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 소재 시중은행 본점 영업창구.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정책 금융상품인 청년도약계좌가 출시된 이후, 국내 은행의 적금 잔액이 빠르게 늘고 있다. 다만 이는 청년도약계좌 영향보다 은행 자체 적금에 가입한 이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4대(국민·신한·하나·우리) 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은 39조6775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7월 말 잔액인 34조8533억원 대비 4조8242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17일 은행과 청년층 대상 정책 금융상품인 청년도약계좌를 출시했다. 월 최대 납입 한도인 70만원씩 5년 만기를 채우면 5000만원이 주어지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청년도약계좌가 출시 시기상 은행 적금 잔액을 끌어올린 주인공으로 지목되지만,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는 게 금융권 중론이다. 청년도약계좌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서 출시했던 정책 금융상품인 ‘청년희망적금’ 사례 등을 종합해 지난해 청년도약계좌 가입자 목표치로 306만명을 설정했다. 이를 위한 예산은 3678억원이 편성됐다. 하지만 실제 실적은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해 청년도약계좌 가입자는 51만명으로 목표치 6분의 1에 불과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회초년생들이 월 70만원씩 5년 동안 납입해야 한다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며 "정부가 최근 만기 도래한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들을 청년도약계좌로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적금 잔액이 빠르게 늘고 있는 건 은행 자체 상품들도 과거에 비해 높은 이자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은행 자체 적금들이 만기도 짧고 이자도 적지 않다 보니,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할 요인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은행에서 자체 기획해 판매 중인 적금은 인기가 치솟고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 퍼스트 정기적금'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 한 달간 이 적금의 금리를 최고 연 7%로 올려 특판을 진행했다.
우리 퍼스트 정기적금은 특판 시작 2주만에 20만좌가 '완판'됐으며, 추가된 한도(20만좌)도 지난달 31일 모두 판매됐다. 우리은행은 이달부터 해당 적금의 최고 금리를 연 6%로 판매하고 있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65만좌 이상이 가입을 완료했다. 청년도약계좌 실적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가입자들은 우리은행 적금 인기 비결로 간단한 우대금리 조건과 적절한 납입 한도를 꼽는다. 통상 은행에서 진행한 고금리 특판 상품은 월 납입 한도가 20~30만원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우리은행에서 내놓은 이번 적금 월 납입 한도는 50만원이다. 통상 사회초년생 청년들이 납입 가능한 수준도 50만원으로 분석된다. 이는 청년도약계좌를 살펴보면 더 명확해진다. 청년도약계좌는 월 70만원을 납입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들의 월평균 납입액은 56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월 70만원 납입은 청년들 형편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은행 적금 가입자인 A 씨(31, 성동구)는 "첫거래와 자동이체만 달성하면 우대금리를 모두 챙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앞서 들었던 청년희망적금이 만기에 도달해 청년도약계좌를 찾아봤지만, 5년이란 기간과 납입 금액이 부담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희망적금은 월 50만원씩 2년만 납입하면 혜택을 모두 받을 수 있었지만, 청년도약계좌의 경우 부모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도저히 월 70만원씩 납입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심정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