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주변 동유럽 국가들이 군비 확장에 나선 상태다. 전쟁 뒤편 폴란드에서 한국과 글로벌 업체들의 방산 수주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한국 방산업체들은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의 추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폴란드 방산과 관련된 신용공여 한도의 여유 금액은 8000억원이다. ⓒ 프라임경제
16일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폴란드 방산과 관련해 지원 가능한 신용공여 한도 여유 금액은 8000억원이다.
통상 무기 수출 등 방산 계약은 계약 규모가 수조원 단위이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때 필요한 기관이 수출입은행이다. 국책은행인 이들은 수입국에 저리의 대출을 제공해 한국 방산업체와 수출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하지만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이 한정돼 있다. 현행법은 수출입은행이 동일 개인·법인에 대해 자본금의 40%를 초과해 신용공여(대출)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 결국 자본금을 늘리면 한도가 늘어나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법이 제한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을 살펴보면 수출입은행 자본금은 지난해 말 기준 14조7733억원이다. 따라서 신용공여 한도(40%)는 5조9093억원이다. 문제는 이 한도가 이미 지난 2022년 폴란드와의 1차 방산 계약을 지원하기 위해 거의 소진됐다는 점이다.
국회는 지난 2월 이 문제를 파악해 수출입은행법을 개정했다. 개정안은 수출입은행 자본금 한도 제한을 기존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상향하는 게 골자다. 다만 저금통의 크기가 커졌을 뿐 안에 든 돈은 여전한 상태다. 신용공여 한도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자본금이 채워져야 한다.
일단 정부는 수출입은행 자본금을 매년 2조원씩 추가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1일 수출입은행에 2조원 규모의 LH 지분을 출자했다. 이에 따른 수출입은행 자본금은 약 17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한도의 68% 정도만 채워진 상태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2조원 규모의 출자를 받아 자본금이 늘어났다"며 "폴란드 방산과 관련한 지원 한도에 8000억원의 여유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 방산업체들은 폴란드와 2차 계약 수주를 앞두고 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에 K2 전차 820대를 추가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이번 계약은 지난 1차 수출 계약을 훌쩍 넘는 7조원 이상의 규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폴란드와 K9 자주포 125문 등 약 3조원 규모의 2차 실행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폴란드 정부는 자금 부족을 겪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저리의 금융 지원을 제공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와 관련된 계약 시한은 6월까지다.
이달까지 양국이 금융 지원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차 실행계약은 물거품이 된다. 앞으로도 수조원에 달하는 계약들이 남아있지만, 수출입은행이 추가로 지원 가능한 금액은 8000억원 뿐이다. 방산업계에서 조심스럽게 우려를 표하는 이유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계약의 전체 금액만 놓고 보면 당연히 지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금액을 여러 번으로 쪼개서 실행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산업계는 수출입은행 지원뿐 아니라 한국무역보험공사 계정도 있고, 정부가 다방면에서 자금 조달 등 지원에 노력 중인 부분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일단은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