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신용조회만으로도 불이익, 이제 그만"

업계 내부에서도 회의론 부각…정치권 금지법안 추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8.08.20 16:56:12

[프라임경제]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금융거래를 할 때 개인 신용이 큰 영향을 미친다. 신용도가 높은 금융소비자의 경우 대출 심사 통과나 대출 조건 등에서 혜택을 보기 때문에 개인 신용 정보 관리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개인 신용을 '우수하게 가꾸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다. 대출금이나 할부금을 연체하지 않으려고 주의도 기울여 보고 사용계좌를 한 은행으로 몰아서 효율을 높여 보려고도 하지만, 이렇게 공들여 관리해도 부주의한 신용정보 조회나 타인에 의한 무단 개인정보 이용 조회 등으로 한 순간에 대출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해 금융소비자들을 힘빠지게 하기도 한다. 쌓기는 어려워도 깎이는 것은 한순간인 셈.

   
   
특히 신용 정보와 관련해 문제가 제기되어 온 부분은 대부업체 등을 통한 신용 정보 조회 자체만으로도 대출에 불이익을 주는 관행과, 대출 거부시 사유를 설명해 주지 않는 점이다.

그간 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신용조회도 신용평가의 주요 요소로 판단해 왔다. 신용조회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이뤄질 경우 신용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금융거래에 불이익을 줘 왔다.

이 때문에 신용조회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아 울상을 짓는 선의의 피해자도 많았다. 한동안은 잦은 신용조회로 신용평가가 떨어진 사람들은 자신의 신용등급이 낮은 이유가 정확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 왔다. 최근에도 입소문을 타고 '대부업체를 통해 신용 조회를 하면 불이익을 받는다더라' 정도만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런 피해사례가 지속적으로 나오긴 했으나, 해결책이 마땅찮았다. 금융권과 금융소비자간에 정보의 비대칭 현상(특정한 시장참가자가 다른 시장참가자들에 대해 배타적으로 가지는 정보에서 우위를 갖는 일) 자체가 심각한 데다가, 각종 거래에서 결정권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금융권에 대해 통제할 방법을 마련하는 데 발벗고 나선 곳이 없었던 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관행에 젖은 은행권, 논리는 희박해도 경험칙이다?

신용조회 기록만으로도 대출에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금융기관들이 시행해 온 이유는 무엇일까? 은행 등에 문의해 본 결과, 이렇게 조회를 한 금융 소비자의 경우 불이익을 주는 것은 논리적인 타당성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 A 은행의 심사담당자는 "실제로 대출과 관련해 조회를 하는 경우 조회 건수가 늘 수록 사고율이 높은 것이 통계적으로 나타나는 게 세계적으로도 상식으로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기존 금융 거래에서의 연체 등 다른 자료를 이용해도 되겠으나, 다른 금융기관과의 거래 자료를 제공받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신용 정보 조회 건수 등도 판단 기준이 된다"는 것으로,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논리적인 연계성은 희박하다고 볼 수 있지만, 경험칙상 돈이 필요하다는 신호가 급격히 늘어나는 경우 사고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는 생각이 금융계에는 일반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호기심에 대출 가능 금액 등을) 조회만 해 본다는 생각으로 발생하는 '선의의 피해자'도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대출이 필요하다는 신호가 급격히 많이 발생한 금융소비자의 경우 '상당수'가 실제로 사고율이 높게 연계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미 신용조회를 남발하지 않는 게 상식으로 되어 가고 있지 않느냐"고 말해 고객 이익 중심보다는 금융권의 편의 중심으로 사고하는 단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어느 정도 피해자를 발생시킬 것을 '감수'하더라도 경험칙을 믿고 운영하는 게 현실적으로 편리하고 현실성도 높다는 선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금융권의 편의적 논리에 대해 일각에선 "가방에 칼들었다고 강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몰아가는것과 다를바 없는 논리"라는 반박도 제기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또 경험칙만으로 일반 개인을 경제생활에 불리하게 낙인찍는 것은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기도 하다.

◆조회사실로 불이익 주지 않는 은행은 "별 영향 없다", 엇갈린 판단

뿐만 아니라 이렇게 신용조회 사실만으로 일종의 낙인을 찍는 데 대해 불합리하다는 판단이 금융계 내부에도 존재한다.

일부 은행에서는 신용 조회 사실만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 하에 관행에서 탈피하고 있는 곳도 나오고 있다. 스스로 편리성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우리은행의 경우 신용정보 조회 사실만으로 대출 심사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 홍보실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02년부터 이런 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홍보실측은 "은행마다 기준이 다른 것이 아니겠느냐"면서도 "이미 상당 기간 사용해 본 결과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즉 신용조회 사실 자체만으로 불이익을 주는 문제는 판단하기 나름인 셈이다. 이 정도가 되면 업계 '자율' 판단이라기 보다는, 충분히 '자의적'이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사진=박선숙 의원>  
◆박선숙 의원, '신용 정보법' 개정 추진

이 문제에 대해서 정치권에서도 공론화가 시작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이 문제에 주목, 신용조회가 신용평가에 영향을 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18일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거래를 위한 신용조회만으로는 개인의 신용정보나 상대방과의 상거래에 영향을 줄 수 없다. 조회만으로도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이 개인의 신용정보에 근거해 거래를 거절할 때는 거절의 근거가 되는 신용정보를 통보하는 게 새롭게 의무로 부가된다. 그 전에는 거절 사유를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박 의원은 "업계에서 내부적으로 정한 것이라고 해도 금융소비자가 대출신청을 하는 중에 피해를 입게 된다면 이 기준에 대해 업계가 신중하게 검토하자는 것“이라고 개정 추진 취지를 설명했다.

박 의원은 "리스크 관리라는 측면에서 이런 방법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주장하지만, 대부업체 등을 이용했다가 연체를 한 것도 아닌 단순한 조회의 경우에도 불이익을 주는 것은 과도한 처벌 아니냐"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는 금융 거래 당사자인 업계와 소비자간에 1:1 거래에서 금융권이 과도한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현재 상황을 분석했다.

대출 거절 사유와 근거의 명시 규정이 '영업 비밀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란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왜"거절당했는지 알아야 신용상 문제를 관리, 점검할 기회를 가질 텐데 이를 뺏는 것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업계 반발이 예상되고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문제를 공론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며 법 개정에 의욕을 보였다.

즉 신용 조회가 많다는 것만으로 사고 가능성을 예상하는 것이 편리할 수는 있어도 절대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금융계 내외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내외적으로 변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신용 조회 자체만으로도 ‘낙인’을 찍어온 관행이 금융권 스스로 공론화해 깨져 나갈지, 정치권 등 타의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지 주목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