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게임 저작권에 대한 논쟁이 다시 가열됐다. 법원이 게임 저작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리면서 게임업계의 모방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8월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는 엔씨소프트(원고)가 웹젠(피고)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중지 등 청구 소송에서 웹젠 'R2M'이 엔씨 '리니지M' 시스템을 모방한 부분에 대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웹젠은 엔씨에게 10억원을 지급하라"며 "R2M 이름으로 제공되는 게임과 광고의 복제·배포·전송 등을 해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핵심 쟁점'인 저작권 침해에 있어선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판결이다.
앞서 엔씨는 웹젠 게임 R2M(2020년 8월 출시)과 관련해 '리니지M 콘텐츠와 시스템을 모방했다'며 2021년 6월 소송을 제기했다. 관련 업계는 해당 소송과 관련해 '게임 저작권' 분쟁으로 판단, 판결에 따라 분위기가 크게 바뀔 것으로 바라봤다.
게임업계는 판결 후폭풍으로 법망을 벗어난 교묘한 모방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눈치다. 이로 인해 향후 게임 저작권에 대한 근본적 인식 개선이 더 시급한 사항으로 떠올랐다. 다만 1심 판결에 있어 '모방 규제 필요'가 언급된 만큼 전체적으로 인식 개선 여지를 보였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인기작 '벤치마킹' 관습이 문제
이번 판결의 쟁점은 게임 저작권 인정 여부와 모방 규제 필요성이다. 우선 엔씨소프트·웹젠간 1심 재판부 판결 취지는 게임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주요 시스템 모방을 지적했지만, 해당 행위가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이미 존재하던 게임 규칙을 변형하거나 차용한 것으로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거나, 설령 독창성·신규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라고 명시했다. 더불어 리니지M 주요 시스템 역시 다른 게임을 차용했다는 점에서 '저작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게임 업계는 이번 판결을 두고 예상된 판결이라는 분위기다. 한 게임 개발자는 "재판부가 웹젠 행위를 저작권 침해 행위로 인정했다면 파장이 컸겠지만 '부정경쟁 행위' 판단은 이전 판례와 다르지 않아 대부분 시큰둥한 반응"이라고 언급했다.
더군다나 게임 특성상 '진입장벽이 낮을수록 흥행에 유리하다'는 점도 업계 변화 걸림돌이다. 때문에 법적 소송을 피하기 위해 '인기작 벤치마킹'이라는 업계 관습을 버리고, 다른 형태로 제작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모험'이라는 의견이다.
◆ ‘모방 규제 필요’는 이례적 판결
다만 1심 판결 과정에서 언급된 '게임 모방 규제 필요'는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재판부는 판결 취지에 있어 "웹젠 행위를 규제하지 않으면 앞으로 게임업계가 굳이 힘들여 새로운 게임 규칙 조합 등을 고안할 이유가 없어지게 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항소심에서도 엔씨가 승소한다면 게임 저작권 평가도 다소 바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 저작권은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인 만큼 판례가 중요하다"며 "이런 판례가 그동안 상당히 부족했지만, 저작권자 승소 사례가 늘어날수록 표절에 대한 인식 역시 이에 따라 점차 변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물론 게임 저작권 인식 변화에 따라 관련 분쟁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나날이 확대되는 시장 규모에 비해 게임 소재나 시스템에 분명한 한계가 있어 유사 게임이 쏟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니지 모방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 동안은 엔씨가 문제를 적극 제기하지 않았지만, 최근 MMORPG 경쟁이 심화되면서 리니지 매출이 흔들리고 있어 소송이라는 대안을 꺼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BM(수익모델)이 한계에 직면하자 게임사들이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라며 "이에 관행처럼 여겨지던 '벤치마킹'도 IP를 지키기 위해 소송으로 강력 대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