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한화오션(042660)에 온 힘을 쏟는 모습이다. 특히 한화오션에 2조원의 실탄을 채워 이 중 6000억원을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친환경·디지털선박 및 자율운항 분야에 투입, 미래 기술 선점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현재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오션 살리기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한화그룹에 편입된 이후 해외 전시회에 직접 나서거나 외국 대통령을 만나 직접 영업을 뛰기도 했다.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주도하고, 경영정상화를 약속한 만큼 성과를 보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오션 경영정상화를 위해 실탄을 확보했다. 최근 한화오션은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하고, 오는 2040년까지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5조원 달성 목표를 공개했다.
유증을 통해 확보한 자금 중 6000억원을 미래 조선 산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친환경·디지털선박 및 자율운항 선박 기술 확보에 투자하기로 해 업계의 관심이 쏠린 상황이다.
바다 위의 '테슬라'라고도 불리는 자율운항선박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첨단센서 등 디지털 융복합 기술을 융합, 선원 없이도 스스로 최적 항로를 항해해 경제성을 높이고 인적과실로 인한 사고를 예방함에 따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차세대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글로벌 자율운항선박 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544억달러(약 73조원), 2025년 1550억달러(약 208조원)에 이어 2030년에는 2541억달러(약 34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일(현지시각)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폴란드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 한화 전시장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에게 한화오션의 기술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한화오션
한화오션은 자율운항선박에 있어 후발주자다. 국내 조선사 중 HD현대(267250)가 가장 앞서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HD현대는 사내벤처기업 아비커스를 통해 자율운항 전문 개발 설비와 실증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화오션은 경쟁사 대비 늦은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 착수에도 불구하고 기술력에서는 대등한 수준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제은 책임연구원은 최근 시흥R&D캠퍼스에서 "타사 대비 기술 개발이 늦어 노하우가 부족할 순 있어도 기술력은 비슷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율운항 전용 시험선인 '한비(HAN-V)'를 건조, 개발한 자율운항 기술을 즉시 선박에 탑재해 원하는 때마다 검증·보완할 수 있는 게 강점이자 경쟁사와 차별점이라고.
한비는 대형 상선을 모사한 자율운항 전용 테스트 선박으로, 실제 대형 선박과 유사한 운항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대형 상선용 자율운항 시스템 검증하는 데 특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한비는 대형선에 관련된 명확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선주들에게 더 자세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시흥R&D캠퍼스 구축된 자율운항선 관제센터. ⓒ 한화오션
한화오션은 지난해 11월 한비를 활용해 서해 제부도 인근 해역에서 자율운항선박 운항을 위해 필요한 주요 기능들에 대한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관제센터로부터 전달된 제어 명령에 따른 엔진·방향타 등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원격제어 시험' △계획된 운항 경로를 따라 선박이 잘 따라가는지를 확인하는 '경로 추종 시험' △운항 중 복수의 선박을 조우했을 때 충돌 위험을 판단하고 위험을 잘 회피하는지 확인하는 '충돌회피 시험' 등을 통해 자율운항 솔루션 기술검증을 완료한 상태다.
자율운항선박 등급은 국제해사기구(IMO) 기준에 따라 총 4단계로 구분된다. △레벨1은 선원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선박 △레벨2는 선원이 승선한 채 원격 제어가 가능한 선박 △레벨3은 선원이 승선하지 않고도 원격 제어 및 기관 자동화가 가능한 선박 △레벨4는 완전 무인 자율운항선박이다.
한화오션은 확보된 자율운항 기술을 실선에 적용해 검증하고, 오는 2030년까지 '레벨4' 수준의 완전 자율운항이 가능한 스마트십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현재 IMO 기준으로 2단계와 3단계의 중간인 2.5단계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다"라며 "2030년까지 최종 4단계 수준의 기술력을 마련해 미래 조선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운항선박은 조선업계의 미래 먹거리이며, 향후 조선업계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며 "더 뛰어난 기술력을 확보하는 업체가 시장을 선점할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