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융권이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부수업무 지정 신고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를 승인하면, 다른 금융사들도 알뜰폰 사업에 손쉽게 뛰어들 수 있어서다. 이미 우리금융은 사업 검토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비금융 포트폴리오 확장의 일환으로 알뜰폰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금융에 따르면 알뜰폰 사업에 대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 장민태 기자
우리금융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부수업무로 받아줄 것에 대비해 알뜰폰 시장 진출을 위한 사업성 검토 등을 시작했다"며 "우선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부수업무로 지정받아야, 다른 금융사들도 진입하기 쉬워진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혁신금융서비스에 선정된 '리브엠(Liiv M)'을 통해 알뜰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혁신금융서비스는 금융사가 금산분리 규제를 받지 않고 비금융업에 진출할 수 있게 해주지만, 적용되는 기간이 연장을 포함해 최대 4년에 불과하다.
이에 KB국민은행은 서비스를 지속해서 제공하기 위해 알뜰폰 사업의 부수업무 지정 신고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를 승인할 경우, 선례가 생기게 돼 타 금융사도 알뜰폰 사업이 가능해진다.
금융당국은 KB국민은행의 부수업무 신청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이들이 은행의 이자이익 중심의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내세운 방안이 비금융업 진출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간 차이에서 발생한 마진을 수익으로 삼는 게 당연하지만, 그 비중이 글로벌 은행에 비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들은 업무와 수익원을 다변화하기 위한 개선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그중 하나가 은행의 비금융업 수행을 합리적 범위내에서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사의 비금융업 진출이 응원받고 있지만, 그냥 뛰어들 순 없다"며 "당국이 진출 조건에 금융과 비금융 융합을 통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걸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금융이 다양한 비금융 먹거리 중 알뜰폰을 선택한 이유는 KB국민은행의 리브엠에서 가능성을 엿본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브엠 매출은 지난해 기준 8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KB국민은행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리브엠 통신업 영업보고서 작성 용역' 공고가 근거다. 통신사업자는 연간 매출액 800억원이 넘을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영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리브엠 매출이 지난 2020년과 2021년 각각 139억, 320억원이였던 점과 비교하면 큰 성과다.
가시적인 성과는 가입자수에서도 나타난다. 리브엠 가입자는 2019년 5000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기준 42만명이 리브엠에 가입해 통신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이에 기반한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5%에 불과하지만, 기존 이동통신사 3사 자회사와 경쟁해 유의미한 고객수를 확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금융사가 비금융업에 진출하는 목적에 고객 데이터 확보도 포함돼 있다. 고객 데이터는 본업인 금융업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로 활용된다. 아울러 비금융과 금융을 융합한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이용할 수 있다.
금융사 입장에서 수익 구조 개선과 고객데이터 확보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사업이 알뜰폰인 셈이다. 다만 우리금융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이 금융사의 시장 진출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와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금융사의 알뜰폰 시장 진입에 반대 입장을 낸 상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아직 검토에 나선 것일 뿐 사업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알뜰폰은 영세한 사업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