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 A씨는 보험료를 카드로 납부할 수 있다는 설계사의 말에 삼성화재 장기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그런데 자동이체 방식이 아니었다. 담당 지점에 카드정보를 알려줘야만 매달 카드 결제가 가능했다.
불편을 느낀 A씨는 설계사에게 자동이체를 요청했지만, 설계사를 통해 가입한 상품은 자동이체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고객센터에 전화했지만, 돌아온 답은 같았다. 만일 지점 총무가 카드납부를 누락하면 가입 시 등록했던 계좌에서 현금이 빠져나간다. 불안한 A씨는 매달 결제일마다 보험료 카드납을 위해 설계사에게 전화를 한다.
보험사 카드납 기피 현상이 여전하다. 특정 금융계열사의 카드를 써야만 카드납이 가능한 보험사를 비롯해 △계속보험료 이체 불가 △고객센터 방문 시에만 자동이체 등록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다.
이에 따라 소비자 불편도 가중되는 양상이다. 금융편의성 저해뿐 아니라 보험사별 카드납부 방침도 천차만별이라 소비자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보험사의 경우 지점마다 상주한 내근직 총무의 실수로 인해 보험료가 중복 결제되는 사례 등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대리점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카드결제를 까다롭게 해 현금납부를 유도하고 있다"며 "설계사 입장에서도 카드납이 가능하면 실적 채우기에 용이해 일단 가입부터 시키는 식으로 영업을 이어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계사들이 강하게 카드납 상품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해 원수사 입장에서도 일부 카드납을 허용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일단 카드납으로 보험계약 받아놓고 현금이체로 변경하면 할인혜택을 주는 원수사들도 상당수"라고 덧붙였다.

보험사들의 보험료 카드 납부 기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이와 관련 보험업계 관계자는 "카드납 허용할 때 안전사고나 무단결제 사고 등이 빈번해 보험사별로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며 "보험은 금융상품이다보니 통신료 등 일반적인 카드 결제와는 조금 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이 카드납을 꺼리는 이유는 카드사 수수로 때문이다. 통상 보험료를 카드로 납부할 경우 결제액의 1.9~2.3%는 카드사 수수료로 지급된다.
보험업계는 계약자에게 약정된 수익을 제공해야 하는 만큼 수수료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꾸준히 카드사 수수료를 1%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청한다. 수수로 부담은 곧 소비자 피해로 전가된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보험 상품 특성상 저축성보험의 카드납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은행의 예금·적금을 카드로 납부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이기 때문이다. 이에 저축성보험 상품 비중이 큰 생명보험사의 카드납 비율은 5%대로 저조하다. 손해보험사의 카드납 비율은 30%대로 상대적으로 카드납에 너그러운 편이다.
현재 손해보험사는 자동차보험과 보장성보험에 한해 카드납을 허용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1년마다 갱신하는 단기 상품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카드납 부담이 적다. 올해 2분기 자동차보험의 실제카드 결제지수(금액기준)는 78.7%에 달한다.
같은 기준 장기보장성보험의 결제지수는 15.3%에 그친다. 상위 5개 손해보험사의 전체 원수보험료 중 카드결제 원수보험료 비율은 △삼성화재 14.6% △현대해상 15.5% △DB손해보험 15.4% △KB손해보험 14.3% △메리츠화재 16.6%다. 보험사들의 장기보장성보험 카드 결제지수는 수년 째 제자리다.
금융당국 역시 보험료 카드납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2017년 말 보험업계 관계자들로 구성된 테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여전히 정형화된 납부 방식이 없어 소비자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국민들이 보험료를 카드로 납부하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현금이 없기 때문이다"라며 "보험사들이 수수료 부담으로 인해 카드 납부를 꺼리고 있지만, 이로 인해 중복 결제 사례 등이 발생하는 것은 큰 문제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보험사 입장에서도 현금으로 받아서 보험료가 연체되는 일보다 카드 납부로 연체되지 않는 방식이 좋다"며 "보험사 간 일원화된 납부 방식을 마련하는 등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