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한국은행
[프라임경제]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반도체 경기와 트럼프 귀환에 따른 보호 무역 강화 우려에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제시했다. 특히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대응으로 글로벌 무역 갈등이 격화될 경우 내년 성장률이 1.7%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28일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을 기존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2026년 전망치는 이보다 낮은 1.8%로 예상했다. 올해 전망치는 기존 2.4%에서 2.2%로 낮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각각 2.2%와 1.9%로 지난 8월 전망치 2.4%와 2.1%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출 증가세가 주력 업종의 경쟁 심화, 보호무역주의로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은이 제시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국내외 기관 전망치보다 낮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는 2.2%에서 2.0%로 낮췄다.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도 내년 우리 경제가 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재화수출 증가율이 올해 6.3%에서 내년 1.5%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화수출이 빠르게 증가해 금액 기준 수출이 역대 최대 수준을 달성하고 있지만 앞으로 증가율은 올해만 못할 것이란 예측이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재화수출은 AI(인공지능) 선도 기업들이 큰 폭의 인프라 투자를 이어가는 데 힘입어 고성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그러나 중국의 반도체·화학제품·철강 공급 확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등이 우리 수출 증가를 제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민간소비는 완만한 회복흐름을 전망했다. 물가안정세와 명목임금 상승에 따른 실질 소비여력 확충, 금융여건 등이 민간소비 회복을 이끌 것으로 본 것이다.
다만 높은 원리금 상환부담, 취약계층 소비여력 개선 지연, 일부 대기업의 고용 관련 불확실성 증대 등이 제약요인으로 작용하며 내년 민간소비가 올해 대비 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투자는 그간의 수주·착공 위축 영향으로 올해(-1.3%)에 이어 내년(-1.3%)에도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투자는 내년에도 증가세를 이어가 올해보다 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외에도 한은은 글로벌 무역갈등, 지정학적 갈등과 관련한 시나리오 분석 결과도 제시했다.
우선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에 이에 대한 중국 등 주요국의 대응으로 글로벌 무역갈등이 격화할 경우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이 1.7%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교역이 급격히 위축되고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갈등과 관련해선 낙관적, 비관적 시나리오를 모두 내놓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지역 분쟁 등 주요 지정학적 리스크가 예상보다 빠르게 완화될 경우 내년 경제성장률이 2.1%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로 러우 전쟁이 장기화하고 이란 강경책에 대한 반발로 중동 갈등이 심화하면 내년 성장률이 1.8%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한편,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 전망치는 상향 조정했다. 올해 경상수지 규모는 기존 전망보다 170억달러 증가한 900억달러(상품수지 955억달러, 139억달러 상향 조정)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경상수지 전망치 역시 180억달러 증액한 800억달러(상품수지 876억달러, 75억달러 상향 조정)로 조정했다. 2026년 경상수지는 750억달러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