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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편 늘려라” UAE 억지 고집, 국내 항공시장 잠식 우려↑

주 7회 증편 시 연간 1300억원 손실 전망…전 세계 시장 교란 중인 중동 항공사

조택영 기자 | cty@newsprime.co.kr | 2023.10.12 15:57:35
[프라임경제] 국내 항공업계가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아랍에미레이트(이하 UAE)가 한국-UAE 간 항공편 운항 횟수 증대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이미 중동계 항공사들의 아시아발 유럽행 수요 점유로 타격을 입는 상황 속, 양국 간 공급이 증대될 경우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게 국내 항공업계의 지적이다.

현재 한국과 UAE 간 항공노선에 있어 대한민국 항공사들은 약자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양국 항공협정상 주 15회를 운항 가능한데, 한국의 경우 대한항공(003490)만 218석의 A330을 주 7회 운항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수요 부족으로 올해 4월에서야 재개한 상태다.

그러나 UAE는 상황이 다르다. 에미레이트항공이 517석의 초대형기인 A380을 주 7회 띄우고 있으며, 에티하드항공도 327석의 보잉787을 주 7회 운항 중이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기준, 한국-UAE 간 공급은 약 41만석 규모였으나, 실제 양국 간 수요는 공급의 36% 수준인 15만명 가량에 불과했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UAE 항공사들이 공격적으로 공급을 늘렸던 이유는 한국발 유럽행 환승 수요를 잠식하기 위함이라는 게 업계의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실제 에미레이트항공 69%, 에티하드항공의 62%가 환승객이다.

이 때문에 UAE의 요구를 허용하면 국내 항공사의 중동 직항노선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한국-UAE간 주 7회가 추가 증편되면 연간 1300억원 수준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 여객기들이 세워져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업계 관계자는 "중동 항공사들은 국가로부터 대량의 보조금을 받아 챙기며 시장을 교란해 영향력을 넓혀나가고 있다"며 "이처럼 공정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UAE에 항공편 공급을 늘려주게 되면, 결국 국내 항공시장이 중동 항공사들에 의해 잠식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항공사들은 공정경쟁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노선 공급을 줄이거나 철수에 나서는 상황이다. 2002년 UAE와 항공자유화 항공협정을 체결한 미국은 중동 항공사들의 잇따른 공세를 버텨내지 못하고 물러났다.

델타항공은 애틀랜타~두바이 노선을, 유나이티드항공은 같은 해 워싱턴~두바이 노선을 단항했다. 그나마 유나이티드항공이 올해 3월에 들어서야 주 7회 뉴욕~두바이 노선을 띄웠으나 미주~중동시장 패권은 중동 항공사에게 돌아간 뒤였다.

호주 콴타스 항공도 중동 항공사의 저가 공세에 △2003년 로마 노선 △2004년 파리 노선 △2013년 프랑크푸르트 노선을 폐지했다.

유럽 지역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독일 루프트한자는 2015년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행 노선 20여개 운항을 중단했다. 에어프랑스는 △아부다비 △도하 △제다 △첸나이 △하노이 △프놈펜 등의 운항을 잇달아 멈췄다.

업계에서는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을 보호해야 하는 만큼, UAE 항공협정 개정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내 항공산업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며 "단기간의 경제 협력이나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항공을 포함한 국가 기간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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