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조선업계에 파업 전운이 감돌고 있다. HD현대중공업(329180) 노조가 부분 파업을 예고하면서다. 더욱이 파업이 조선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분위기라, 선박 납기 지연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태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조 오는 28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동안 부분 파업에 돌입한다. 또 같은 날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기로 했다.
노조는 파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의 전체 파업을 예고하기도 했다.
노조는 "28일 파업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연이은 9월4일·9일 조선노연의 전체 파업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6월부터 10여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만 65세 정년연장(현재 만 60세) 명문화 △임금피크제 폐지 △성과급 산출기준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조선업이 십수년 만에 호황기에 접어든 상황 속, 사측이 지난 10년 동안 법인 분할을 비롯해 고강도 구조조정에 힘들어했던 조합원들과 구성원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어야 했다"며 "요구안에 대한 사측의 부당한 교섭태도에 분명하게 경고하며, 또 다른 투쟁이 필요하면 교섭장에서 계속 뻗대기 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중앙쟁대위의 소식지. ⓒ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홈페이지 캡처
노조는 조선업계에 슈퍼사이클(초호황)이 도래한 만큼, 그동안 부족했던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아직 경영 실적이 안정적인 수준이 아니라며, 교섭을 통해 적절한 합의점을 도출해 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조선 업황 회복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 생산성 향상에 노사가 힘을 합쳐야 하는 시기에, 노조가 파업을 결정해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성실히 교섭에 임해 노조와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는 데 지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조선업 전체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노연도 같은 날 공동 파업을 예고했다. 조선노연에는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해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케이조선 등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공동 파업 이후 사측과 교섭을 진행, 적절한 제시안이 나오지 않으면 오는 9월4일과 9일 공동 파업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선박 납기 지연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일부 조선소에서는 이미 납기 기한을 못 맞추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피해 보상금 부담은 물론, 신뢰도 하락까지 예상돼 하루빨리 노사가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들이 3년 치 이상의 일감을 쌓아둔 상태인데, 고질적인 인력난에 더해 파업까지 장기화할 경우 노사 모두 힘들어지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조선업계의 안정성과 성장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 조속한 타협과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