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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종목] 애니젠, 경영권 분쟁 '점입가경'…"특정인 이익 몰아주기? 납득 못해"

소액주주 '반기'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피소까지 '산 넘어 산'

박기훈 기자 | pkh@newsprime.co.kr | 2023.10.25 16:10:34

애니젠 충북 오송과학단지 펩타이드 생산 공장 전경. ⓒ 애니젠 홈페이지 갈무리


[프라임경제] 펩타이드 바이오소재 개발사 애니젠(196300)이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2018년부터 계속해서 적자에 시름하고 있는 애니젠은 주요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와 함께 소액주주와의 경영권 분쟁까지 맞닥뜨렸다. 여기에 더해 채권자로부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피소까지 당하며 경영진들의 시름이 깊어가고만 있는 상황이다. 

◆ "기존 주주 불이익 감수 강요받고 있어"

애니젠의 주식 1만9422주를 보유(지난 23일 기준)한 채권자 강미자씨는 최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광주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는 애니젠이 지난달 22일 결정한 18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 발행을 저지하겠다는 의도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강 씨는 "애니젠이 주주들에게 추가적인 자금 조달의 상황이나 신주발행의 이유에 대한 설명 없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는 사실만을 통보하며 불이익을 감수하라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애니젠이 유상증자 결정 공시한 다음 거래일인 지난 9월25일 주가는 종가기준 전 거래일 대비 23.96%나 하락하며 신주를 인수할 자금이 부족한 주주로서는 이중으로 고통받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5월경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했던 소수주주들에게 제출한 답변서에 서술된 '최근 좋은 투자처로부터 투자제안을 받아 진행 중에 있으나, 비밀유지가 필요하여 상세히 알려줄 수 없다. 투자금을 통해 전환사채의 상환 및 관련 허가·연구비용으로 사용하겠다'한 부분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좋은 투자처로부터 투자제안을 받아 진행 중이라면, 굳이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들에게 출자를 강요할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스럽다"며 "애니젠이 거짓으로 이러한 답변을 한 것이라면 당시 주주총회소집을 요청했던 주주뿐만 아니라 법원까지 기망한 것이고, 투자제안을 거절한 것이라면 자금조달이 필요한 시점에서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애니젠의 최대주주인 김재일 대표에 대한 이상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증권신고서를 통해 '유상증자 진행과정 중 최대주주 등의 블록딜이 예정돼 있음을 유의하길 바란다'는 부분을 문제삼았다. 

이와 관련해 "왜 굳이 유상증자의 진행과정 중에 블록딜을 예정한 것인지가 석연치 않다"며 "애니젠의 최대주주들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라는 방식을 통해 실권과 블록딜을 결합함으로써 블록딜 인수자에게는 이익을, 주주에겐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주는 교묘한 방식으로 본래의 의도를 숨긴 사기적 부정거래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회사가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에 최대주주들의 자금 여력이 없을 경우엔 최대주주들이 자신들의 주식을 블록딜을 통해 먼저 매각한 이후 해당 자금으로 회사에 유상증자를 납입하면 된다"며 "이러한 방식은 지분희석 효과도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굳이 블록딜 방식의 주식매각과 유상증자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더욱 수상하다"고 의구심을 표현하며 블록딜 인수자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유상증자와 이 사건 무상증자 사이의 이상한 정황도 발견했다고 언급했다. 애니젠은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동시에 주당 0.3주를 신주배정하는 무상증자도 함께 밝혔다. 유상증자의 신주배정기준일은 11월1일, 무상증자의 신주배정기준일은 12월26일이다.

강 씨는 "유상증자는 12월21을 납입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된 신주에 대해서도 자동적으로 무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발행받게 된다"며 "주주들의 희생으로 인해 발생한 실권주를 배정받은 일반공모 참여자들, 그리고 애니젠 최대주주들로부터 신주인수권을 매수해 행사하는 자들이 무상증자에 따른 혜택까지 누리게 된다"고 분개했다.

마지막으로 "굳이 인위적으로 둘 사이의 신주배정기준일을 차등을 둔 것은 특정인에게 모종의 이익을 주기위한 의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 소액주주, "셀트리온 출신 선임과 액면분할 실시"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애니젠의 주요 재무적투자자(FI)였던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지분 정리를 준비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앞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일부 주식을 장내 매도해 투자금을 회수한 바 있으며, 보유중인 전환사채(CB) 마저도 보통주로 전환해 언제든 지분을 정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소액주주들의 반기도 거세다. 최근 소액주주들은 기존 경영진에 대한 해임을 요청했다. 지난 10일 오후 애니젠의 '소송 등의 제기·신청(경영권 분쟁 소송)' 공시에 따르면, 주요 임원들의 해임·선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임시총회소집허가 소송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애니젠 관계자는 "법적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정상적인 경영을 위해 기존 경영진에 대한 사임요구와 함께 새로운 경영진에 대한 선임도 요구한 상태다. 이들은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로 기업인 장천민씨와 권영덕씨를 내세웠다. 

장천민 씨는 현 실버베어캐피탈(Silverbear Capital)의 파트너로써 P&J USA의 공동 창업자이며, 국내 유수기업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특히 기업의 인수합병과 IR, 투자에 이름이 나 있는 실력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권영덕 씨는 옛 LG생명과학을 거쳐 셀트리온(068270)의 부사장을 역임한 기업인으로, 향후 애니젠의 제약사로서의 도약과 함께 사업 가속화를 위해 필요한 인물이라는 설명이다. 

소액주주 측 관계자는 "펩타이드 및 비만치료제의 경우, 최근 셀트리온을 비롯한 국내 굴지의 제약사도 신규로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대형 제약사와 협업·협력을 통해 애니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소액주주들은 애니젠의 거래 활성화를 위해 현재 500원인 액면가를 100원으로 분할하는 액면분할 안건도 정관변경 내용에 추가했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 측은 "애니젠의 발행주식수가 594만주 정도 밖에 되지 않고 시가총액 또한 낮아서 거래 활성화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를 지속적으로 방치할 경우 자칫 시장교란 세력에 의해 주주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도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하지만 이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 이에 주주들은 불가피하게 주주 제안으로 액면분할을 위한 정관개정안을 제안했으며, 이를 통해 거래 활성화는 물론 인위적인 시장교란 행위로부터 사전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아울러 "최대주주인 대표이사는 주주로부터 위임받은 직함이며, 경영권을 누리고자 한다면 자신의 급여마저도 주주에게 손을 벌릴 것이 아니라, 마땅히 스스로 사재출연이 전제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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