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미국 올랜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국당뇨병학회(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ADA 2024)에 참가해 개발 중인 비만 치료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ADA는 전 세계 전문가 약 1만2000명이 모여 대사질환 관련 연구 결과와 치료 지침을 공유하는 자리다. 또한 포스터 발표를 통해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의 임상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통해 기업간 기술 이전이나 도입을 도모한다.
ADA 2024에선 한미약품(128940), 대웅제약(069620), 동아에스티(170900), 프로젠, 현대약품(004310), 펩트론(087010), 인벤티지랩(389470) 등 국내 기업 7곳이 연구결과를 내놨다.
먼저 한미약품은 HM15275의 우수한 체중감량 효능과 차별화된 개발 전략을 확인한 비임상 연구 결과 4건을 포스터로 발표했다.
한미의 차세대 지속형 플랫폼 기술 '아실레이션(Acylation)'이 적용된 HM15275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와 위 억제 펩타이드(GIP), 글루카곤(Glucagon, GCG) 등 세 가지 수용체 각각의 작용을 최적화해 비만 치료에 특화돼 있으며, 부수적으로 다양한 대사성 질환에 효력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한미약품 R&D센터 연구원들이 미국당뇨병학회에서 차세대 비만치료 삼중작용제 HM15275의 주요 연구 내용이 담긴 포스터를 토대로 참석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한미약품
한미약품은 이번 ADA에서 HM15275가 수술적 요법에 따른 체중감량 효과에 버금가는 효능을 토대로 비만치료 영역에서 '계열 내 최고 신약(Best-in-Class)'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확인한 결과를 처음 공개했다.
현재 GLP-1 기반 약물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와 터제파타이드(tirzepatide)는 비만치료 임상에서 약 15~20%의 체중감량 효과가 확인됐지만, 비만대사 수술(bariatric surgery) 수준의 체중감량(25~30%)에는 도달하지 못한다는 의학적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존재한다.
한미약품은 비만 모델에서 HM15275 반복투약 때 기존 치료제들 보다 질적, 양적으로 모두 우수한 체중감소 효능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이 효력은 HM15275의 최적화된 삼중 약리작용에 따른 식이 조절과 에너지 대사 증가를 통한 작용 기전이라는 점을 규명했다.
한미약품이 발표한 다른 3건의 비임상 연구 결과는 HM15275가 우수한 체중감소 효능 외에도 다양한 대사성 질환에서 효력을 나타낸다는 내용과 그 작용 기전을 담고 있다. 인크레틴 기반 약물들은 당뇨와 비만 치료를 넘어 다양한 치료 분야로 그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히 심혈관 및 신장 질환을 개선하는 효능이 확인되면서, 이 약물들의 적응증 확장이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HM15275가 고혈압에 따른 심장 비대 및 심장 섬유화 증상에서 현존 치료제 보다 우수한 심장 보호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와 함께, 다양한 심부전 모델에서 발생하는 운동능력 저하를 크게 개선해 심부전 치료 가능성을 확인한 결과를 발표했다.
아울러 심근세포 및 심장 섬유아세포에도 직접적 치료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대사 개선을 통한 긍정적 영향 이상의 심혈관 질환 개선 효능을 가져다 줄 수 있음을 입증했다.
또 다른 발표에서는 HM15275가 신장 내 여과기능을 수행하는 족세포 및 신장 근위 세뇨관 상피 세포에 직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토대로 다양한 신장질환 모델에서 신장 기능 및 섬유화 개선 효능을 입증한 결과를 공개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HM15275의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 받았고, 6월 중순부터 HM15275의 임상 시험에 참여하는 환자 등록을 시작해 첫 투약을 완료했다.
동아에스티는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NeuroBo Pharmaceuticals)와 'DA-1726'의 전임상 연구 결과를 포스터 발표했다. DA-1726은 옥신토모듈린 유사체(Oxyntomodulin analogue) 계열의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이다.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해 식욕억제와 인슐린 분비 촉진 및 말초에서 기초대사량을 증가시켜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을 유도한다.

동아에스티와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는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미국 올랜도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84회 미국 당뇨병학회에서 비만 치료제 'DA-1726'의 전임상 연구 결과를 포스터 발표했다. © 동아에스티
DA-1726은 글로벌 1상 임상시험 파트1 단일용량상승시험, 파트2 다중용량상승시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2025년 상반기에 종료될 예정이다.
프로젠은 차세대 이중 타깃 비만·당뇨 치료제 'PG-102'의 비임상‧초기 임상 결과를 포스터 세션에서 발표했다. PG-102는 GLP-1과 GLP-2 수용체에 대한 이중 작용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작년 학회에서 주목받았던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GLP-1/GIP/GCG 수용체 삼중 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보다 뛰어난 혈당 조절 효과를 비임상 동물 모델에서 보여줬다. 또한 임상 1a상에서 안전성 및 내약성, 월 제형 가능성까지 확인해 현재 진행 중인 임상 1b상을 비롯한 후속 임상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프로젠은 PG-102의 단회투여 용량증량 임상 1a상 결과도 발표했다. PG-102는 우수한 안전성과 내약성을 보여줬으며 같은 임상 단계에서 경쟁 약물들의 위장관 부작용 발생빈도 대비 차별화된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했다. 임상 1a상과 비임상 연구결과의 약동학/약력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PG-102'의 격주 및 월 단위 투여 제형 개발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대웅제약은 혈당 조절이 어려운 경증 신기능 저하 환자에게서 '엔블로'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임상 3상 분석 결과를 포스터 발표했다. 엔블로는 국산 36호 신약인 당뇨병 치료제다. 엔블로와 메트포르민 병용 임상 결과, 글로벌 최초의 SGLT-2 억제제 '다파글리플로진' 대비 1.2배의 혈당 강하 효과를 보였다.
이창재 대웅제약 대표는 "엔블로는 다파글리플로진을 능가할 수 있는 혁신적인 당뇨병 치료 옵션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 발표는 한국 제약사가 개발한 첫 번째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로서 엔블로의 우수성을 전 세계 의료진 및 연구진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30년 1000억달러(약 138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지현 미래에셋증권 혁신기업분석팀 연구원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비만치료제 수요에 따라 CMO, 주사기, 의약품 유통, 디지털헬스케어 분야는 수혜가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