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금융사고가 잇따르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지배구조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입법과정에서부터 실효성 논란에 빠졌다. 해당 개정안은 대규모 횡령과 펀드 불완전판매 등 금융사고 책임에 대해 금융사 최고경영자(이하 CEO)를 정조준하고 있다. 하지만 기준이 불명확한 '면책조항'이 포함돼 CEO가 빠져나갈 구멍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창원 마산회원구)은 지난 11일 금융회사 내부통제 관리의무와 사전감시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지배구조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내부통제 '마련' 의무를 부여받고 있다. 다만 임원별 구체적 책무는 구체화되지 않아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 금융사고 발생시 CEO와 임원진·이사회 등 경영진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다.
실례로 2020년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파생결합펀드(DLF) 판매시 지켜야 할 절차가 내부 통제 기준에 명시됐음에도, 이를 미준수한 책임을 물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중징계(문책경고)한 바 있다.
이에 손 전회장은 '중징계 취소' 행정 소송을 제기했고, 법정공방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현행법상 내부통제 '마련' 의무만 있을 뿐 '준수'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개정안 핵심은 이런 천문학적 금융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경영진 징계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하는 '책무구조도(responsibilities map)'를 도입한다는 점이다. 개별 임원에게는 소관 영역에 관한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이사회에는 내부통제 장치 심의·의결·관리감독 의무를 부과해 경영진 감시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게 골자인 셈.
이번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최고경영자는 임원에게 중복 또는 누락 없이 배분한 내부통제와 관련 책무 구조도를 의무적으로 작성해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에 제출해야 한다. 또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시 최종 책임은 대표이사에 귀속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에 대한 실효성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 경감 또는 면제 가능한 면책 조항에 있어 '상당한 주의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주의의무는 '어떤 행위시 일정한 주의를 기울일 의무'를 의미한다. 이때 요구되는 상당한 주의는 보통 합리적 사람 기준에서 판단하며, 만일 전문직종의 경우 직종 평균 기준을 요한다는 게 일반 해석이다.
다만 해당 개정안 특성상 '상당한 주의'나 '감독의무' 등에 대한 판단 기준은 향후 사법부에 의한 유권해석(有權解釋), 즉 관련 판례를 통해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법조계 진단이다. 나아가 각종 학리해석(學理解釋)을 바탕으로 면제 구실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없다는 분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판단기준이란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이기에 결국 사건별로 사법부 판단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상당한 주의 범위를 시행령에 위임한다는 건 부적절한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을 발의한 윤한홍 의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법안이 통과될 지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면책 판단 기준) 세부적으로 집행하는 건 금융위 역할"이라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시행령 등을 통해 관련 사안들이 보다 구체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조차 각종 면책 조항 등을 이유로 시장 내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금융사고 차단막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