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화학업계가 필름 사업에서 손을 터는 가운데, 코오롱인더스트리(120110)의 필름 사업 매각설이 흘러나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회사가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스페셜티(고부가가치) 강화를 선언한 만큼 한계 사업을 접고 신사업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올해 국내 화학업계의 위기 돌파 키워드는 단연 '한계 사업 축소'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의 설비 확충 등이 지속돼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신학철 한국석유화학협회 회장 겸 LG화학(051910) 부회장은 최근 열린 '2024년도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석유화학업계의 한계 사업을 축소하고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국내 석유화학의 기조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면서 "고부가가치 산업인 저탄소·친환경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모바일,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IT 기기와 각종 생활용품의 포장재로 쓰이면서 흑자를 안기던 필름 사업이 한계 사업으로 전락했다고 평가한다. 과거 화학업계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지만, 공격적인 증설에 나선 중국이 저가 물량을 쏟아내면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손을 뗀 기업들도 있다. 지난해 9월 LG화학은 편광판 및 편광판 생산에 투입되는 소재 사업을 중국 기업에 총 1조982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편광판은 일정한 방향의 빛만 통과하는 얇은 필름이다.

서울 마곡 코오롱 원앤온리타워 전경. ⓒ 코오롱
SKC(011790) 역시 지난 2022년 회사의 모태가 된 필름 사업을 1조6000억원에 매각했고, 효성화학도 지난해 대전 나일론 필름 생산라인 철수를 결정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필름·전자재료 부문은 지난 2022년 2분기부터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에 31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021년에 217억원으로 100억원 가까이 떨어졌고 지난해 3분기 1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공장 가동률을 기존 79%에서 14% 정도 낮췄음에도 손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때문에 최근 필름 사업 매각설이 제기됐다. 그러나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필름 관련 사업에 대해 가동률 조정부터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이나 현재 결정된 바는 없다"며 "여러 고민을 하는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다른 기업들처럼 필름 사업을 접고 신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이라 보고 있다. 회사 측은 스페셜티 강화를 선언하고 이미 투자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2989억원을 투자해 연산 7810톤 규모의 아라미드 증설을 완료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라미드는 슈퍼섬유로 불리는데, 강철 대비 강도는 5배 이상 높도 500도 이상의 고온에 견딜 수 있는 차세대 신소재다.
업계 관계자는 "전방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연관 산업들도 다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화학업계의 한계 사업 정리 및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사업 재편은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