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재판부가 1조3800억원대 재산분할 판결을 내놓으면서 법조계가 술렁이고 있다. 재판부가 뚜렷한 검증 없이 일방의 메모 등을 핵심 증거로 인정,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노 관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에 1990년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돈 최종현 전 선경그룹(현 SK그룹) 회장 등에게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건넸다고 주장하며 대가로 갖고 있던 메모 등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최근 서울경제신문이 확보한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의 2개 메모에 따르면 '선경 300억원', '최 서방 32억원' 등이 적혀있다.
구체적으로는 '1998년 4월1일 현재 최 실장 2억원, 노재우 251억원+90억원, 선경 300억원, 최 상무 32억원…', '1999년 2월12일 현재 노 회장 150억원, 신 회장 100억원, 선경 300억원…'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측이 법원에 제출한 메모 내용. ⓒ 프라임경제
노 관장 측은 이를 포함해 30여년 동안 보관해 온 메모와 약속어음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을 최태원 회장 부친인 최 전 회장에게 건넸고, 이 금액이 증권사 인수 및 SK 전신 선경그룹 사업, 경영활동에 사용됐다는 게 노 관장 측 주장이다.
이에 재판부가 노 관장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법조계가 술렁이고 있다. 구체적인 물증 없이 출처가 불명확한 메모와 약속어음 등을 핵심 증거로 인정해서다.
최 회장 측은 최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자금 등 각종 유무형의 혜택을 받은 것이 전혀 입증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최 회장 변호인단은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뤄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 없다"며 "오히려 SK는 당시 사돈이었던 6공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했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해왔다"고 했다.
최 회장 측은 증거 능력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변호인단은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 때문에 향후 대법원이 다른 판단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증거가 아님에도 인정된 점은 법률 체계의 핵심 원칙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며 "논란이 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