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2023 철강 결산] 대내외적 악재, 신성장 동력 주목

원자재 가격 상승·전기료 인상·노사 갈등 포함 겹악재…리더십 교체 '내년 위기 극복'

조택영 기자 | cty@newsprime.co.kr | 2023.12.27 12:34:56
[프라임경제] 2023년 국내 철강업계는 전방산업 경기둔화와 중국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차가운 한 해를 보냈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전기료 상승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실적 개선의 한계가 명확했다는 평가다.

노조 리스크도 발목을 잡았다. 포스코는 창사 55년 만에 첫 파업 위기를 맞았고, 현대제철은 15차례 교섭을 이어갔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해 아직 노조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결국 대내외적 악재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철강업계는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과 리더십 교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이에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계묘년(癸卯年)에 벌어진 국내 철강업계의 주요 이슈들을 정리해 봤다.

◆연이은 악재, 실적 부진 지속

태풍 힌남노에 따른 피해 복구를 완료한 국내 철강업계는 올해 초 업황을 전망하면서 '상저하고(상반기 낮고 하반기 상승)'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전방산업 수요 증가로 인한 시황 회복과 원자재 가격 안정세 등 긍정적인 요소가 적지 않은 이유에서다.

여기에 더해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따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기대하며 철강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은 빗나갔다. 현재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들의 실적 하락세가 가파른 상태다.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58조4631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누적 대비 10.7% 하락한 수치다. 누적 영업이익은 40% 하락한 3조2271억원, 누적 순이익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인 2조166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한 직원이 용광로에서 쇳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현대제철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2%, 영업이익이 38.8%나 감소했다. 1~3분기 누적으로 봐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 줄어든 19조8106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1조8925억원에서 1조274억원으로 감소했다.

중국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없었고, 선박용 후판은 수입 물량 증가와 가격협상 난항으로 인해 이익이 나지 않은 영향이다. 납품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후판 사용 빈도가 조선소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어 철강업계의 후판 생산량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원자재 가격·전기요금↑…제품 가격에 적용 힘들어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중국산 철광석 수입 가격은 톤당 138.05달러로 집계됐다. 연초(1월 3일) 대비 17.3% 증가한 수치다. 철광석과 더불어 철강 제품을 만들 때의 핵심 원료인 제철용 원료탄(호주산)도 톤당 335.25달러까지 상승했다. 연초 대비 13.8% 비싼 가격이다.

원가가 오르면 제품 판매가도 올라가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국내 업체들은 가격을 상향 조정하기 힘든 형국이다. 건설을 비롯한 전방산업 업황이 좋지 않아 수요가 부진한 데다, 철강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 일본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싼값에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중국, 일본 등으로부터 수입된 철강재는 모두 1439만5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늘어난 규모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산 철강재가 전년 동기 대비 31.2% 늘어난 807만3000톤, 일본산 철강재는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519만6000톤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전기요금까지 상승했다. 올해 전기요금은 세 번에 걸쳐 1㎾h당 총 31.7원 상승했다. 전력비용은 철강제품 원가의 10% 차지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통상 전기료가 ㎾h당 1원 오를 때마다 철강사들의 원가 부담은 연간 2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노조가 지난 10월1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신청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진 후 고(故) 박태준 초대 회장의 묘소에 참배하고 있다. ⓒ 포스코 노조


원자재 가격과 전기요금 상승은 철강업계의 어려움을 가중하는 요소임에도, 제품 가격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철강 제품 가격은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가격이 묶여 움직이는 탓에 한국만 가격을 올릴 경우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어 전 세계에서 팔리지 않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노조 리스크에 신음, 리더십 교체 집중

올해에는 노조 리스크도 업계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포스코는 사상 초유의 파업 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포스코 노사는 지난 5월24일 상견례 이후 10월5일까지 총 24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노사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노조는 교섭 결렬 선언 이후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신청,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였다.

10월30일 중노위에서 진행된 2차 조정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중노위가 교섭 중지를 선언해 포스코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하게 됐다. 이후 이례적으로 중노위원장까지 참여해 같은 달 31일 새벽까지 교섭이 진행됐다.

이에 △기본임금(Base-Up) 10만원 인상(자연상승분 포함 17만원 수준) △주식 400만원 지급 △일시금(비상경영 동참 격려금) 250만원 △지역상품권 50만원 △격주 4일 근무제도 도입 △경영성과금제도·직무급제 도입·복리후생 재설계를 위한 TF구성 등의 내용이 담긴 잠정합의안을 극적으로 도출했다.

이후 포스코 노조는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투표 결과 50.91%의 찬성을 얻어 힘겹게 잠정합의안이 가결됐다.

반면 현대제철은 아직까지도 노조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했다. 15차례 교섭을 이어갔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고,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와 포항지부 현대제철지회가 차기 집행부 선거를 진행해 교섭이 잠정 중단됐다. 결국 협상은 해를 넘기게 된 모양새다.

교섭이 재개된다하더라도 노사의 이견이 커 협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철강업계의 리더십 교체가 속속 이뤄지고 있어 내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 현대제철


우선 현대제철은 서강현 현대차그룹 부사장(기획재경본부장)이 사장 승진과 함께 현대제철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서강현 사장은 아직까지 마무리 하지 못한 임단협 과제부터 먼저 풀어나갈 것으로 전망되며, 수익성 중심의 사업구조 개선을 이뤄낼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차기 회장 인선이 시작됐지만 최정우 회장이 별다른 거취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연임 의사를 굳이 표명하지 않더라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최근 포스코 CEO후보추천위원회는 회장 인선 절차에 착수했고, 내년 2월 중순까지 최종 후보자를 확정해 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고부가가치 산업 투자 '사활'

국내 철강업계는 건설경기와 중국 시장에만 의존할 수 없기에 친환경·에너지 등 미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또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에도 나서는 모습이다.

해상풍력과 수소, 해상플랜트 같은 에너지 철강 분야가 대표적이다. 중국산 철강재와 경쟁을 피하면서 기술력이 중요한 산업인 만큼 한국 철강이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기존 조선용 후반이 전체 생산량의 55%를 차지했으나, 해상풍력용 철강재 등 공급망을 확보하면서 향후 비중을 10%p정도 낮출 방침이다. 또 강관 자회사 현대스틸파이프를 신설하며 강관사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친환경 에너지용 강재 브랜드 '그린어블'을 통해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 외에도 태양광, 수소저장용기 등 에너지용 강재 공급을 늘리고 있다.

동국제강은 올해 지주사 체제로 거듭나며 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지주사 동국홀딩스와 열연사업법인 동국제강, 냉연사업법인 동국씨엠으로 분할돼 각자의 전문성과 시장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동국홀딩스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등을 통한 미래 성장기반 확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