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소비자 혼란 초래"…따로국밥 전락한 비교추천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가입한 이용자 5%…수수료 두고 보험사·핀테크사 불협화음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4.02.21 19:50:13
[프라임경제] 금융당국이 주도한 '자동차보험 비교추천서비스'를 두고 잡음이 계속된다. 여러 보험사 상품을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등 플랫폼에서 한 번에 비교할 수 있어 기대를 모았지만, 예상보다 이용 실적이 저조하다. 

아울러 플랫폼 수수료를 두고는 보험사와 핀테크사 간 불협화음이 이어진다. 보험사들의 영업 전략도 엇갈렸다. 소비자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과 함께 '소비자 편익 향상'이라는 기존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3% 수수료에 엇갈린 보험사 영업…"부담은 소비자 몫"

2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월19일 출범한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이용한 인원은 약 12만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플랫폼을 통해 가입한 이용자는 5%에 불과한 6100여건으로 나타났다. 플랫폼을 통해 가격비교는 했지만 실제 가입까지는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단초는 플랫폼 수수료다. 현재 11개 핀테크사는 자사 플랫폼에 보험 상품을 게재하는 대신 가입 건당 3% 수준의 플랫폼(PM) 수수료를 보험사로부터 받는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많이 팔수록 납부 수수료도 커지는 구조다. 특히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85%에 이르는 상위 4대 원수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에는 여간 부담이 아닌 액수다.

'자동차보험 비교추천서비스'를 두고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이에 상위 4개 손보사는 기존 온라인 보험료에 PM 수수료를 더한 상품을 플랫폼에 출시하고 있다. 기존 보험사 다이렉트 채널(CM)을 통해 가입하는 것이 더 저렴한 현상이 발생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플랫폼을 이용해 보험을 갈아탈 유인이 줄어든 셈이다. 

실제로 플랫폼 출시 이후 보험사 자체 CM채널을 통해 가입한 건수는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월 자동차 CM채널 가입건수는 96만5000건으로 동월 대비 11만8000건 늘었다. 플랫폼을 통해서는 보험료만 비교하고 각사 CM을 통해 가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중소형 보험사(메리츠화재·롯데손보·한화손보·캐롯손보 등)는 PM 수수료를 자체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손보사 대비 시장 규모가 작은 만큼 상대적으로 지출 부담이 덜하다는 판단에서다. 자사상품을 플랫폼 상단에 노출시켜 고객을 유인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PM 수수료를 마케팅 비용 차원으로 납부하고 있다. 

효과는 어느 정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달 간 중소형 보험사 4곳의 플랫폼 점유율은 48.7%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형보험사 4곳의 점유율은 50.1%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기존 중소형보험사의 자동차시장 점유율이 10%에도 못 미쳤다는 것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숫자다.

다만, 모수가 적어 정확한 판단은 어렵다. 가시적 성과를 보이기까지는 장기간 지켜봐야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보험사별 가격 정책이 제각기 달라 소비자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결국 수수료 부담은 소비자 몫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 손보사와 중소형 손보사 영업방식 모두 어떤 방식으로 수수료를 전가하느냐의 차이다"라며 "장기적인 적자를 보면서 수수료 부담을 껴안을 보험사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이 일정 수준으로 높아지면 중소형 보험사도 보험료에 수수료를 반영할 심산이 크다"며 "플랫폼이 흥행에 성공한다고 해도 수수료 비용은 결국 소비자로 전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커지는 수수료 인하 목소리…중소형 핀테크사 "마진 안남아"

플랫폼 수수료가 보험료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시각이 제기되자 수수료 인하 움직임도 포착된다. 그러나 반발 역시 상당해 실제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주재로 열린 수수료율 책정 회의에서 대다수 핀테크사가 수수료 인하에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빅테크사의 경우 플랫폼 이용 고객수가 많기 때문에 3% 내외 수수료 수준으로도 사업 운영이 가능하지만, 중소형 핀테크사는 그렇지 못해서다. 3% 미만 수수료로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플랫폼 요율 폐지를 위해 핀테크사를 대상으로 수수료 인하 방안을 물밑에서 권하고 있지만, 대다수 핀테크사가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금융위에 수수료 인하 의견을 낸 곳은 토스가 유일하다"고 귀띔했다.

◆핀테크업계. API 두고도 간극 '여전'

보험사가 제공하는 가격정보 취합 방식을 두고도 핀테크사간 마찰이 일고 있다. 당초 보험업계와 플랫폼업계 협상 과정 끝에 표준 API를 적용하는 쪽으로 최종 결정됐지만, 빅테크 업체가 꾸준히 개별 API 도입을 외치고 있어서다.

API는 금융사(데이터 제공자)와 플랫폼 프로그램이 데이터를 서로 주고받는 방법과 규격을 뜻한다. 방식과 유형에 따라 △표준 API △공통 API △개별 API로 나뉜다. 

표준 API는 보험사들이 공통 취급·제공하는 정보 값만을 비교·추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다. 반면 개별 API는 개별 보험사로부터 정보 값을 받을 수 있어 정확한 가격비교가 이뤄질 수 있다. 

API 개발 비용이 부담인 중소형 핀테크사는 표준 API를 선호현상이 짙지만, 제휴 서비스·상품을 제공하려는 빅테크는 개별 API를 주장하고 있다. 보험 비교추천서비스를 두고 혼선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