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제약사들이 보령(003850)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피마사르탄)'에 대한 특허 심판을 제기했다. 오리지널사인 보령은 듀카브에 이어 카나브 특허 공세까지 막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알리코제약(260660) 등 4개 제약사는 최근 특허심판원에 '당뇨병성 신장질환의 예방 또는 치료용 약학적 조성물' 특허를 피하기 위한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 심판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판 제기 회사는 알리코제약을 비롯해 대웅제약(069620), 동국제약(086450), 한국휴텍스제약 등이다.
해당 특허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내 특허 목록에 들어있지 않은 이른바 '미등재 특허'로 지난해 628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한 보령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정(성분 피마사르탄)'의 용도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특허는 지난 2016년 1월 출원됐는데, 내용을 보면 카나브의 적응증 중 하나인 고혈압을 가진 신장질환자의 단백뇨를 줄이는 효과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나브는 지난해 2월 물질특허가 만료되면서 제네릭 빗장이 풀린 상태다. 다만 물질특허 만료에도 1년 가까이 제네릭을 발매한 업체는 없다.
제약업계에선 카나브 단일제에 대한 보령의 영향력이 매우 큰 상황에서 제네릭의 시장성이 낮게 전망되는 데다, 카나브의 주성분인 피마사르탄 수급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여기에 피마사르탄의 경우 다른 사르탄과 대비해서도 생산단가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나 인도 등에서 원료 등을 합성할 수 있다고 해도 제네릭을 등재했을 때 받게 될 약가는 실제 생산단가 대비 몇 퍼센트가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미등재 용도특허의 존재도 제네릭 발매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제네릭사 입장에선 제품을 발매하더라도 본태성 고혈압의 치료 목적으로만 판매할 수 있다. 당뇨병성 만성 신장질환 치료 목적으로 판매할 경우 특허 침해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이에 알리코제약 등 4개사는 카나브 용도특허에 심판을 청구하면서 제네릭 공세를 본격화했다. 이들 대부분은 보령과 듀카브 특허분쟁을 동시에 전개 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카나브는 출시된 지 5년 만에 듀카브로 진화했다. 카나브에 암로디핀(amlodipine)이라는 약물을 더한 듀카브는 혈압 강하에 더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 수축기 혈압(심장이 수축할 때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을 떨어트리는 효과는 카나브의 2배 이상, 혈압 조절률도 기존 약의 1.5배 이상으로 나타난 듀카브는 원인 불명의 본태성 고혈압까지 '치료 가능'의 영역으로 만들었다.
약효가 입소문을 타면서 듀카브는 보령의 새로운 효자가 됐다. 출시 첫 해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듀카브는 지난해 매출 500억원을 돌파했다. 카나브와 함께 중남미·아시아 국가들로 뻗어가면서 'K-신약' 반열에도 이름을 올렸다.
듀카브의 시장성을 알아본 알리코제약과 한국휴텍스제약, 에이치엘비제약, 신풍제약 등 제약사들은 지난 2021년 1월 듀카브의 특허에 대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지만 2022년 3월 기각 심결을 받으면서 도전에 실패했다.
이에 제약사들은 항소와 함께 무효심판을 청구, 듀카브의 특허를 넘어서기 위해 총력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두 심판 모두 지난해 11월30일 2심에서 원고인 도전 제약사들의 패소로 일단락됐다. 2심에서 패소한 제약사들 대부분이 상고를 결정, 현재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만약 제네릭사들이 1·2심 판결을 뒤집고 대법원에서 승소하고, 카나브 특허분쟁에서도 승리할 경우 카나브와 듀카브 제네릭을 동시에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피마사르탄 성분 단일제·복합제 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듀카브의 지난해 원외처방실적(유비스트)은 460억원에 달하고,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265억원을 기록해 연말까지 500억원 이상의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카나브는 지난해 628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2022년 584억원 대비 8% 증가했다. 물질특허 만료에도 제네릭이 발매되지 않아 성장세가 지속된 것으로 분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듀카브로 시작된 특허분쟁이 카나브로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라며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제약사들이 1,2심을 뒤집고 승소하긴 힘들어 보인다. 승소를 하더라도 수익성부분을 고려하면 실제 제네릭 생산까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