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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결산] '건전성'과 '중·저신용자' 사이 딜레마

도입 6년 차, 잇따른 신규 플레이어 도전장 "소상공인·자영업자 특화"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3.12.26 10:06:19
[프라임경제] 인터넷전문은행은 혁신과 은행업 경쟁 촉진을 위해 도입됐다. 2024년이면 7년 차를 맞는다. 그간 금융 편의성 제고에 기여한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공급에서는 아쉬운 평가를 받고 있다. 목표치에 맞춰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자니 건전성이 악화되는 딜레마로부터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다.    

◆앞서간 카카오뱅크…다른 전략 케이뱅크·토스뱅크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3사(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으로 2876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인 1019억원 대비 182% 증가한 수준이다. 

카카오뱅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793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768억원 늘었다. ⓒ 연합뉴스


은행별로 살펴보면 카카오뱅크는 올해 의미 있는 성적표를 받았다. 카카오뱅크 누적 순이익은 27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8억원이 늘었다. 금융권은 카카오뱅크 성장 비결로 주택담보대출과 압도적 고객수를 거론한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 대출성장률은 주택담보대출 중심 성장 전략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9.3%를 달성했다"며 "아울러 다른 은행 대비 높은 여수신 경쟁력으로 고객 확보를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3분기 기준 카카오뱅크 고객수는 2230만명으로 케이뱅크(920만명)와 토스뱅크(800만명) 고객수를 합한 것보다도 많다. 대출 성장률은 지난해 출시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영향으로 2분기 15.7%에 이어 3분기 9.3%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올해 누적 순손실 299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1719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크게 줄었다. 특히 이들은 3분기에 86억원을 순이익으로 거둬들여 출범 이래 분기 기준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남은 4분기 실적만 뒷받침된다면 연간 흑자전환이 코앞에 있다.

이들은 흑자 전환과 건전성 관리를 위해 고신용자 대상 영업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토스뱅크는 지난 9월 신용점수 600점 이하 중·저신용자 대상 신규 가계대출 금리를 7월 대비 1.2%p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는 0.3%p 올렸으며, 케이뱅크는 0.1%p 낮췄다. 

반면 케이뱅크는 대출 성장보다 마진 개선에 중점을 뒀다. 우선 3분기 기준 누적 순이익은 382억원으로 전년 동월 713억원 대비 46.2%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순이자마진(NIM)이 직전 분기 대비 0.12%p 급등했다. 이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따른 것으로 토스뱅크 NIM이 0.04%p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카카오뱅크는 막대한 자본으로 다양한 대상에게 대출을 제공했고, 자본비율이 낮은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 및 고신용자 중 양자택일해 집중한 셈이다.    

◆약속한 중·저신용자 비중 달성 '불확실'

문제는 연말까지 지키기로 약속한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이다. 금융당국은 당초 중금리대출 확대 목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인허가했다. 올해 말까지 달성하기로 한 비중은 △케이뱅크 32% △카카오뱅크 30% △토스뱅크 44%다. 

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 은행연합회


카카오뱅크를 제외한 케이뱅크·토스뱅크는 목표치 달성이 불확실하다. 카카오뱅크는 9월말 기준 28.7%를 달성해 목표치까지 단 1.3%p만 남은 상태다. 반면 케이뱅크는 5.5%p, 토스뱅크는 9.54%p가 부족하다. 

특히 토스뱅크 중·저신용자 비중은 지난 3월말 42.06%로 고점을 찍은 이후 2분기 연속 추락했다. 이들은 지난해말에도 인터넷전문은행 중 유일하게 중·저신용자 비중을 달성하지 못했다. 

토스뱅크가 중·저신용자 비중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배경으로 건전성이 지목된다. 중·저신용자 비중을 높이면 건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딜레마에 빠진 상태다. 9월 기준 토스뱅크 연체율은 1.18%로 전년 동월 대비 0.88%p 치솟았다. 부실 채권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27%로 지난해 9월 0.23% 대비 다섯 배 이상 늘었다. 

다행히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 딜레마에 공감하는 모양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중·저신용자 비중 달성에 실패한 은행은 신사업 인허가 등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하지만 당국은 다른 옵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저신용자 비중 산출 기준을 변경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신규 플레이어 대두…회의적인 출범 가능성 

인터넷전문은행은 지난 2021년 10월 토스뱅크가 출범한 이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포함한 3사 경쟁 구도로 굳어진 상태다. 변함없을 것 같던 업권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신규 플레이어들이 은행권에 진출하기 위해 도전장을 내던졌다. 

사업자 3곳이 금융위원회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 연합뉴스


금융권에 따르면 26일 기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 신청 계획을 밝힌 사업자는 △소상공인연합회 △자비스앤빌런즈 △한국신용데이터(KCD) 총 3곳이다. 이들은 각각 △소소뱅크 △삼쩜쌈뱅크 △KCD뱅크라는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들은 모두 제4인터넷전문은행 차별점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특화 서비스를 내세웠다. 기존 금융권이 품지 못한 사각지대를 노린다는 게 이들의 포부다. 포용금융에 부합한 키워드로 출범 명분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제4인터넷전문은행 출범 가능성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이다. 당장 내년 초에 예비인가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본력 확보가 관건이다. 하지만 이들이 구성 중인 컨소시엄에 기존 금융사는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반면 앞서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인가 신청 당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투자를 유치해 재무적 안전성 확보에 성공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강조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대출은 일반적으로 연체율 등 건전성 위험이 크다"며 "금융당국이 납득할 만한 재무적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예비인가 신청은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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