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새해부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M&A 불모지'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기업가치 제고와 전략적 투자를 위해 M&A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한국M&A거래소에 따르면 공시 대상 국내 바이오·의약·헬스기업의 M&A는 지난해 67건으로 전년 대비 10% 늘어났다. 이는 정보기술(IT)·콘텐츠(43건), 전기·전자·가스(51건), 금융·보험(47건) 등보다 많은 수준이다.
먼저, OCI(010060)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이 양 그룹 간 통합을 위한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 OCI 그룹은 자산총액 12.3조, 재계 서열 38위의 대기업이다.
OCI홀딩스는 총 7703억원을 투자해 한미사이언스(008930) 지분 27.0%(구주 및 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을 취득하고, 한미사이언스는 임주현 사장 등 주요 주주들이 OCI홀딩스의 지분 10.4%를 확보하게 된다.

오리온이 5500억원을 투자해 신약 개발 기업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한다. 사진은 오리온 본사. © 오리온
'초코파이'로 유명한 제과업체 오리온(271560)도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ADC 전문기업 레고켐바이오(141080)를 품었다. 오리온은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21.88%를 약 4700억원에, 창업자인 김용주 대표와 박세진 사장으로부터 140만주(3.85%)를 약 787억원에 매입, 총 5487억원을 투자했다. 이로써 지분 25.73%를 확보, 오리온은 레코켐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두 기업의 합의에 따른 최대주주 변경으로 오리온은 숙원 사업이던 제약바이오 분야에 진출하게 됐고, 레고켐은 향후 안정적인 운영 및 기술고도화를 지속하기 위한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게 됐다. 각 회사의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해 최대주주 변경에도 김 대표를 비롯한 현 경영진·운영시스템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한, 씨젠(096530)은 지난 15일 소프트웨어 기획과 사용자경험‧인터페이스(UX‧UI) 전문기업 브렉스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브렉스는 디지털혁신을 지원하는 IT 전문회사다. 씨젠은 내부조직처럼 지속적인 협업이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협력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인수를 결정했다. 브렉스는 향후 씨젠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신사업을 비롯한 사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세계 첫 번째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레켐비' 공동 개발사로 유명한 미국 바이오젠의 바이오시밀러 사업부 인수를 추진한다. 해외 영업조직을 확대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물산(028260)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바이오 투자펀드(라이프사이언스펀드)의 다음 투자처도 해외 바이오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앞으로도 추가 투자 및 합병 소식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다수 기업이 M&A 의사를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새해부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유한양행(000100)은 지난 8일부터 11일 열린 제약바이오 투자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이하 JPM)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M&A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고,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 등 신규 플랫폼 확보를 위해 Inorganic Growth(인수, 합병 등 외부적 요인 통해 사업 확장)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바이오 산업의 특수성이 기업 간 M&A를 부추기고 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R&D가 핵심인 제약·바이오 산업에 진출하려면 기술을 가진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확보할 가장 빠른 방법이 바로 M&A다. 이미 기술력이 검증됐거나 성과를 내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전환 후 바이오 거품이 빠지면서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개발 기간이 긴 신약 개발 비용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자금난으로 인해 많은 바이오기업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가치가 떨어진 점도 인수합병이 활발해진 배경"이라며 "새 먹거리로 바이오를 낙점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향후 추가 투자 및 합병 소식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