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1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오는 28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으로 촉발된 강달러 기조와 치솟는 원달러 환율, 급증하는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추가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7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25%p(포인트) 인하하며 기준금리를 4.50~4.75%로 낮췄다.
이는 지난 9월 '빅컷'(0.5%p 인하)에 이어 두 달 연속 금리 인하 조치다. 이로 인해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는 상단 기준 1.5%p로 좁혀졌다.
금리차가 줄어들면서 한은도 추가 금리 인하를 검토할 여지는 생겼다. 하지만, 최근의 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이 강달러 유지와 대규모 관세 부과, 확장적 재정지출을 골자로 하고 있어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중국 관세 부과나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 등은 경기 과열 및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연준이 추가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정하거나 동결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은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현재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넘나들며 국내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물가 상승이 우려되며 외환시장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한다면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이에 대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발언에서 "환율 수준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며 외환시장 안정성이 금리 결정의 주요 고려 요소로 부각되었음을 시사했다.
가계부채 문제도 한은의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10월 금융권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약 6조1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3조9000억원 늘었으며, 나머지 2조2000억원은 제2금융권에서 증가했다.
이는 대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대출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추가 금리 인하는 가계부채 리스크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같이 대내외 경제 상황을 종합할 때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 1분기 이후로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외환시장 변동성과 가계부채 우려가 지속되는 한 한은은 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내년 초까지 경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한 후 추가적인 정책 조정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 이후 경기 하강 우려가 더 구체화되거나,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가 명확해질 경우 한은도 금리 인하에 나설 여지가 있다"며 "환율 안정과 대내외 경제 여건 변화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는 금리 인하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집값이 안정되고 있는 추세이기에 기준 금리를 추가로 인하해야 한다"며 "미국이 기준 금리를 크게 내린 만큼, 한은도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 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계부채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연체율은 0.53%에 불과하다"며 "가계부채를 이유로 지나치게 금리 인하를 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