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달부터 외환시장 거래시간이 새벽까지 연장됐다. 이에 따라 은행 외환딜러들도 야간 근무가 불가피해졌다. 당장 은행권은 교대 근무를 도입해 대응하고 있지만, 향후 거래량이 많아질 경우 직원들 불만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외환부문 인력 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서울 중구 소재 하나은행 딜링룸. 기사 내용과 무관. ⓒ 연합뉴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은 새벽 2시까지 늘어난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에 대응해 순환당직근무를 도입했다. 각 은행 서울 본점의 당직자는 2~4명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오후 5~6시에 출근해 심야 외환거래를 하게 된다.
앞서 정부는 폐쇄적인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외환시장 구조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개선 내용은 외환당국에 등록한 외국 금융기관(RFI)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를 허용하고, 시장 마감시간을 영국 런던에 맞춰 새벽 2시까지로 연장한다는 게 골자다.
국내 외환시장은 이미 올해 1월부터 개방돼 이미 외국 금융기관들이 참여할 수 있다. 외환시장 마감시간도 지난 1일부터 새벽 2시까지로 연장돼 첫날 3조원 규모의 거래량이 늘었다. 정부가 제시한 청사진이 맞아가고 있는 셈이다.
은행은 외환시장 마감시간 연장에 순환당직근무로 대응하고 있다. 런던에 파견한 직원들만으로는 거래를 따라갈 수 없어서다. 이에 따라 4대 시중은행의 서울 딜링룸은 새벽까지 불이 켜진다. 현재까지 근무 환경에 대한 딜러들의 불만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연장 근무가 막 시작됐고, 업무가 과도할 정도로 거래도 많지 않다"며 "또 공항의 환전센터 등도 과거부터 24시간 근무가 이뤄졌기 때문에, 외환부문의 순환당직근무가 과로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다른 부분과 달리 인력 충원이 쉽지 않은 업무인 점에서 우려가 있다"며 "거래가 많아지고 근무 강도가 높아지면,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 외국 금융기관들이 시장의 호가와 동향 등을 탐색하는 단계로 보인다"며 "국내 외환시장이 개방됐지만, 아직 내부적인 프로세스 등에 대한 보완을 진행 중인 외국 금융기관들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 금융기관들이 시스템에 대한 보완을 마치면, 시장 참여자들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바빠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금은 시장 참여자가 적어 현 인원으로도 근무에 부담이 없지만, 향후 본격적인 외국 금융기관들의 참여로 심야 거래가 활성화될 경우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게 은행권 중론인 셈이다.
문제는 핵심인원인 외환딜러의 충원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통상 외환딜러는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수억원을 움직인다. 업무가 숙달되는 데만 몇 년씩 걸리기 때문에 은행 내에서도 소수 인원이다. 지금부터라도 외환딜러 양성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결국 인력이라는 게 다른 부서 직원들을 이동시켜 버리면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그 업무에 적응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앞으로 부족한 외환부문 인력을 어떻게 늘릴 것인지가 과제"라고 분석했다.
이어 "원래부터 외환부문이 강점이였던 은행을 살펴보면, 이들은 직원들이 하고 싶어 하는 분야를 정하게 하면서도 딜링 스쿨 등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필요한 인재가 나타나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