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은 배우 김희애를 자산관리 브랜드 모델로 기용했다고 28일 밝혔다. ⓒ 우리은행
[프라임경제] 우리은행이 자산관리 영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목적은 고액자산가들과 접점에서 발생할 추가적인 거래다. 4년 뒤 기업금융 명가로 올라서겠다던 우리은행이 선택한 전략 중 하나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해운대 마린시티에 자산관리 특화센터인 '투체어스 W(Two Chairs W) 부산'을 개점했다. 우리은행 자산관리 특화센터가 서울 외 지역에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병규 은행장은 "이번에 문을 연 '투체어스 W 부산'은 서울지역을 벗어난 첫 번째 자산관리 특화센터"라며 "고객 믿음과 우리은행 노하우를 바탕으로 부산지역 자산관리 1등 은행을 완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투체어스는 우리은행이 프라이빗뱅커(PB) 사업단을 모체로 만든 자산관리 브랜드다. 우리은행 고객은 자산 규모에 따라 투체어스 W 및 투체어스 E를 이용할 수 있다. 투체어스 W는 자산 10억원 이상, 투체어스 E는 자산 30억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영업점이다.
우리은행이 본격적으로 자산관리 부문 확대에 나선 시점은 조병규 은행장,취임 직후다. 실제 그가 취임한 7월 우리은행은 투체어스 W를 서울 청담동과 대치동에 신설했다. 이어 부산에도 신설되면서 국내 투체어스 W는 총 3곳이 됐다.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투체어스 E도 △강남센터 △본점센터 △시그니처센터 국내 총 3곳이 운영 중이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은 올해 첫 외부 일정으로 투체어스 E 시그니처 센터를 방문했다. 자산관리 부문이 우리금융그룹 내 역점사업인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은행은 자산관리 부문에 필요한 인재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은행 상반기 채용 예정 인원은 약 180명이다. 올해부터는 채용 과정에서 최종 선발된 합격자가 차세대 PB 양성 과정에 지원할 수 있다. 자산관리 부문 전문가를 대거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우리은행은 씨티은행 출신 PB 22명을 영입한 바 있다. 씨티은행이 지난 2021년 개인 대상 소비자금융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남겨진 PB들은 외국계 은행만의 차별화된 자산관리 노하우를 보유한 전문가들로 정평 나 있다. 한때 시중은행에서 이들을 영입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졌고, 거물급 PB들이 대거 우리은행 손을 잡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대다수 초고액자산가는 은행보다 PB와 인연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 때문에 PB가 다른 은행으로 이직하면, 그간 담당했던 초고액자산가들이 함께 옮겨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씨티은행은 굴리던 신탁자산규모만 해도 23조원 규모였다"며 "이 때문에 철수가 발표됐을 때 자산관리 부문 인수설이 돌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거물급 PB들을 영입하는 게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3일 자산관리 특화센터인 투체어스 W 부산을 개점했다. ⓒ 우리은행
이처럼 우리은행이 자산관리 부문 강화에 공을 들이는 건 결국 기업금융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선언했다. 이는 기업대출 잔액을 오는 2027년까지 237조9000억원까지 늘려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액자산가를 상대하다 보면, 기업 대표 등 배경이 있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며 "대부분 은행이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기업 대출 등 추가적인 영업 기회를 얻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비이자이익도 우리은행이 자산관리 부문을 확대하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은행 이익은 크게 이자이익과 자산관리 수수료 등에서 얻은 비이자이익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우리은행 비이자이익이 최근 2년간 감소하고 있다.
연간 기준 우리은행 비이자이익은 지난 2021년에 954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7390억원으로 낮아진 뒤 지난해 6740억원까지 추락했다. 비이자이익이 쪼그라들면서, 지난해 우리은행 영업수익 중 이자이익 비중은 91.7%에 달한다.
금리 상승기 과도한 이자이익에 대한 비판이 커진 상황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아울러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가 발생하면서, 우리은행은 타 은행 대비 자산관리 부문 영업에 유리한 위치가 됐다. 5대(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은행 중 홍콩 H지수 ELS 판매 규모가 가장 작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자산관리 도중 이익이 발생하는 건 맞지만, 단지 수수료 때문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다"라며 "수수료가 목적이면 공격적으로 투자 가입을 권유해야 하는데, 최근 영업방향 자체가 위험을 줄이기 위한 포트폴리오 관리 위주로 변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