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티빙이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최초로 광고형 요금제(AVOD)를 도입하면서 OTT 광고 시장이 덩달아 들썩이는 분위기다. 아울러 이용요금이 비교적 저렴한 AVOD가 정부의 OTT 요금 인하 압박에 대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7일 OTT 업계에 따르면 티빙은 이달 4일 기존 최저가 요금제인 베이직 대비 월 구독료가 4000원 저렴한 '광고형 스탠다드' 상품을 출시했다. 월 구독료는 5500원으로 넷플릭스와 AVOD와 동일한 가격이다. 토종 OTT 가운데 AVOD를 출시한 건 티빙이 처음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넷플릭스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서 넷플릭스는 재작년 11월 글로벌 OTT 업계 최초로 AVOD를 선보였으나 국내 소비자에게 관심을 받지 못했다. 당시 기준으로 '계정공유' 대비 가격 메리트가 없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OTT 시장은 AVOD가 새로운 수익 모델로 급부상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5월 계정공유 단속을 시행한 이후 오히려 신규 가입자 수가 늘어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에인미 라인하드 넷플릭스 광고 부문 사장은 지난 1월 10일(현지시간) 열린 ‘CES 2024’에서 광고형 요금제 론칭 1년 2개월 만에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 2300만명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과 비교하면 5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초 국내에서도 계정공유 단속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AVOD는 시간당 최대 4분의 광고를 시청해야 하는 대신 기존 요금제보다 저렴하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당장 구독료 수익은 줄지만 광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OTT 요금 인하 압박이 AVOD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림+인플레이션)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넷플릭스를 국내법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이로 인해 토종 OTT가 규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데, 티빙을 비롯한 국내 플랫폼은 넷플릭스에 밀려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매해 적자가 누적된 탓에 요금 인하 여력이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OTT 구독료 상승에 대한 소비자 부담이 가중된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장 지배력이 큰 해외 OTT 사업자를 규제할 법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며 "더욱이 OTT는 통신과 달리 필수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의 압박이 다소 지나친 감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직접적인 시장 개입 없이 다양한 요금제 출시를 유도해 소비자 부담을 낮춘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티빙은 AVOD 도입을 통해 수익성 개선과 이용자 확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내달 30일까지 최초 구독자 대상으로 광고형 스탠다드 상품 첫 달 100원 프로모션도 준비했다.
티빙 관계자는 "지난 2020년 10월 독립 출범 후 오리지널 콘텐츠를 매달 2편씩 공개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해 왔고, 최근에는 국내 OTT 사업자 최초로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를 출시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며 "콘텐츠부터 광고 시장, 스포츠 영역까지 다양한 비즈니스모델 확장을 통해 K-OTT 산업이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AVOD가 국내 OTT 시장에 자리 잡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웨이브 관계자는 "AVOD 도입은 이전부터 계속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면서도 "현재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며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본 이후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티빙을 제치고 OTT 2위로 올라선 쿠팡플레이는 토종 OTT와 수익 구조 자체가 다르다. 쿠팡플레이는 쿠팡의 유료 회원제인 '와우 멤버십' 고객이라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월 4990원을 내면 쿠팡플레이는 물론 로켓배송과 쿠팡이츠까지 10% 할인 혜택이 제공되는 것. 사실상 별도의 구독료가 없는 셈이다.
AVOD 파급 효과에 대해서는 낙관적 전망이 주를 이룬다. 시장 경쟁 활성화로 인해 광고 시장 규모 확대와 단가 인하 효과 등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와 한국방송학회가 지난달 29일 개최한 특별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광고기반 OTT 사용자가 점차 늘어날 것이며, 다양한 맞춤형 광고의 개발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디지털 미디어의 성장도 이끌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또 코바코 연구위원이 광고·미디어 업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전망이 제기됐다.
증권가 전망도 긍정적이다. 현대차증권은 광고 요금제 확산으로 올해 국내 OTT 시장이 2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 연말 광고 요금제 가입자 수는 220만명(넷플릭스 150만명·티빙 70만명), 시장 비중은 10%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오는 2025년 글로벌 AVOD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2500억달러(약 349조46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