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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점 심사는 ‘맑음’, 노조반발은 ‘흐림’

대우조선해양 4파전 ‘용호상박’ [기획시리즈 1탄-현대중공업]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8.09.26 20:50:17

올해 최대 M&A(인수합병) 시장에 최대어인 대우조선해양이 결국 4파전으로 확정됐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이자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기업은 한화그룹, 포스코, GS그룹, 현대중공업이다. 이들 기업은 각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시너지 효과나 발전방안, 안정성 등을 들어 자사가 인수 적임 기업임을 집중 홍보하고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재계 일각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실사가 한창인 가운데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어느 기업이 인수 하던 향후 재계 서열마저 바꿔놓을 수도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기업이 넘어야할 산은 높아만 보인다. 본지에서는 4회에 걸쳐 각 기업이 처한 상황을 조명해봤다.  

   
   
현대중공업은 정주영 고 현대그룹 회장이 설립한 이래 우리 나라 조선업의 역사를 새로 이어온 곳이다.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수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 3가 이그는 국내 조선업계는 세계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기록하며 조선업을 리드하고 있다. 국내에서 1위부터 5위까지의 조선업체 순위가 세계에서도 똑같은 순위로 통용될 정도다.

◆대우조선해양 인수해 공룡으로 등극 꿈꿔

하지만 조선업의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미 수주받은 물량만 해도 당분간 먹고 살 것을 해 뒀다고 자부할 정도이기는 하지만, 중국의 추격과 국내 신규 조선업체들의 과잉 진입으로 인해 경쟁력 없는 조선업체들은 자연스럽게 한 차례 재편해야 한다는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시점이 조만간 올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다.

이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동종업체간 인수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 발생이다. 몸집을 키워 외풍에 대비하고, 업체간 장점을 극대화해 시장점유를 후발주자가 넘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참여는 이런 아이디어를 바탕에 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인수전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과, 동종업계간 결합에 대한 피인수자측 노조의 알레르기 반응이다. 

◆유조선 부문 합치면서 시너지 효과는 확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인수전에서 성공하는 경우 초대형유조선이나 해양설비 부문을 특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결합을 통한 장단점 보완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현대중공업의 기본적인 기대감이다. 대우조선이 올리고 있는 현재 8.5% 수준의 영업이익을 현대중공업 수준인 15%까지 끌어 올리면 서로 좋다는 윈원 전략이다.

이렇게 대우조선 인수문제를 단순한 지배구조 변화가 아닌 진정한 가치 증대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중공업은 스스로를 적임자로 자임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장점과 성장 가능성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는 회사는 현대중공업뿐이라는 설명이다. 인수합병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독과점 문제에 대해서도 관련기관의 유권해석이 새롭게 나올 것으로 기대돼, 현대중공업으로서는 한결 짐을 던 상황이다.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25일 기업 인수합병(M&A) 승인심사 때 세계화 관점에서 독과점 여부 등을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M&A 심사기준을 완화하겠다는 뜻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는 현대중공업으로서는 큰 족쇄를 푼 셈이다.

◆노조측 반발에 발목? 산업은행도 ‘주시’

그러나 이렇게 ‘기업결합을 통한 수익성 극대,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상대’라는 현대중공업의 구애는 선뜻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우선 대우조선해양의 노조가 동종업계 사업자인 현대중공업의 인수전 참여 자체에 너무 큰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이 첫 난관으로 꼽힌다.

노조측은 대규모 정리해고를 우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생산라인이 겹치는 잠수함, 구축함, 대형유조선, 컨테이너선 등이 통폐합 또는 축소될 수 있어 인사 태풍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으로서는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반발에 대해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이 14년간 무분규를 이어온 데다가, 정리해고가 없었던 기업이라면서 인수합병시에도 고용승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측은 한라중공업이 인수될 당시(인수 후 현재의 현대삼포조선으로 합병) 대규모 감원이 이뤄진 것을 지적하고 있다.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는 “당시 인수를 타진하던 삼포조선측에서 자체적인 구조조정이 있었던 것이지, 인수 후 정리해고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현대중공업은 이것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위탁경영 당시의 일까지 현대중공업 책임으로 묻는 건 문제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이런 논란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조측이 원하는 대로 별도의 고용승계 약속을 통해 노조의 불안감을 해소, 문제를 해결할 의사는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대중공업은 시원스런 답을 주기를 주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노조의 반발 해결을 위해 기존 입장에 추가로 약속을 하거나 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혀, ‘구속력 있는’ 고용 승계를 추진하기에는 부담감이 없지 않음을 간접 시인했다.

