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원래 하나의 회사였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약 25년 만에 각자의 영역에서 시장을 선도해 온 두 회사의 재결합을 결정했다." -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SK이노베이션(096770)과 SK E&S가 합병해 현재 에너지(석유·에너지 등)와 미래 에너지(재생에너지·수소·SMR 등)는 물론 배터리, ESS 등 전기화(Electrification) 사업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재탄생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지난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간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 합병안이 내달 27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승인되면 합병법인은 오는 11월1일 공식 출범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자산 100조원, 매출 88조원 규모로 진화하면서 국내를 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으로 등극할 전망이다.
양사는 1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기자간담회'를 열고 △합병회사의 미래비전 △합병 의미 △시너지 효과 등에 대해 밝혔다. 행사에는 박 사장을 비롯해 △추형욱 SK E&S 사장 △강동수 SK이노베이션 전략·재무부문장 △서건기 SK E&S 재무부문장 등 양사 경영진이 참석했다.
이날 박 사장은 "미래 에너지 사업의 성장 기반을 만들고, 과감한 구조적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SK E&S와의 합병을 결정했다"며 "이번 합병은 향후 5~10년을 내다보고 추진했고, 양사의 역량을 결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합병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큰 변화를 겪고 있고,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과 전력수요 급증 등 상황에서 에너지 기업들은 넷제로(탄소 중립)나 토털 솔루션을 요구받고 있다"며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을 감안할 때 두 회사의 통합이 주주가치 증대와 에너지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조택영 기자
또 "양사는 올해 초부터 각 사 이사회와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합병방안 등을 논의해 오다가 최종 결정에 이르게 됐다"며 "양사는 합병 시너지를 최대한 만들어 내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라고 했다.
이번 합병은 SK그룹이 올해 초부터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해 온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Rebalancing) 방안 중 하나다. 앞서 합병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에서는 양사 간 합병비율에 주목했다.
결국 양사의 합병비율은 1대 1.1917417로 정해졌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각각의 기업가치를 근거로 산출됐다. 합병비율에 따라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이 합병신주를 발행해 SK E&S의 주주인 SK(034730)에 4976만9267주를 교부한다. SK이노베이션 신주는 11월20일 상장될 예정으로, 합병 후 SK이노베이션 최대 주주인 SK의 지분율은 36.22%에서 55.9%로 늘어날 전망이다.
양사의 합병은 자산 확대 등 외형적 성장 외에도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 △재무·손익구조 강화 △성장 모멘텀 확보의 3가지 측면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합병회사는 △석유·화학 △LNG △도시가스 △전력 △재생에너지 △배터리 △ESS △수소 △SMR △암모니아 △액침냉각 등 에너지원(Energy Source), 에너지 캐리어, 에너지 솔루션 모든 영역에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돼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갖추게 된다.
최근 글로벌 석유 메이저 회사들도 여러 인수·합병을 통해 에너지 사업 전반의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추세다.
또 EBITDA(상각전 영업이익)는 합병 전보다 1조9000억원 늘어난 5조8000억원 수준으로 커져 재무·손익구조도 강화하게 된다. 특히 확실한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석유화학 사업의 높은 수익 변동성을 LNG·발전·도시가스 사업의 안정적 수익 창출력으로 완화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더해 에너지 사업이나 전기화 사업 모두에서 자산과 역량을 통합하게 됨에 따라 본원적 경쟁력과 수익성이 강화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경영진이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강동수 SK이노베이션 전략·재무부문장,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추형욱 SK E&S 사장, 서건기 SK E&S 재무부문장. = 조택영 기자
양사가 추진해 온 전기화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래 에너지 사업으로 △전기차 △배터리 △ESS △열관리 시스템 등을 추진해 왔고, SK E&S는 △재생에너지 △구역 전기사업 등 분산전원 △수소 △충전 인프라 △에너지 솔루션 등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는 점에서 합병회사는 양사가 보유한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신규 시장을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오는 2030년 기준으로 통합 시너지 효과만 EBITDA 2조1000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으며, 전체 EBITDA는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사장은 "회사 기업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주주환원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양사가 보유한 사업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를 통해 아·태 지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일류 에너지 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도전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 역시 합병에 나섰다. 원유 수입·석유 제품 수출을 담당하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에너지의 탱크터미널 사업을 하는 SK엔텀이 SK온과 합치게 된다. 각 사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3사 합병안을 결의했다.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낸 SK온을 살리기 위한 조치다.
박 사장은 "SK온의 경쟁력 강화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의 새로운 성장 기회 확보를 위해 합병이 이뤄졌다"며 "SK온은 앞으로 트레이딩 사업과 탱크터미널 사업에서 나오는 연간 5000억원 규모의 EBITDA를 기반으로 배터리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 미래 전기차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히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번 합병은 SK가 40년 전부터 꿈꿔 왔던 종합 에너지 회사를 실현하고 새로운 도전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SK이노베이션은 현재와 미래의 에너지 사업을 선도하고, 새로운 국가 핵심 산업인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기여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추 사장도 "이번 합병으로 양사 모두 기존 사업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미래 에너지 핵심 사업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SK E&S는 합병을 통한 시너지를 바탕으로 기존 4대 핵심사업 중심의 그린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 미래 에너지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