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상호금융권 직접 제재와 관련된 법 개정을 건의했지만 '공염불'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무수한 사건·사고를 낸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권·제재권 이관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상호금융업법 개정안을 건의했다.
그간 상호금융권의 경우 타 업권과 달리 개별법에 따라 감독부처가 상이해 '제재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실제 현행법상 금융당국이 제재를 요청할 수 있는 곳은 신용협동조합뿐이다. 농업협동조합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수산업협동조합은 해양수산부 장관,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권한을 갖고 있다.
금감원이 건의한 개정안의 핵심은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의 횡령·배임 사고를 직접 제재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데 있다. 상호금융업법은 △신용협동조합법 △농업협동조합법 △수산업협동조합법 △산림조합법 △새마을금고법 5개 법을 뜻한다.
그러나 금융권은 금감원의 법 개정 요청이 공염불에 그칠 것으로 평가한다. 금감원의 상호금융권 직접 제재를 위해서는 이들 법 모두를 개정해야 하는데, 앞서 정치권에서 추진한 새마을금고법 개정조차 매듭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장 문제가 심각해 금감원 제재가 필요한 상호금융권으로 새마을금고가 꼽힌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상호금융권 사고 규모는 총 511억4000만원이다. 이 중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사고 금액은 255억4200만원이다. 상호금융권 사고 절반이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것.
앞서 사건·사고가 새마을금고에서 연이어 발생하자 정치권과 학계는 새마을금고 감독권 이관을 주장해 왔다. 이들 주장은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신용사업 관리·감독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전문성이 부족한 행정안전부가 아니라 금융당국이 새마을금고를 상시 감독하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며 "국민이 안심하고 서민금융인 새마을금고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13일 금융당국이 감독과 징계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새마을금고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홍성국·임호선·오영환·김한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총 12명이 개정안 발의자로 참여했다.
문제는 개정안이 지난 7월14일 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여전히 계류 중이란 점이다. 아울러 당사자인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는 감독권과 제재권 이양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출범한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자문위원회는 지난 14일 새마을금고를 개혁하기 위해 경영혁신안을 발표했지만, 감독권 이양에 대한 내용은 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최병관 행정안전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새마을금고가 시장과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게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감독권 이관 문제는 국회와 관계부처 등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올해 국감에서 "공무원 시작할 때부터 한국은행과 재무부·금감원까지 (권한 문제로) 싸우는 모습을 봤다"며 "소관 문제가 나오는 순간 논점이 흐려지기 때문에, 이를 지금 언급하는 것은 적합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작 주무부처가 조심스러운 입장인데, 금감원이 상호금융 전체 기관에 대한 이관을 요청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상호금융 전체보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이관부터 먼저 이뤄져야 금감원 건의가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권 관계자는 "개정해야 할 법이 많은 것 외에도, 권한을 가진 주무부처들이 금융당국에 넘기려 할지 의문"이라며 "일례로 행안부가 가진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금융당국에 이양해야 한다는 주장도 실행되지 않았는데, 다른 주무부처들이 가만히 권한을 뺏길 리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금감원 법 개정 요청은 사건·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상호금융에 대한 단순 경고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이 횡령·배임과 관련해 상호금융권 제재 권한을 확보하겠다는 건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이라며 "문제는 타깃이 너무 광범위하다 보니 실제로 추진될 수 있을까 의문도 드는 게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감에서 새마을금고 감독권 이관에 대해 혁신안이 나온 뒤 논의하겠다고 언급했었다"며 "하지만 혁신안에 이관이 포함되지 않았으니, 이제 새마을금고 감독권부터 이야기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