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소비침체와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가 올해 '오프라인' 경쟁력을 강화, 본업에 집중한다.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이끌기 위해 기존 매장을 미래형으로 재단장하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채워 넣거나 상품력을 키우는 데 공을 들일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069960) 등 백화점 '빅3'는 매장 리뉴얼을 통한 공간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팬데믹을 지나 '직접' 체험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성향을 반영한 변화다.
롯데백화점은 올 하반기 잠실점 새 단장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잠실 롯데월드몰을 중심으로 신규 브랜드와 팝업을 대거 유치했다면 올해는 백화점, 에비뉴엘, 월드몰로 이어지는 초대형 복합 쇼핑타운을 구상 중이다. 지방 중소형 점포에도 특성에 맞는 새로운 브랜드를 유치하고 체험형 콘텐츠를 채워 넣기 위해 정준호 대표 직속의 '중소형점 활성화 TF(태스크포스)'를 신설했다.
신세계(004170)는 올해 매출 3조원을 달성한 강남점에 더 공을 들일 계획이다.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식품관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하고 옛 면세점 공간에 와인 전문관과 프리미엄 푸드홀을 들인다. 강남점 식품관은 국내 최대 규모인 6000여 평으로 확대된다.
광주 신세계는 종합버스터미널 부지를 확보해 쇼핑, 문화, 예술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미래형 공간으로 꾸미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판교점·더현대 서울 등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 리뉴얼 작업을 지속해갈 방침이다. 또한 '더현대 광주'를 통해 미래형 리테일 플랫폼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계획이다. 더현대 광주는 관광·문화·예술·여가와 쇼핑을 융합한 국내 최초의 문화복합몰로 연면적만 30만㎡(약 9만평)에 달한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 추진 중이다.
◆신세계 강남점, 불황에도 3조 클럽 입성
고객 경험과 체험에 방점을 둔 리뉴얼은 작업은 실적으로 돌아왔다. 경기 불황에도 조 단위 매출이 이어진 것. 서울 강남, 강북을 비롯해 첫 부산 지역 2조 매출 점포도 등장하며 순항 중이다.
2019년 단일 유통 점포 중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넘어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4년 만에 매출 3조원의 벽을 뚫었다. 지난달 20일 기준 누적 매출이 3조원을 달성해 '3조 클럽'에 입성했다. 2000년 문을 연 강남점은 국내 첫 연매출 2조원 점포(2019년)에 이어 첫 연매출 3조원 돌파 점포 타이틀도 갖게 됐다.
신세계 센텀시티는 지난해 누적 매출 2조원을 달성하며 서울 이외 지역 백화점 중 처음으로 '연 매출 2조 점포'로 등극했다. 지난 2009년 개점 이후 비수도권 점포로는 처음으로 2016년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한 센텀시티는 14년만에 2조원도 넘어서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강북에서도 매출 2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린 백화점이 등장했다. 롯데백화점은 1979년 개점한 본점이 지난해 매출 2조원의 벽을 넘은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022년 역대 매출(1조9343억원)을 거둔 본점이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누적 매출 2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지난해 12월27일 롯데백화점이 송파구 잠실점과 함께 운영하는 명품관 에비뉴엘 잠실점은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을 '1등 프리미엄 매장'으로, 잠실점을 '초대형 복합쇼핑타운'으로 운영해 VIP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모두를 품겠다는 목표다.
더현대서울은 지난해 12월2일 개점 2년 9개월 만에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해 최단 기간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연 매출 2조6000억원을 기록했던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올해 3조원 돌파가 기대된다.
◆소비 한파에도 지갑 연 VIP·MZ세대
업계에서는 지난해 소비 한파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수고객(VIP)이 지갑을 연 점포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 고객층의 마음을 잡은 점포가 활약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강점을 지닌 명품 부문 기반으로 탄탄한 우수고객 수요가 이어졌고, 최근 백화점 주요 고객으로 떠오른 2030 세대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늘어난 외국인 고객 공략에 성공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2019년 '리빙관'을 시작으로 남성·여성 해외 패션관 등을 꾸준히 리뉴얼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프리미엄 상품을 강화하면서 지난해 VIP 매출이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이 지난 2023 크리스마스 시즌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 전시한 H빌리지. ©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은 젊은 세대들에게 그 자체로 방문할 가치를 주는 공간을 넘어 MZ세대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더현대 서울을 방문해야만 경험할 수 있는 각종 팝업스토어와 K패션 브랜드 등 참신한 콘텐츠 발굴이 더현대 서울의 강점이 됐다는 분석이다.
또한 BTS, 블랙핑크, 아이브 등 글로벌 아이돌 그룹 관련 팝업스토어를 꾸준히 운영하며 외국인 집객에도 성공했다. 실제로 더현대 서울 외국인 매출은 2023년 1~11월 기준 전년대비 891.7% 상승했다.
◆대형마트 '식품' 강화로 불황 타개
대형마트 업계는 상품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인 식품에서 불황을 타개할 답을 찾고 있다.
이마트(139480)는 유통 1위이자 토종의 자부심을 최대한 발휘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30년간 쌓은 업력에 따른 네트워크 강점을 활용해 반값 한우나 반값 킹크랩 등 좋은 상품을 합리적 가격에 공급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기존 매장은 고객의 시간을 점유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한 미래형 매장으로 리뉴얼해 나간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강점인 식료품 매장을 키우고 상품 가짓수도 늘릴 계획"이라며 "동시에 고객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체험 공간과 맛집을 입점시켜 쇼핑을 즐겁게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대형마트 최초로 매장 전체의 90%를 식료품으로 구성한 서울 은평점을 문 열었다.

서울시 은평구에 리뉴얼 오픈한 '그랑그로서리' 매장. © 롯데쇼핑
'그랑 그로서리(Grand Grocery)' 은평점은 국내 최대 델리(즉석식품) 식료품 제안 매장이란 슬로건을 내세웠다. 기존 대형마트보다 더 신선하고,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가 가득한 그로서리 전문마켓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홈플러스는 초대형 식품전문매장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을 늘리고 있다.
메가푸드마켓은 지역 상권 특성에 맞춘 간편식과 델리 등 1~2인 가구에 특화된 상품 구색을 강화했다. 홈플러스는 서울, 경기, 호남, 영남권 등 전국 주요 매장들을 선정해 메가푸드마켓으로 재개장하는 중이다. 차세대 콘셉트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2.0'도 선보였다.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부터 제로 출점 기조를 이어오던 대형마트들은 올해 신규 출점에도 시동을 건다.
이마트는 3년 만에 신규 출점을 계획하고 있다. 2021년 이후 신규 매장을 내지 않았던 이마트는 새해에 최소 5개 이상의 부지를 확보해 신규 출점하는 계획을 세웠다. 2025년에는 강동에 신규 매장 개점도 예고했다.
2023년 9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세계 오프라인 유통 사업군(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의 수장이 된 한채양 대표는 2024년에는 점포의 외형 성장에 집중하겠고 밝혔다. 한 대표는 "한동안 중단했던 이마트 신규 점포 출점을 재개하겠다"며 "회사의 모든 물적, 인적 자원을 이마트 본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마트도 구체적인 출점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는 '2024 롯데마트&롯데슈퍼 파트너스 데이'에서 "새로운 기회가 있으면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제공해 고객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끌어들여,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경험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요구가 여전한 만큼, 미래형 점포 등과 같은 리뉴얼 작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