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꼽히는 시프트업이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일정을 갑작스럽게 연기했다. 회사 측은 투자자를 고려한 자진 정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정 요구를 했다는 금융당국 입장과 엇갈리고 있다.
10일 시프트업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일정 연기에 따라 오는 11일 예정이었던 기자간담회 일정이 변경됐다고 밝혔다.
당초 시프트업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일정을 이달 3일부터 13일까지로, 일반청약 청약일을 이달 18일과 19일로 정했었다.
그러나 지난 4일 공시를 통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마감일을 27일까지로 무려 2주를 늦췄다. 이에 따라 일반청약일도 다음달 2일과3일로 변경됐다
시프트업 측은 "상장 준비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더 명확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기제출한 증권 신고서의 정정 공시 후 투자 판단을 위한 추가적인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갑작스런 일정 변경을 두고 업계에서는 일명 '파두 사태'로 까다로워진 금융당국의 심사 기준에 못 미쳐 정정 요구를 받았기 때문으로 봤다.
이에 대해 시프트업은 당국 요구가 아닌 '자진 정정'이라는 입장이다. 시프트업 관계자는 "투자자분들께 투자 판단의 시간을 더 드리기 위해 자진 정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시프트업 측 설명과 달리 "정정 요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기간 정정을 통해 상장 일정을 조정한다. 최근 금감원은 투자위험 요소를 보완하라며 디앤디파마텍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시프트업도 새로 공시한 증권신고서서 바뀐 일정과 함께 위험 요소들에 대한 설명을 대폭 보강했다.
특히 지난해 9월 종료한 '데스티니 차일드' 관련 사실에 기반한 게임 서비스 종료 가능성에 대한 내용을 새로 추가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올 1분기 기준 시프트업의 대표작 '승리의 여신: 니케'가 전체 매출의 97.58%나 차지해 게임 인기 하락에 따른 실적 하락을 우려해 왔다.
시프트업은 데스티니 차일드 종료 관련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영했으나, 게임의 수명주기가 점차 만료됨에 따라 유저 수 및 매출액이 감소했으며 더 이상 제품수명주기(PLC) 연장이 힘들다고 판단해 서비스를 종료했다"며 "당사가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 또한 유저 및 개발·서비스 인력의 급격한 이탈 등으로 서비스가 종료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공시했다.
금융 당국과 회사 측 간 엇갈린 주장 속, 신뢰가 관건인 증권 시장 진출 전부터 시프트업을 둘러싼 소소한 잡음이 생긴 모습이다.
상장 주관사 관계자는 이번 증권신고서 정정 관련 "이해 관계에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곤란하다"며 "연기된 일정에 맞춰 준비할 것"이라 말했다.
한편 시프트업의 주당 공모 희망가 범위는 4만7000원~6만원으로, 상단기준 공모액은 4350억원, 시가총액은 3조4815억원이다.
2021년 크래프톤(295560) 상장 이후 3년여 만에 수조원대 몸값의 게임회사가 기업공개 시장에 등판하는 것이다. 시프트업은 '승리의 여신: 니케'의 흥행으로 지난해 매출 1685억원과 영업이익 1110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상장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JP모간 등 3곳이며 신한투자증권이 인수사로 참여했다.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이사는 지난달 21일 증권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이번 공모를 통해 확보할 자금은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들의 지식재산권(IP)을 강화하고 'Witches' 등 신규 프로젝트의 IP를 개발하기 위해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