이러한 노조와의 껄끄러운 관계에 대해서 산업은행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산업은행 M&A 관계자는 매각 과정에서 노조의 의견을 전적으로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기본입장으로 하면서도 “언론 보도들을 전반적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해, 인수합병전에서 일어나는 각종 잡음이 최종 승자를 가리는 데 하나의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특히 최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우리사주조합에 컨소시엄 참여를 허용하고 나섰다. 23일 산은 발표에 따르면 우리사주조합을 파트너로 선정하는 선언이 4개 입찰 참여자 중에 나올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각을 세우고 있는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이런 드라마틱한 효과를 누릴 수 없는 셈이어서, 또다른 변수 등장에 냉가슴을 앓을 수 밖에 없게 됐다.

더욱이 그간 현대중공업에서는 몇 번의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에 대해 “우리가 경영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스스로 접어온 터라 우리사주측과 컨소시엄을 구성 논의할 가능성도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

   
  <사진=뉴스파트너>  
다.

◆진정성 없는 인수전 참여설, 정몽준 특혜논란도 부담

자료를 들여다 보기 위한 인수전 참여라는 논란, 그리고 포스코를 압박하기 위한 제스처라는 논란, 다른 인수전의 연습게임이라는 주장도 논란 거리다.현대중공업측은 “예비실사에서는 공시된 자료 이상을 볼 수 없고, 실사를 들어가도 (언론이나 노조가 생각하는 것처럼) 많은 자료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대우조선해양이 갖고 있는 기밀을 엿보기 위한 인수전 참여라는 논란은 처음부터 주춧돌이 어긋나 있는 논쟁 제기라는 억울함의 표출이다.

그러나 인수자금 조달이라는 면에서 보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을 끝까지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최종까지 손을 들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여러 각도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 현대 현대중공업이 조달할 수 있는 실탄은 대략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그룹 3사가 참여해 현금 8조5000억원 정도다. 현재 정부가 자금을 빌려서 M&A에 나서는 문제를 백안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사실 동원자금의 전액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인수 가격이 7조~8조원(현재 주가 하락으로 약간 줄어들 가능성도 있음)까지 가는 상황에서는 현대중공업이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현대중공업이 입찰 가격을 7조원 밑으로 써낼 가능성은 최근까지도 극히 높게 점쳐져 왔다.

문제는 현대중공업이 최근까지도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현대건설을 접고 대우조선해양에 올인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아직 짙게 깔려 있다.두 사업을 모두 추진하기에는 여력이 충분하지는 않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도 좋고 현대건설도 좋다’는 선택적 전략을 쥐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 문제도 관건이다. 현재 인수전의 한 주체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 여당인 한나라당이 집중 견제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돼 온 마당에, 한나라당 고위당직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현대중공업의 품에 대우조선해양이 넘어간다면 구설수가 없을 수 없다는 우려다.

현대중공업은 지분 10%의 대주주일 뿐이라고 정 최고위원에 대한 의미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회사이니만큼”, 정 최고위원의 영향력 등을 감안하지 말라는 것이 현대중공업측의 주문이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 스스로가 인수전 문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대중공업에서 나에게 의논하는 것도, 안 하는 일도 있다”고 말하는 등 ‘소유와 경영의 완전 분리’에 대해 자신있는 단절 의식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점은 ‘현대중공업으로 인수될 경우 특혜시비’를 불러올 단초임에 분명해 보인다. 현대중공업 역시 인수전에 뒤늦게 뛰어든 상황과 관련, “대주주가 싫어할 일, 반대할 것이 분명한 일을 경영진 독단으로 하지는 않을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답변을 회피, 정몽준 결단설과 완전한 고리를 떼지 못하는 사정을 간접 시인했다.

결국 현대중공업이 어쨌거나 정몽준 대주주와 ‘결별’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대그룹 적장자 다툼을 둘러싼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 문제 등 여러 변수를 털기는 어렵다. 숙제를 여럿 안은 현대중공업이 이 인수전 문제에 ‘올인’하고 있는 다른 세 회사들보다 어려운 위치에 선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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