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무분별한 악의적 허위 정보, 민‧형사적 규제 강화 시급

온라인 댓글창, 여론 조작의 장 전락…피해업체 '치명적 피해'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24.05.23 12:22:28

제22대 국회 초선의원 의정연찬회에 참여한 초선 당선인들이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전자투표 방법을 배우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오는 30일 개원을 앞둔 22대 국회에서 악의적 허위 사실‧미확인 정보로 얼룩진 인터넷 악성 댓글에 대한 규제 강화를 신속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네티즌 '실시간 소통과 온라인 공론의 장'을 자임했던 온라인 댓글창은 시간 흐름에 따라 개인 또는 기업을 겨냥한 허위 정보와 여론조작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일반인‧유명인을 가리지 않고. 특정 의혹이 제기되면 미확인 정보와 자극적 표현이 가득한 악성 댓글이 포털 등 댓글창을 뒤덮고 있다. 사실 여부 관계없이 무분별하게 재생산된 허위 정보는 피해자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안기고 있다. 

특히 신뢰 기반으로 운영되는 기업은 허위 사실로 인해 회복 불가능한 타격도 불가피하다. 판매량 증대를 노리고 경쟁업체를 비방하는 악성 댓글을 조직적으로 올리거나, 또는 돈을 받고 실사용자를 빙자한 허위 리뷰를 작성하는 전문 대행사도 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악성 댓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 35조원에 달한다. 

물론 악성 댓글 심각성을 인지한 21대 국회에서도 '규제 강화' 골자 법안이 다수 발의된 바 있다. 하지만 여야 정쟁과 무관심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리며, 임기가 끝나는 오는 29일 이후 자동 폐기될 처지다. 

◆무분별한 '좌표 찍기' 2차, 3차 피해 양산

일반 개인을 향한 인터넷 댓글 속 악성 허위‧미확인 정보는 신빙성 여부를 떠나 대중 관심을 사로잡는 자극적 내용이라는 점에서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허위 정보를 그대로 수용한 다른 네티즌 댓글은 댓글 창을 뒤덮으며 어느새 루머는 팩트로 둔갑하고 있다. 

이처럼 무분별하게 퍼지는 자극적 허위 정보는 군중 심리를 자극해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특정인에 대한 집단 괴롭힘을 뜻하는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 이른바 '좌표 찍기'로 이어지기 쉽다. 이에 마음 상처를 입은 피해자는 우울증을 앓는 등 2차, 3차 피해를 양산하는 실정이다. 

지난 3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야간 긴급 도로공사로 인해 "차량 정체가 극심하다"는 이유로 담당 공무원 A씨 신상과 개인 정보가 공개됐다. 


A씨는 당일 자정 이후까지 현장을 지켰지만, 정작 댓글창에는 '공사 승인하고, 집에서 쉬고 계신 분이랍니다', '집에서 쉬고 있을 이 사람 멱살을 잡고 싶다' 등 허위 사실이 담긴 악성 댓글이 다수 달렸다. 

지속되는 악성 댓글과 민원 등 비난에 괴로워하던 A씨는 닷새 뒤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대중 관심을 받는 연예인 등 유명인을 겨냥한 악의적 허위 댓글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특정 이슈가 발생하면 재빨리 관련 콘텐츠를 생산해 조회 수로 돈벌이하는 '사이버 렉카(Cyber Wrecker)'들이 이런 현상을 주도하고 있다.

