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환절기를 앞두고 감기 환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어린이 해열제와 감기약을 중심으로 품절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의약품 품절 원인은 다양하지만, 주로 낮은 약가와 원료의약품 수급의 불안정 등이 대표 이유로 꼽힌다. 특히 병원에서 처방받는 조제용 감기약 공급부족은 제약사들이 앞다퉈 감기약 생산을 포기했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19일 의료계 및 약계에 따르면, 해열제와 소염제, 천식치료제, 항생제 등 다수 약들이 품절대란을 겪고 있다. 어린이 해열제를 만드는 주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에 이어 최근에는 조제용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성분 제품까지 줄줄이 품절로 주문이 불가능한 상황.
최근 경기도약사회가 회원 492명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 99.4%(489명)가 '의약품 수급 불안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지난 6월 기자 간담회를 열고 소아청소년 천식 치료제, 항생제, 독감치료제 등을 비롯한 141개에 달하는 필수의약품이 품절돼 소아 청소년 치료에 치명적인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절기를 앞두고 감기 환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어린이 해열제와 감기약을 중심으로 품절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원인은 복합적이다.
엔데믹 이후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으면서 감기와 독감 유행이 지속됐는데 제약사들은 느는 수요만큼 약 생산을 적극적으로 늘리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약가를 낮게 책정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마진이 남지 않은 (조제용)감기약 생산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약을 먼저 생산하게 된다"며 "생산은 하고 있지만, 감기 환자가 증가할 경우 공급 속도가 환자 증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5월 어린이 해열제 점유율 1·2위 제품이 각각 갈변현상, 액체분리 현상이 나타나 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재고가 바닥나고 공급 부족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들린다.
불안정한 원료수급도 의약품 품절에 한몫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 극심한 품절 사태를 겪었던 변비약 '마그밀'의 경우 원료수급의 문제로 품절이 이어졌었다.
약국들은 처방용 시럽제를 알약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정부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8월 초 '제2차 의약품 수급 불안정 대응 민관협의체' 회의를 개최하고 범부처 차원에서 대응이 필요한 의약품에 대해 식약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각각 생산, 유통, 공급 현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유통량과 공급량을 근거로 수급 방법을 모색하고 중장기적으로 실시간 수요 파악을 위한 처방·조제 정보 수집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신속한 수급 분석이 필요한 일반의약품은 의약품유통협회와 협의해 공급 보고 기한을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정부는 의약품 수급 불안정 상황에 대한 체계적 대응을 위해 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대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의약품 제조·유통협회 등 관련 단체로 구성된 민관협의체를 3월부터 매월 운영해 부족 의약품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지난 8월에는 그간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의약품 수급불안정 대응 절차'를 발표하고 이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