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이 17일 개최된 은행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금융감독원
[프라임경제]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잇단 은행권 횡령 사고 발생에 은행장이 직접 점검하라고 주문했다. 앞으로 은행장은 내부통제 관련 종합 점검을 주관하고 그 결과를 금감원에 제출할 전망이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17일 서울 중구 소재 은행연합회에서 17개 은행장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금감원은 최근 잇따른 은행권 금융사고 발생과 가계대출 증가세 확대 등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은행장과의 자리를 마련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은행권 금융 사고에 은행권을 향한 도덕적 해이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대 횡령 이후 올해 경남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담당 직원의 600억원대 횡령, KB국민은행 직원들의 고객사 미공개 정보 활용 100억원대 부당이득 편취까지 대규모 금융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또 최근에는 대구은행이 일부 영업점 직원들이 고객 몰래 문서를 위조해 1000여개의 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날 간담회는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조병규 우리은행장과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간담회 도중인 9시40분께 먼저 다른 행사 참석을 이유로 자리를 떠났다.

조병규 우리은행장과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다른 일정 참석을 위해 간담회 종료 직전에 먼저 자리를 떠났다. = 장민태 기자
이 부원장은 이날 은행장들에게 내부통제가 작동하고 있는지 직접 점검하고 그 결과를 오는 31일까지 금감원에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이 부원장은 "최근 사례를 보면 자체 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져 사고를 조기에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독립적·객관적으로 실효성있게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 자체 점검으로 모든 금융사고를 전부 예방할수는 없지만, 내부통제 시스템이 은행 내부 영업현장 구석구석까지 실효성 있게 작동되지 않고서는 대형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어렵다"고 첨언했다.
우선 금감원은 은행들에 △내부통제 혁신방안 이행상황 △최근 사고 관련 유사사례 점검 △사고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현황 등 구체적인 점검항목을 담은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 부원장은 "은행 자체 점검뿐만 아니라 금감원 감독·검사 기능을 더 정교하게 강화하고, 사고에 책임 있는 은행 임직원은 지위고하 없이 관련법규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고 힘 줘 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사고 예방 및 내부통제에 대한 경각심 제고를 위해 정기검사시 본점 및 영업점 현물(시재) 검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은행 자체점검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교차검증을 진행하겠다는 게 금감원 측 계획이다.
이 부원장은 "은행이 사고(징후 포함)를 인지하는 즉시 신속하게 금감원에 보고해 추가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금융사고 보고체계도 강화해 나가겠다"며 "은행 고위 경영진에게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여하고 책무구조도를 도입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조기에 입법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대구은행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지난 9일 대구은행 직원들이 고객 동의 없이 증권계좌를 개설한 혐의와 관련해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 문제는 대구은행이 올해 6월말부터 해당 사실을 알았음에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구은행은 늑장 보고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 금감원은 가계대출 증가폭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은행장들에게 전달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권을 대상으로한 가계대출 취급실태 종합점검이 오는 10월 안에 실시된다. 은행이 가계대출 취급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심사 절차의 적정성 등을 진단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대출 취급시 차주 소득심사 및 담보가치 평가 등 필요한 여신심사절차가 관련 내규에 따라 적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전체 가계대출 및 특정 차주군에 대한 대출 증가 규모·속도가 해당 은행의 계획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