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끊임없이 하락하던 정제마진이 급반등하면서 실적 개선이 전망됨에도 정유업계가 마냥 웃지 못하는 모양새다. 횡재세 논란이 재발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지난해와 같은 이익 실현 가능성이 없고, 다른 나라와 사업구조도 달라 횡재세 논의는 이치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정유업계의 수익성 지표로 불리는 정제마진이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달 3주차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13.1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가장 낮았던 지난 4월과 비교해 5배 이상 급등했다. 배럴당 13.5달러를 기록한 1월4주차 이후 7개월 만의 최고치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비 등을 뺀 가격이다. 정유사의 수익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업계에서는 손익분기점을 4~5달러 수준으로 본다.
정제마진 상승 배경에는 국제유가와 석유제품 가격 움직임이 있다. 지난 5월에 약 70달러까지 떨어졌던 두바이유는 지난 14일에 87.61달러까지 올랐다.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모두 80달러 중반대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인 석유 수요 자체가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타이트해지기 때문이다. 석유 재고가 낮은 수준에 있는 점도 한몫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OPEC+ 산유국의 감산 규모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원유 재고는 올해 3분기에 하루 220만배럴 가량 줄고, 4분기에 하루 120만배럴 감소해 유가를 더욱 끌어올릴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한 주유소의 모습. ⓒ 연합뉴스
이에 우리 정부는 정유업계에 유가 안정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8일 회의를 주재한 유법민 산업부 자원산업정책국장은 "정부가 국민 부담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유류세 인하 연장 조치를 결정한 만큼, 업계도 국내 유가 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정유업계가 국제 유가 상승분을 초과한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며, 유가 안정세에 접어들 때까지 가격 모니터링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찰하겠다고 강조했다.
2분기 정제마진 약세로 전년 대비 실적이 줄어든 정유사들은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한시름 놓게 됐다. 하지만 상황을 반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횡재세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어서다. 또 최근 들어 유럽 국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횡재세를 확대하면서 다시금 국내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횡재세는 기업이 비정상적으로 유리한 시장요건(외부요인)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물리는 세금이다. 국내에선 지난해 상반기에 정유 4사가 크게 늘어난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원유를 수입한 뒤 정제해 파는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 시추를 통해 유가 상승 이득을 직접적으로 누리는 해외 석유회사와 사업구조가 다르다 보니 횡재세 논의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해외에서는 주로 원유채굴회사를 대상으로 한다는 이유에서다. 횡재세를 도입한 영국도 원유를 시추하지 않고 정제를 전문으로 하는 정유회사는 횡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같은 정유사들의 이익은 올해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고, 유럽과 한국은 국가 간의 산업 구조·조세 체계 등이 다 다르다"면서 "유럽이 횡재세를 부과한다고 해서 우리도 따라 부과해야 한다는 논리는 상당히 무모하고, 종합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은 포퓰리즘적인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유사들이 적자가 날 때는 정부가 손실 보전 등 지원을 해줬나"라며 "이런 형평에 대한 논란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횡재세는 맞지 않는 제도로 보인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