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기아(000270) 노조 역시 파업을 준비 중이다.
문제는 올해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파업 리스크 정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신차출시와 물량확보가 지연되고, 그렇게 된다면 최근 현대차·기아가 어렵게 잡은 반등 기회가 허무하게 꺾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기아 노조의 무리한 요구 탓에 그들을 향한 비난이 어느 때보다 거세다. 노조는 어김없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강력한 파업투쟁을 선택했으며, 이들이 제시안 요구안들이 대부분 지나치게 자신들 배 채우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우선 현대차 노조는 9월13~14일 각각 4시간 부분 파업을 진행한다. 2018년 이후 5년 만에 파업이다. 현대차 노사는 6월13일 상견례 이후 21차례 본교섭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기아 노조는 9월8일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는데 가결됐다. 이에 9월12일 쟁의 대책위원회를 열고 향후 투쟁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다.

아이오닉 5 울산공장 생산라인. ⓒ 현대자동차
간략하게 살펴보면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주식 포함)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정년 연장(최장 만 64세) △전기차 신공장 관련 인력 운영 방안 마련 △직원 할인 차종 확대 등을, 기아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금 △국민연금 수령 전년도까지 정년 연장(만 60세→64세) △주 4일제 및 중식시간 유급화 등을 요구한다.
특히 현대차 노조의 경우 사측이 교섭에서 △기본급 10만6000원 인상 △성과급 350%+850만원 지급 등 역대 최고 수준의 제시안을 내놨는데, 이를 두고 "조합원 동의가 안 되는 수준"이라고 비판하며 거절했다.
노사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번 협상의 쟁점은 정년 연장과 임금 인상 규모다. 그리고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결국에는 '돈'이다.
노조는 국민연금 수령 연령이 만 65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정년(만 60세)으로는 소득 공백이 우려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정년 연장이 노사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년 연장이 이뤄지면 노조는 안정적인 노후가 보장돼서 좋고, 기업은 고급 노동력을 보유해 고부가가치의 상품을 생산할 수 있어서 좋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사 대표가 지난해 울산공장에서 상견례를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하지만 정년 연장 시 기업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호봉제다. 고임금이 연장되는 호봉제. 기업들의 재정은 무한대가 아닌데 고임금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연장해달라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했을 때 회사의 경쟁력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정년 연장과 신규 채용 문제는 연장선상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노조는 둘 다를 사측에 강요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조 내부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다. 젊은 층의 노조원들 입장에서는 집행부가 전체 노조원이 아닌 일부 생산직만 챙기는 것처럼 비춰지면서 "또 정년 연장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올해 임금 협상에서 노조가 '과욕'을 부리고 있다고 비판받고 있는 이유는 정년 연장에 더해 5조원에 달하는 성과급까지 요구하고 있어서다. 이들의 요구대로라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순이익의 30%인 약 2조4000억원을, 기아 노조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30%인 약 2조1700억원을 성과급으로 받게 된다.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1조 근로자들이 퇴근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물론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가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고는 있지만, 이는 수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우호적인 환율 효과에 따른 반사이익과 함께 고수익 차량 중심 판매에 따른 판매가격 상승에 따른 일시적인 결과에 불과하다.
더욱이 올해 전망은 여전히 △국가 간 갈등 등 지정학적 영향 △인플레이션 확대 △금리인상에 따른 수요 위축 우려 등 글로벌 불확실성 지속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는 전방위적으로 거세진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보다는 미래를 위한 긴축 전략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가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 시대를 주도하고자 하지만, 아직 전기차 산업이 확실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단기 경영실적이 좋다는 이유로 투자보다 자신들이 받을 돈에만 집중하는 건 구시대적 행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의 요구안을 보면 어떤 기업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만큼, 노사가 더 심도 있게 논의하고 교섭할 필요가 있다"며 "노조가 현실과 다소 동 떨어진 요구안을 제시하는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맞추라는 논리를 펼치는 것은 급변하는 자동차시장 생태계 변화에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진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