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해 식품업계는 가공식품 관련 가격 인상 결정과 철회 소식이 이어졌다. 업계는 원재료, 인건비, 제반 비용 등의 상승을 이유로 잇따라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인상 계획을 발표했으나 정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가격 인상 자제를 촉구하면서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식품업계는 가격 인상을 포기하는 대신, 제품 용량을 줄이면서 '슈링크플레이션' 논란까지 불거졌다.
올해 상반기부터 식품업계와 정부의 가격 줄다리기가 지속됐다.
지난 7월 라면업계는 제품 가격을 인하를 결정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국제 밀 가격이 하락했는데, 라면 가격도 내려야 하지 않겠냐고 언급한 것.
그 결과, 라면·제분 업계는 5% 안팎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농심은 7월을 기점으로 신라면과 새우깡의 가격을 내렸고, 삼양식품과 오뚜기, 팔도도 가격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이후 롯데웰푸드, 해태제과 등 제과업계도 일부 제품의 가격을 내렸다.

라면업계가 지난 7월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 연합뉴스
반면 낙농가와 우유업계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원유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 10월1일 원유 가격을 리터당 88원, 8.8% 올리기로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주요 기업 유제품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서울우유는 10월부터 흰우유 '나100%' 200㎖ 편의점 가격을 1100원에서 1200원으로 9.1% 인상했다. 남양유업도 10월부터 '맛있는우유GT' 가격을 올렸다.
매일유업도 우유, 가공유, 발효유, 치즈 등의 유제품 가격을 순차적으로 인상했다.
◆정부 '물가 안정' 요청에 가격 인상 철회
정부의 물가 안정 요청에 제품 가격 인상을 공지했다가 시행 전 이를 철회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CJ제일제당은 3월부터 가쓰오우동, 얼큰우동, 찹쌀떡국떡 등의 제품 판매 가격을 평균 9.5% 인상할 예정이었지만 철회했다. 고추장 등 조미료와 장류 가격 인상 계획도 철회했다.
오뚜기는 이달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카레와 케첩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이를 전격 철회하기로 했다.
풀무원도 편의점에서 △초코그래놀라 △요거톡스타볼 △요거톡초코 필로우 등 유음료 3종 가격을 올릴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고, 롯데웰푸드는 소시지 제품인 '빅팜'의 편의점 가격 인상을 철회했다.
편의점 업계도 인상하려던 PB(자체브랜드) 우유 가격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꼼수 가격 인상 '슈링크플레이션'
정부의 가격 통제에 식품업계는 가격 인상 대신 용량을 줄이며 '슈링크 플레인션' 현상도 나타났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몇 해 전 과자의 양을 줄이고 대신 질소를 더 채우는 '질소과자'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11월 CJ제일제당은 이달 초부터 냉동 간편식품 '숯불향 바베큐바' 중량을 280g에서 230g으로 줄여 편의점에 공급하고 있다. 가격은 봉지당 5600원으로 같지만 g당 가격은 20원에서 24.3원으로 21% 올랐다.

정부는 지난 13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용량 축소 등에 대한 정보제공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 연합뉴스
동원F&B는 올해 양반김 중량을 5g에서 4.5g으로 줄였고 참치 통조림 용량도 100g에서 90g으로 낮췄고, 풀무원의 '탱글뽀득 핫도그'는 500g에서 400g으로 5개 들이에서 4개 들이로 바뀌었다.
또,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작년 9월 유제품 비요뜨 중량을 143g에서 138g으로, 오리온은 지난해 9월 초코바 핫브레이크 중량을 50g에서 45g으로 줄였다.
이에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을 두고 실태 조사에 나섰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3일 경제부총리 주재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가격은 놔둔 채 제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기업들이 제품 용량‧규격‧성분 등이 변경될 경우 포장지와 제조사 홈페이지 등에 이를 알리도록 의무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를 위반하면 사업자 부당행위로 간주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현재 대규모 점포의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는 단위가격 표시를 온라인 매장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소금 사재기·아스파탐 발암물질 논란
지난 6월에는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계획 발표 이후 천일염 등 소금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소비자들의 불안이 높아지면서 소금 사재기 현상도 나타났다.
식염류 1위 제조사 대상 식품몰에서는 소금 품귀현상이 일어났고 쿠팡에서는 '청정원 천일염 가는소금 1kg 정가가 602%까지 뛰었다. 6월1일부터 14일까지 이마트에서는 천일염 매출이 118.5% 상승했다.

지난 7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분류했다. © 연합뉴스
온라인 소금 중고거래가 늘어나고 2만원대 형성했던 20kg짜리 천일염 가격이 5만원을 훌쩍 넘는 현상도 발생했다.
지난 7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분류하면서 식품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아스파탐은 제로콜라·막걸리·과자 등에 설탕 대신 단맛을 내기 위해 쓰이는 인공감미료로, 설탕보다 약 200배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행 아스파탐 사용기준이 안전성에 큰 위해가 없다고 판단, 기준치를 유지했다. 그럼에도 식품업계는 일부 소비자들의 우려를 가라앉히기 위해 대체 감미료를 찾는 등 아스파탐의 함유량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커지는 대체육 시장...사업규모 확장
또한 올해 식품기업들은 대체육 시장에 적극 뛰어들며 사업규모 확장에 나섰다.
지난 3월 식물성 대체식품 브랜드 '마이플랜트'를 론칭하며 대체식품 시장에 본격 진출한 동원F&B는 8월 식물성 캔햄 '마이플랜트(MyPlant) 오리지널'을 출시했다.

동원F&B가 '마이플랜트(MyPlant) 오리지널'을 앞세워 식물성 캔햄 시장 공략에 나섰다. ⓒ 동원F&B
대상은 최근 미세조류를 기반으로 한 식물성 단백질 '골드렐라'와 '화이트 클로렐라' 등을 개발했다.
풀무원은 국내에서는 지난해 8월 론칭한 '지구식단'을 중심으로 전사 핵심 사업인 지속가능식품 사업을 본격 전개하고 있다. 기존 제품인 식물성 텐더, 두부면 등을 브랜드 론칭에 맞춰 리뉴얼하고 냉동만두, 볶음밥까지 라인업을 확대했다.
신세계푸드는 2021년 7월 론칭한 대안육 '베러미트' 사업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콜드컷 슬라이스 햄·식물성 런천 캔햄·소시지 패티·프랑크 소시지·미트볼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했다.
한편, 식품업계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세계육류시장에서 대체육 점유율은 2030년 30%, 2040년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대체육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를 보면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는 올해 252억원에서 2025년 295억원으로 17% 성장을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치소비와 건강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대체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라며 "향후 대체육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