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해를 넘긴 현대제철(004020)의 2023년도 임금 협상이 최근 재개됐지만, 여전히 타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제철이 업황 불황을 토로하고 있지만, 노조의 요구사항은 지난해와 동일해서다. 특별성과급 지급 여부와 규모가 협상의 쟁점인데, 노사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임금 협상은 지난해 현대제철 사장과 노조 집행부 교체 등으로 중단됐다가, 최근 △인천 △포항 △당진 등 5개 공장에서 재개됐다. 지난해 11월 이후 2개월 만이다.
현재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영업이익의 25%를 70주년 특별성과급으로 지급 등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10만2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급 400% △격려금 1300만원 등을 두 차례에 걸쳐 노조에 제시했다.
70주년 특별성과급 지급 여부 및 규모에 대해 노사의 견해가 지속적으로 엇갈리고 있고, 지난 19일 열린 17차 교섭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측은 철강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것을 고려해 특별성과급을 수용하기 어렵고, 현재 제시안이 최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노조가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영업이익의 25%를 70주년 특별성과급으로 지급'. 이들의 바람대로 지난 2022년 현대제철 영업이익 1조6164억원의 25%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경우 1인당 평균 3000만원에 달한다.
노조는 현대자동차·기아와 현대모비스가 특별성과급을 받은 만큼, 같은 일원인 현대제철도 받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이어 올해 역시 경기 전망이 좋지 않은 탓에 사측은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현대제철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각각 1조원, 62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약 34%, 당기순이익은 약 40% 줄어든 수치다.
무엇보다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건설업황이 올해에도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현대제철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점을 고려해 노사 모두를 위해서라도 설 이전에 임금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노조가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2023년도 임금 협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11월 현대제철 신임 사장으로 선임된 서강현 사장의 부담도 상당하다. 이 때문에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출신이자 '재무통'으로 알려진 서강현 사장이 얼마나 파격적인 교섭에 나서 노조 리스크를 해결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2023년 임금 협상이 재개되면서 서강현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첫 번째 시험대에 오른 상황으로, 리더십을 증명해야만 하는 시점이다"라며 "동시에 위기극복을 위해 올해 실적 개선이 중요한 만큼, 노조가 한발 물러서는 모습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교섭 재개 후 노조와 논의하고 있는 단계다"라며 "노사 간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