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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수정' 삼성SDI, 전기차 주춤에 'LFP 개발' 사활

보급형 전기차 수요 무궁무진…울산 생산시설 구축 본격화

조택영 기자 | cty@newsprime.co.kr | 2024.02.20 11:25:47
[프라임경제] 삼성SDI(006400)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강점을 보유한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한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면서도, 저가형 제품 개발에 사활을 건다는 복안이다. 특히 보급형 전기차 수요가 늘고 있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SDI는 그동안 고가형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해 왔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 역시 줄곧 △초격차 기술경쟁력 △최고의 품질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 등의 경영방침을 강조했다.

시장에서도 높은 성능을 인정받아 BMW, 리비안 등 프리미엄 브랜드에 배터리를 공급했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 없이도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창출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삼성SDI는 지난달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저가 제품도 적극 수주해 지속적인 성장을 준비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시장의 니즈에 대응 가능한 LFP 제품을 준비할 방침이다"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연기관보다 가격 면에서 장벽이 높은 전기차의 수요 둔화가 본격화됐지만, 오히려 가성비 좋은 보급형 전기차 수요는 많아지는 등 글로벌 흐름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의 NMX, LMFP 배터리. = 조택영 기자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등록 대수 추정치는 1377만대다. 이는 앞서 예상한 전망치에 비해 100만대가량 감소한 수치다. 성장률도 36.4%에서 30.6%로 하향 조정하는 등 전기차 시장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보급형 전기차 수요는 무궁무진하다. 미국 투자전문지 더스트리트는 자산 운용사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보고서를 인용해 테슬라가 2만5000달러(약 3300만원) 가격대의 차량을 출시하면 잠재 수요가 10배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크 인베스트먼트는 잠재 수요가 크게 늘 수 있다는 근거로 테슬라의 주력 차량인 모델 Y의 지난해 판매량과 가격대를 제시했다. 모델 Y가 4만달러(약 5300만원)를 상회하는 가격대로 12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이 가격대는 전기차 고객 중 상위 5%만이 감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크 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 분석을 담당하는 샘 코러스는 "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2만5000달러의 모델로 테슬라의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50%까지 늘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SDI는 본격적으로 생산시설 구축에 나서며 LFP 배터리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생산시설은 2배 가까이 확장할 울산 사업장에 구축할 예정으로, 최근 울산시와 협약을 맺고 1조원대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르면 2026년부터 LFP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즉, 울산 사업장 확장을 통해 프리미엄과 저가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삼성SDI는 이와 함께 LFP 분야의 후발주자인 점을 극복하기 위해 망간(M)을 섞은 LMFP 배터리도 개발할 방침이다. LMFP는 LFP보다 에너지밀도가 15~20%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프리미엄 전략 포기'라기보다는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보급형 모델도 늘고 있어, 프리미엄 시장부터 보급형 시장까지 폭넓게 대응하기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차원이다"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를 포함한 국내 배터리업계는 LFP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기존 강점인 삼원계 배터리 기술력을 갖고 있기에 LFP 중심의 제조사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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