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제철(004020)이 파업을 겨우 피하게 됐지만, 노사의 입장은 여전히 엇갈리는 상태다. 지난해 임금협상을 둘러싼 갈등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조 5개 지회(인천·당진·순천·포항·당진하이스코)는 오는 15일까지 48시간 총파업을 유보하기로 했다. 당초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 13일 파업을 시작으로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사옥 상경집회, 총파업 등을 계획했다.
그러나 노조는 지난 12일 긴급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대신 대외투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조합원들의 임금 손실과 노조에 대한 여론 악화 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사측은 일단 한시름 놓게 됐지만, 갈등은 여전한 상황이다. 지난해 임금협상을 두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다.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2022년 영업이익의 25%를 특별성과급으로 지급 △각종 수당 인상 등을 고수하고 있다.
사측은 3차 제시안으로 △기본급 10만3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급 400% △격려금 1330만원 등을 내놨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기존 제시안 대비 기본급 인상액과 일시금을 높인 것이었다.
심지어 노조는 사측의 제시안을 두고 평가할 가치도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현장 기대치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그룹의 역대급 실적에는 조합원들의 기여도가 컸다는 점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노사 간 입장차가 가장 큰 것은 특별성과급이다. 현대제철의 지난 2022년 영업이익은 1조6166억원인데, 25%는 현대제철 직원 1인당 350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지난 2021년 역대 최대인 2조4475억원에서 2022년 1조6166억원, 지난해 8073억원으로 지속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철강업계 전반에서 부진이 예상되다 보니, 이러한 성과급 지급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앞서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도 지난달 현대제철 노조 5개 지회 지회장과 간담회를 갖는 등 협상에 나섰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또다시 노조가 파업 카드를 꺼내거나 과거와 같은 게릴라 파업을 벌일 경우, 생산 차질에 따른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갈등이 이어질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현대제철 노사 모두다"라며 "현재 겪고 있는 여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사가 한 걸음씩 양보하고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