장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인력이 없기 때문에 기업의 존속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지는 경우도 많다.
바로 어제 뉴진스는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갈등에서 과연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일까? 이 사태가 기술을 가진 사람과 자금을 가진 사람 모두 서로의 공로를 인정하고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최적의 방법인 이유를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박정현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 미국 Swarthmore 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