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장민태 기자
[프라임경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빚을 내 집을 산 이들에게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1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한은 금통위)는 연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후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설명회를 개최해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 총재는 "집값이 올라갈 거라고 예상되더라도,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게 아니고 레버리지를 내서 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혹시 금리가 다시 예전처럼 1%대로 떨어져서 비용 부담이 적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경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집을 그렇게 부담 들여서 샀을 때, 금융부담이 금방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든다"며 "높은 금리가 유지될 때 단기적으로 부동산을 사서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 판단은 본인들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이 총재는 가계부채 축소에 대한 시각도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은 최후 보루로 우선 정부와 함께 미시적인 방법을 사용해 보겠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는 미시적인 방법으로 조정해 보고 안 되면 그때 거시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며 "그래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기회를 놓친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데이터가 나오는 것을 본 뒤 반응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미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을 지속하면서 추가 인상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에 대한 답변이다.
이 총재는 "물가는 지금 저희가 예상한 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가계부채는 중장기적·점진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데에 한국은행과 정부 이견이 없다"고 공언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물가 전망 '먹구름'
이날 설명회는 물가에 비해 긴축 수준이 약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난달 한국과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모두 3.7%로 동일했다. 고점은 한국(6.3%)보다 높았던 미국(9.1%)이기 때문에 한국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가 더디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제 생각에는 천천히 내려오는 것이 이상한 게 아니다"라며 "미국이 훨씬 높았기 때문에 빨리 내려온 거지 통화정책을 좀 덜 긴축적으로 한 거냐 해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에 대해 경계했다. 주변 중동 산유국들이 분쟁에 참여하면, 국제 유가가 출렁이기 때문이다. 고유가 여파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물가 전망에 먹구름이 낀 상태다.
이 총재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났지만, 지금까지 시장 반응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면서도 "이것이 폭풍전야로 조용한 건지 어떻게 될지 정말 예단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하마스나 중동 사태로 인해 (물가 예상) 경로가 벗어나면 금리 인상을 굉장히 심각하게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