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2023 조선 결산] '슈퍼 사이클' 진입 조선업, 남은 숙제 '만성 인력난'

'한화오션 출범' 특수선 대결 양상…수주량 감소에도 수주 질·이익률 개선

조택영 기자 | cty@newsprime.co.kr | 2023.12.19 18:23:39
[프라임경제] 한국 조선업은 장기 불황을 이겨낸 끝에 호황기를 맞았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호황에 따라 빅3 조선사를 중심으로 3년 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면서 수주잔고가 넘쳐나고 있을 정도로 올해 '슈퍼 사이클'에 진입한 모습을 보여줬다.

동시에 조선업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올해 한화오션이 새롭게 출범했기 때문이다. 방산 사업이 부상하면서 국내 특수선(함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HD현대중공업(329180)과 한화오션(042660)의 수주전이 치열해졌고, 사업 비중이 10%대에 그치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은 특수선 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K-함정 분야의 최강자라는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다만 특수선을 비롯한 선박을 수주를 하더라도 정작 배를 만들 사람이 부족해 만성적인 인력난은 숙제로 남았다. 조선사들은 외국인을 포함한 대대적 인력 충원에 나섰지만, 숙련공이 많지 않아 생산 차질을 우려해야만 상황이다.

이에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계묘년(癸卯年)에 벌어진 국내 조선업계의 주요 이슈들을 정리해봤다.

◆대우조선해양의 새 이름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과 '특수선' 전쟁

올해 조선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는 대우조선해양이 차지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1년 만에 새로운 간판을 달았기 때문이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이라는 이름은 2002년 대우조선공업에서 사명을 변경해 지어졌다.

한화 로고로 새 옷을 입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 한화오션


대우조선해양의 새로운 이름은 '한화오션'이다. 한화그룹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5개 계열사들과 2조원의 유상증자 자금을 출자해 대우조선해양의 주식 49.3%를 확보함으로써 대주주가 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16일 본계약 체결 이후 6개월 만인 올해 5월 대우조선해양은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오션으로 새 출발을 알렸다.

"인수 시너지를 극대화해서 한화그룹을 '국가대표 방산 기업'이자 '해양 솔루션 리더'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을 품은 한화그룹의 포부였다. 이런 발언은 한화그룹이 함정 부품 1위 사업자이고, 대우조선해양이 잠수함 부문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어 방산 부문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왔다.

한화오션은 출범하자마자 사업 핵심 키워드를 '방산'으로 잡고, 특수선 사업에 눈독을 들였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특수선 사업 비중은 10%대에 그침에도 수주 경쟁이 치열했다.

양사의 첫 대결은 울산급 호위함 배치(Batch)-Ⅲ 5·6번함 수주전이었다. 이들은 지난 6월 국제해양방위사업전(MADEX 2023)에서부터 자존심 대결을 펼쳤는데, 총 6개의 호위함을 건조하는 이 사업의 1번함(선도함)은 HD현대중공업이, 2~4번함은 SK오션플랜트가 가져갔다. 남은 5·6번함의 수주 금액은 8000억원에 육박했다.

한화오션이 건조할 울산급 호위함 배치-Ⅲ 모형. ⓒ 한화오션


최종 승자는 한화오션이었지만, 우여곡절도 상당했다. HD현대중공업이 기술능력평가에서는 앞섰지만, 불공정 행위 이력에 따른 감점을 받아 패하면서 △디브리핑 △이의신청 △가처분신청을 잇따라 진행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이 지속적으로 불복의 의지를 드러내면서 한화오션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음에도 본계약 절차에 돌입하지 못했고, 결국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그렇게 한화오션은 뒤늦게나마 5·6번함 건조사업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수주전이 더욱 주목받은 이유는 승리자가 2024년 초로 예정된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전을 비롯한 향후 여러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한화오션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10%대에 머물던 특수선 사업 비중을 2040년까지 25%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전진 중이다.

◆선별 수주로 '수주의 질' 향상…실적 개선세 탄력 기대

올해 한화오션은 특수선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수주 목표 달성률은 43%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한 상태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의 모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009540)은 올해 수주 목표를 다 채운 지 오래다. 무려 136%의 달성률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010140)도 한화오션과 마찬가지로 올해 수주 목표 달성률이 69%에 그쳤다.

저조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부정적인 이슈로 보지 않고 있다. 조선업이 호황기를 맞으면서 3년 반 이상의 수주잔고를 채운 조선사들이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선별 수주에 나선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즉 선별 수주에 따라 수주의 질은 전보다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수주량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 삼성중공업


실제로 수주량은 감소했지만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196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이익률이 개선됐다. 한화오션도 지난 3분기 영업이익 741억원을 달성해 출범 이후 처음 흑자를 기록했고, HD한국조선해양도 2분기 영업이익 712억원으로 적자 고리를 끊어냈다. 

조선사들이 흑자전환을 기록하면서 향후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신조선가가 지속 상승하는 등 국내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세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조선사들은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암모니아 추진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등으로 수주 선종을 다양화해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임금 인상에도 고질적인 인력난…해외 생산기지 건설 검토 중

한편 국내 조선업계가 일감을 3년 반 이상 확보하고 직원들의 임금도 올렸지만, 고질적인 인력난은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일감은 넘치지만 정작 배를 만들 인력이 부족한 셈이다.

△HD현대 계열사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의 9월 말 기준 평균 임금은 6450만원대로 지난해 3분기 5670만원대보다 13.6% 상승했다. 특히 한화오션은 지난 7월 발표한 임금 개편안이 적용되면서 평균 임금이 전년 대비 23.5% 올랐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가스텍 2023' 행사장에서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HD한국조선해양


조선사들은 호황기를 맞으면서 적극적으로 인력 충원에 나서고 있지만, 숙련공 확보에는 애를 먹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1만4359명의 생산인력을 채용했다. 당초 조선사들이 원했던 1만4000명을 넘어선 수준이지만, 채용 인원 중 86%가 외국인 근로자인데다, 숙련공이 많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

업계는 내년에 선박 건조 물량이 더 늘어나 현재보다 약 20%의 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조선 3사의 전체 인력보다 약 8000명이 충원돼야 정상적인 선박 건조가 가능한 셈이다.

조선사들은 생산 차질 문제가 빚어질 것을 우려, 꽉 찬 도크와 인력난 해소를 위해 해외 생산기지 건설을 적극 검토하고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작업과정에 대한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인력에 대한 이슈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외국인을 포함한 인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숙련공을 빠르게 키우거나 충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