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유커(중국 단체관광객) 유입으로 회복이 기대됐던 면세점업계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커를 비롯한 외국인들의 면세 소비 패턴이 바뀌면서 면세점업계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30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8월 중국인 방한 관광객은 25만9659명으로 1년 전(3만248명)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국내 면세점 외국인 이용객 수도 같은 기간 14만5863명에서 59만4385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8월 면세점 외국인 매출은 8990억 원으로 1년 전(1조4309억 원)에 비해 오히려 37% 줄었다.
이는 유커들의 '소비 패턴'이 변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이 MZ세대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체험' 중심으로 여행의 선호도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19일 롯데면세점이 서울 중구 명동에 국내 최초 면세점 쇼룸 'LDF HOUSE(엘디에프 하우스)'를 열고 오픈식을 진행했다. © 롯데면세점
특히 유커들에게 가장 인기있던 품목 중 하나인 화장품이 이전만큼 힘을 쓰지 못하다는 평가다. 중국 화장품 품질이 좋아지면서 한국 화장품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저가의 중국 화장품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중국 내 애국주의에 따른 자국 제품 선호 현상인 '궈차오(國潮)'도 한국 화장품 수요를 끌어 내리고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중국 특수를 볼 것이라는 기대가 꺾이면서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은 77억원으로 작년보다 71% 급감했다. 호텔·레저 사업은 선방했으나, 면세점 부문 영업이익이 지난해 3분기 6억원 흑자에서 올해는 163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호텔신라는 중국 관광 재개에 맞춰 지난 7월 인천공항점(1·2터미널)을 개점하며 공사비와 임대료 등으로 300억원 이상을 썼다. 하지만 중국 국경절(10월 1일) 연휴 기간에도 유커(游客)가 예상만큼 한국을 찾지 않아 손해가 큰 상황이다.
국내에 들어온 중국 관광객 씀씀이도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
예전엔 면세점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던 중국인들이 코로나19 이후 맛집 투어등 체험 중심으로 여행 선호도가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유커들의 '소비 패턴'에 주목해 전략을 다시 짜는 모양새다. 더이상 대형 브랜드만 판매하는 면세점 형태만으로는 유커들을 끌어모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쇼핑뿐만 아니라 예술, 관광 등 다양한 체험 요소를 제공해 유커 발길 돌리기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6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22년 만에 철수한 뒤로 시내 면세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명동의 LDF가 대표적으로, 공항은 물론이고 기존 면세점 건물에서도 나온 신개념 면세점인 셈이다. 롯데면세점은 ‘공항보다 더 큰 롯데 면세권에서 산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롯데월드에서 밤새 놀이기구를 타고 K팝 공연을 보는 ‘올나잇 파티’와 면세 쇼핑을 결합한 여행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중국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 화장품·패션 브랜드를 개편했다. 템버린즈를 필두로·라쥬란·조선미녀·마녀공장·토리든 등 4세대 케이(K) 뷰티 브랜드로 교체한 것이다. 이 밖에 중국 결제 플랫폼 위챗 페이와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등 현지 여행사 대상으로 로드쇼와 가이드 설명회, 중국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의 경우 쇼핑공간을 넘어 문화·예술 체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일례로 신라면세점 제주점에서 갤러리몸(Gallery MoM)과 함께 제주를 테마로 한 오감기획전시를 내년 1월10일까지 개최한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단체 관광객이 화장품·향수 등 일부 품목 구매시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하거나 아쿠아리움 등 주요 관광시설과 연계한 단체관광 프로모션을 개발하고 있다. 단체관광객 전용데스크와 VIP 전용 라운지도 설치했다. 내달 30일까지 중국 전용 결제수단인 알리페이 사용 즉시 5% 할인 혜택을 적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을 이용하는 외국인 고객들의 소비패턴이 변화하면서 다양한 브랜드의 쇼핑과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컨텐츠 개발에 집중해야 모객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