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아로와나토큰 비자금' 의혹을 받는 김상철 한글과컴퓨터(030520, 이하 한컴) 그룹 회장에 대해 경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최근 김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회장은 아로와나토큰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건 전반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로와나토큰은 한컴 계열사인 한컴위드(054920)에서 지분을 투자한 가상화폐다.
현재 상장 폐지 상태인 아로와나토큰은 지난 2021년 4월20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 처음 상장된 지 30여분 만에 최초 거래가인 50원에서 1075배인 5만3800원까지 치솟으며 시세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토큰 발행 개수는 5억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022년 10월 한컴그룹 회장실 및 한컴위드 본사, 김 회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이어 이듬해 12월 이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김 회장의 아들(차남)이자 한컴위드 사내 이사인 김모(35) 씨와 가상화폐 운용사 아로와나테크 대표 정모(48) 씨를 구속했다.
김모 씨와 정모 씨는 금일 법정 구속됐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받는 김모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앞서 김 씨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정모 씨에게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컴 그룹의 총수 아들과 자회사 대표가 일반인들의 투자금을 끌어모아 이를 유용한 형태를 고려하면 이 사건 범죄는 매우 중대하고 사회적 해악이 너무 커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김 씨는 피해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김상철의 아들로 실질적 영향력을 이용해 피해 회사에 귀속돼야 할 수익 중 일부를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방만하게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아로와나토큰 인출 권한을 가지고 있던 김 씨는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A씨와 공모해 토큰 1800만개를 가상자산 컨설팅 업자 및 가상자산 관리·매각업자를 통해 운용·매도해 96억원 상당 수익을 냈다.
김 씨는 해당 수익금을 비트코인, 이더리움으로 바꿔 자신의 전자지갑에 보관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신용카드 대금 지급, 백화점 물품구입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김 씨는 한컴그룹 계열사 이사로, 정 씨는 가상자산 발행을 위해 한컴그룹 자금으로 인수된 아로와나테크의 대표로 재직 중이었다.
경찰이 김 회장에 대한 혐의 입증이 끝났다고 보고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가운데 법원이 이 사건 공범인 김씨와 정씨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향후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상철 한글과컴퓨터 회장 아들 김모 씨가 지난해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변성준·김연수 한컴 대표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주주, 투자자, 고객, 임직원을 비롯한 많은 이해관계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우선,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 자리와 입장문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밝혔듯이 한컴과 회사의 경영진은 해당 사업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며 "한컴을 비롯한 각 그룹사는 이미 대표이사 중심으로 경영되고 있으며, 이번 구속으로 인해 한컴을 비롯한 그룹사들의 실질적인 경영에는 전혀 문제나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컴그룹의 모든 경영진 역시 한컴과 그룹사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각 사를 보다 면밀히 점검해 추가적인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한컴그룹은 최근 AI·데이터 분야의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재정비하며 지속 성장을 위한 발판을 다져가고 있다"며 "이를 위해 한컴위드를 보안 기업에서 금융 기업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실행 중에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그룹 지배구조의 상단에 있는 한컴위드의 경영 환경을 재정비하고 있다"며 변성준, 김연수가 한컴위드의 신규 사내이사에 자원하고, 이후 변성준 대표가 그룹 전체 운영을 위해 한컴위드 각자대표를 맡아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단순화 및 경영 건전성을 책임지고자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처럼 추진 중인 계획과 목표들을 차질 없이 진행해 한컴을 둘러싼 많은 이해관계자분들의 기대에 보답하고, 성공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흔들림 없이 경영에 매진할 것"이라며 "현재 불거진 사법이슈와 관련해 이후 어떠한 변동이 있더라도 회사의 본 입장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