'사이버 렉카'는 교통사고 현장에 경쟁적으로 달려가는 견인차처럼 루머에 대한 사실 확인 대신 선정적 제목과 내용 짜깁기를 서슴지 않는다.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 등 유명인 열애설과 불화설, 채무 논란 등 종류도 다양하다. 멀쩡한 사람이 암 환자로 둔갑하기도 하며, 활동이 뜸한 배우 등은 근거 없이 사망설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실제 2022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20대 배구선수는 SNS를 통해 "저를 괴롭혀온 악플은 이제 그만해 달라. 버티기 힘들다"라고 호소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고 이선균 배우 사망 당시에도 사건과 무관한 사생활이 충분한 취재나 확인 없이 폭로한 사이버 렉카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2월 발표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사이버 렉카가 사회적 문제'라고 판단하는 비율이 조사자 전체 92%에 달했다. 사이버렉카 콘텐츠로 인한 유명인 권리 침해 해결 방안으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94.3%)가 가장 많았으며 △피해자 구제 제도 강화(93.4%) △플랫폼 자율규제 강화(88.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악의적 댓글 '치명적 손실' 피해 회복 쉽지 않아

고객과 사회 신뢰 기반으로 운영되는 기업들도 이런 악의적 댓글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오히려 악성 허위 정보 또는 미확인 정보가 담긴 악성 댓글 여과 없는 확산으로 자칫 회복 불가능한 치명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최근 법원은 2017년 당시 경쟁업체에 대한 허위 비방 댓글을 조직적으로 작성해 손해를 끼친 한 유아매트 B업체 대표에게 이례적으로 실형(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경쟁사 제품 '친환경인증 취소' 이후 수백여개 상당 아이디를 불법 구매해 맘카페 등에서 후기와 댓글을 조작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것이다.

당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친환경 인증 취소에도, 해당 매트의 인체 위해성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 경쟁사 B업체 대표 등은 '독극물 매트' 또는 "매트를 없애니 아이 아토피가 없어졌다"는 등 는 등 불안감을 조성하는 거짓 후기와 댓글을 다수 게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허위 정보 효과는 시장 경쟁 구도에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왔다. 

당초 '업계 2위' B업체는 1위로 등극하는 동시에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댓글 피해 업체'는 매출 90% 이상 급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듬해 적자 전환에 이어 공장 매각 등 존폐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후 7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당시 피해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2020년 한 모니터링 요원이 SNS에 올라온 선거 관련 게시글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악성 허위 댓글로 인한 피해는 대기업도 피해가지 못한다. 

지난 2016년 C사는 현대자동차가 "자신 기술을 탈취했다"고 주장, 10억원 상당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물론 현대차 측은 이런 주장에 대해 "기술 탈취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사법부 역시 1심과 항소심, 상고심에서 모두 현대차 손을 들어줬다. '기술 탈취 등 부당한 행위는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허위 댓글은 사법부 판단도 신뢰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대차는 소송 진행 기간 "협력업체는 안중에 없느냐" 등 근거 없는 비방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기술 탈취 의혹'은 벗었음에도 불구, 악성 댓글은 고스란히 남아있고, 작성자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허위 사실 입증 이후에도 악성 댓글은 그대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피해 회복도 쉽지 않다"라며 "저질 제품 홍보 댓글을 돈을 받고 작성하는 전문대행사가 등장하는 등 온라인 댓글창은 이미 편중된 여론조작의 장"이라고 비난했다. 

물론 현행법에 의거,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등으로 업무를 방해했다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악성 댓글 역시 악의적 허위 사실이 포함된 경우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이 악성 댓글 규제에 찬성하는 등 '규제 및 처벌 강화로 무분별한 악성 댓글로 인한 사회적 폐해를 근절해야 한다'라는 여론은 지배적이다.

입법부 역시 규제 강화 등 노력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5년간 21대 국회에서 악의 적허위 사실 또는 미확인 정보를 포함한 게시글과 댓글에 대한 규제 및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하는 10건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다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임기 만료에 따른 자동 폐기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22대 국회 개원 후 '악성 댓글에 대한 실효성 있는 민‧형사적 규제 강화에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악성 댓글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재발 방지를 위한 경고 효과와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모두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 규제 방안이라는 평가가 많다.

업계 전문가는 "악성 댓글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다는 공감대가 일찍이 형성됐지만, 표현의 자유 등에 가로막혀 번번이 법 개정이 좌초됐다"라며 "조속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에도 많은 피해자들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