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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AIG, 위기설 '띠링띠링' 냉가슴

법적 보장망 설명에도 고객 냉담에 고용안정성 우려까지

조윤미 기자 | bongbong@newsprime.co.kr | 2008.10.09 08:38:31
“고객님, 지금 가입하고 계신 AIG의 ooo상품을 xxx상품으로 전환 가입하시면 월 o원 추가 납입으로 oooo, xxx, **** 등의 혜택을 추가로 누리실 수 있고요...”
“지금 들어 있는 보험도 해지하고 싶은데요. 요즈음 미국 AIG 본사 위험하다면서요”
“고객님 저희 AIG는 절대로 안전하구요”
AIG 생명보험 가입자인 직장인 C 씨(26)는 최근 콜센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렇잖아도 경제난을 장식하는 AIG 사태로 신경 쓰이던 상황에 C 씨는 불안한 마음을 보험사 콜센터 직원에게 물어 봤지만, 콜센터 직원은 절대 안전을 강조하면서 다른 상품 가입을 요청했다.
가입한지 1년여 만에 처음 받는 전화가 절대 안전, 부도위험 없음이라니 C 씨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더욱이 새로운 상품 가입을 독려하는 끈질긴 직원의 태도에 절실함마저 묻어나 C 씨는 오히려 더 불안감이 커져 갔다. “이 회사 정말 어려운 것 아냐?”

“띠링띠링”하는 귀에 꽂히는 광고로 친숙한 AIG생명. 세계 최대 금융사 AIG가 우리나라에 진출 지사를 설립한 것은 1987년, 그간 탄탄한 자산상황으로 호평을 받아왔던 이 회사가 최근 절박하게 전화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두 번의 세월이 바뀌기 전 한국에 진출한 이래 승승장구해 온 한국 AIG생명은 최근 ‘친정’ 때문에 냉가슴을 앓으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 전례없는 상황은 왜 일어나고 있을까?

   
  <사진=이상휘 AIG생명 사장>  
미국발 금융 위기의 중심에 AIG 본사가 서게 되면서, 보험과 별 연관 없는 사람들까지도 신문 1면을 통해 AIG 위기를 인식하게 된 것. 실제로 미국의 AIG는 미국 정부 도움을 받게 되면서, 정부 대출금을 갚기 위해 대규모 자산 매각에 나섰다. AIG그룹 계열사인 세계 최대 항공기 임대 회사와 일본, 중국, 태국, 필리핀 등의 사업부문 등의 매각이 이미 단행되고 있다.

미국 AIG그룹이 지난 주 한국의 AIG생명을 매각대상에서 제외시켜 우선 태풍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난 가운데, AIG생명은 한국 내 고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안내문을 배포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 중에 있다.

하지만 일본에 이어 아시아 시장에서 재정상태가 건전했던 중국의 우방보험으로까지 매각 사업부문을 확대하는 중이라 한국지사도 안전을 자신할 수 없는 처지라는 인식은 사라지지 않고 있는데, 한국 AIG 생명의 매각이 결정될 경우 한국 금융사정과 AIG 보험계약자, AIG 직원들까지 크게 타격을 받기 때문에 향후 매각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고객에게 “안심하세요” 편지 돌리며 안간힘

이에 따라 AIG 생명은 고객들에게 ‘AIG그룹의 유동 위기설과 관련해 한국 AIG생명은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알리는 안내문을 발급하는 등 재정적 안정성을 강조했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객관적 지표만으로는 AIG생명에 가입한 보험가입자들이 손실을 볼 가능성은 일견 희박해 보인다. 미국 본사가 휘청인 건 사실이지만, 지급준비금을 마련하는 등 우리나라 법률이 강제하고 있는 부분이 있고 한국에서 얻은 수익을 미국 본사로 송금하지 못하게 이미 회계 분리가 되어 있다(우리나라 AIG는 본사에 바로 소속된 게 아니라 홍콩의 AIA 산하다).

더욱이 최악의 상황에 본사와 마찬가지로 연쇄적으로 전 세계의 AIG들이 쓰러지는 경우에라도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한국 AIG의 지급여력비율을 고려할 때 국내 보험 계약자들에게 별다른 피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재무건전성 지표이다.AIG생명의 경우, 6월 말 현재 지급여력비율은 146.6%, AIG손보는 153.8%이다.

AIG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한국 AIG가 파산하면 국내 관련 법령에 의거해 준비된 책임준비금을 통해 보험계약자들은 상환 받을 수 있다”며 “국내법 아래 우선적으로 보호돼 예금자 보호법이 적용되는 계약은 관련법령에 의해 최고 5,000만원까지 보장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 AIG가 매각될 경우도 마찬가지로 보험계약 내용이 그대로 타 금융회사로 이전돼 보장받는 부분에 전혀 문제가 없게 된다”고 밝혔다.

◆일단 매각 범위에서는 벗어났지만 매각 가능성 잔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AIG생명의 운명에 대한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미 본사의 악재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직후부터 한국의 AIG도 안심할 수 없다며 외면하기 시작한 고객들은 ‘혹시나’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최대 금융사인 AIG그룹은 미국 정부로부터 지분 80%를 담보로 2년 기한으로 8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고 파산을 면했지만 일각에선 알짜배기 사업부를 매각을 통해 금융 상환을 계획하고 있어 향후에도 재정적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수익성이 좋은 사업부를 매각하는 것은 결국 재정을 원활히 하는 원동력을 차단하는 것으로 향후 AIG그룹의 재정 악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보험 관계자는 “최근 미국 AIG본사가 계열사 중 수익성이 좋은 세계 최대 항공기 리스회사 ILFC(International Lease Finance Corp)를 일차 매각 대상으로 선정해 추진 중에 있는 것만 봐도 본사의 재정사정이 좋지 못한 반증”이라며 “AIG의 일본 내 계열사인 AIG에디슨생명, AIG스타생명, 알리코저팬이 지난주 매각 대상에 올랐고 이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정리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엔 본사 AIG가 AIG생명을 소유한 홍콩 AIA를 매각할 수 있다”며 “국내 생명보험회사가 AIG생명을 책임지기 위해 국내법인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AIG그룹의 계열사인 홍콩 AIA(American International Assurance)는 한국에서 영업 중인 AIG생명을 소유한 곳으로 이곳이 매각될 경우 한국 내 AIG생명 역시 매각이 불가피하며 한국 금융회사가  이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는 뜻이다.

결국 AIG생명은 이번에는 매각 대상에서 벗어났지만 안으로는 매각과 관련된 불안요소가 내재돼 있다는 소리다. 즉, 이렇게 매각되는 경우, 국내 보험사에 인수되거나 홀로 서기를 한다는 소리가 된다.

문제는, 국내 금융 불안 상황에 매수 협상이 원활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AIG생명이 어쩌면 독자생존을 해야 하는 것인데, 든든한 배경을 갖춘 국제적회사라는 메리트 없이 업계 6위라는 현재의 몸집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의문시된다.(일부 다른 순위 자료도 있음)

◆고객들 이래저래 이탈 조짐

이러한 상황에서 고객들은 법적인 조치와 안전망을 아무리 설명해도 차갑게 외면하고 있다. “어쨌든 불안하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든든한 국제적 금융사라는 보호망 대신 애물단지 친정의 그림자를 업고 영업을 해야 하는 회사로 신세가 바뀐 상황이라 고객들이 일거에 빠져 나간 지난달 사태 이후, 완만한 감소세가 지속적으로 작동할 것으로 해석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AIG보험그룹의 유동성 위기소식이 전해진 지난 16일 주간에 AIG생명의 보험계약 해약환급금은 1,5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해약 흐름이 현재진행형이라는 데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상황에서 일선 초우량 은행들이 구제금융 투입 대상이 되는가 하면, 저축은행 등이 일거에 무너져 예금 인출이 하루아침에 정지되는 등 변고를 겪은 우리나라 금융소비자들이 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IG관계자는 “지난 16일 금융위기설 직후부터 이제까지 새로운 계약이 줄지 않고 있다”고 자신하면 회사의 건재를 보여줬다.

그러나 보험판매에 적극 나서던 TV홈쇼핑사들은 AIG보험판매 방송편성을 예전보다 반절이상 줄이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또, AIG생명은 관계자가 자신했던 것과는 달리 이전보다 콜센터 영업망을 적극 이용해 줄어가는 계약 건을 메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에 있다.

◆고용 불안 등 우려 높아져

게다가 한국 AIG생명보험 내부 직원들의 이직 움직임도 문제로 떠오른다. AIG그룹의 금융위기설로 새로운 계약자 발생이 저조한데다 최악의 상황엔 회사가 매각될 수 있다는 우려로 내부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

AIG생명 관계자는 “올봄부터 새로운 보험 계약이 이미 평균의 절반으로 줄었고, 지난달은 이에 또 절반이 줄었다”며 “최근엔 커미션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 에이전트들 역시 이직을 고려 중”이라고 사내 분위기를 설명했다.

금융위기가 예고된 올 초부터 새로운 고객 계약자 수가 현저히 줄었고, 파산 위기가 예고된 지난달은 새로운 계약을 작성하는 수가 더욱 줄었음은 이미 언급한 바와 같다.

게다가 실적의 15~60%(납입보험료 기준)를 커미션으로 받는 AIG생명 직원들은 그나마도 최근엔 회사 유동 자금 문제로 이 마저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회사에 대해 직원들은 더욱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런 불안감이 ‘고용 안정’이라는 우려를 추가로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고난의 행군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결국 인력 감축 등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행법상 사업이 어려운 경우 감원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어, 본사의 위험으로 인해 우리 나라 AIG도 허리띠졸라매기를 선언할 경우 노조 등도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또한 이미 알리안츠 사태에서 보듯, 외국계 금융기관의 타이트한 노무관리 관행은 우리 나라 근로자들에게 불안감을 더욱 가중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경우 AIG의 에이전트의 수가 줄게 되고 고객의 새로운 계약을 유도할 커넥션이 줄어들게 돼 새로운 계약이 줄고 계약 파기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계약 파기와 모집 조직의 이탈이 부실 현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AIG생명의 매각이 다음 차례라는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런 악순환을 깨고 한국 AIG생명이 미래 설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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