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빚투(빚내서 투자)'가 다시 극성이다. 증권사들의 신용대출이 증가한다는 얘기다. 이를 이용해 증권사들은 이자 수익을 대거 거둘 수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신용대출을 중단한 증권사가 있다.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016360), 신한투자증권이다. 이들의 과감한 결정이 업계의 눈길을 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일 "테마주 투자 광풍이 불고 있는데 증권사들이 신용융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빚투가 늘어날 수 있으니 적극 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실상 증권사들을 향해 신용융자 확대를 자제하라는 경고다.
물론 사기업인 증권사가 수익을 추구하는 게 잘못은 아니다. 이 때문에 이 금감원장의 메시지는 자칫 관치논란의 여지도 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은 에코프로그룹주(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이치엔)에 대한 신용대출을 제한했다. 이러한 결정 배경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안정'이다.
지난 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조4322억원이다.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20조원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0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4월26일(20조857억원) 이후 3개월 만이다.
문제는 에코프로 3형제 등 이차전지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에코프로(086520), 에코프로비엠(247540), 포스코홀딩스(005490), 포스코퓨처엠(003670) 등 4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보름 만에 30조원 이상 증발했다.
그런데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홀딩스를 보유한 소액주주 수는 55만명 넘게 증가했다. 지난달에는 코스닥 신용잔고의 약 40%가 에코프로그룹주에 몰렸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주가가 하락하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처분한다. 투자자들이 막대한 투자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증권사도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의 자산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어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신증권(003540) △NH투자증권(005940) △미래에셋증권(006800) △KB증권 △메리츠증권 △유안타증권(003470) △키움증권(039490)은 에코프로그룹주에 대한 신용융자 대출을 지속하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 녹록치 않은 시장 상황에 신용융자 이자수익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국내 증권사 29곳의 올해 1분기 신용융자 이자수익은 총 3581억원이다. 지난해 4분기보다 79억원(2.25%) 늘었다. 지난해 벌어들인 총 이자수익은 1조5969억원에 달한다.
이들 증권사 관계자들은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신용대출을 실행하고 있다"며 "특정 종목에 대한 신용융자 거래가 몰릴 경우 대출을 제한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반해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은 반대 행보를 보였다. 이에 대해 이들 증권사 관계자는 "수익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시장이 무너지면 증권사의 존재가 무슨 소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을 위해 과감히 수익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면 결국 토해낼 수밖에 없다. 갈증은 더 심해진다. 눈앞의 달콤함보다는 시장 안정을 위한 증권사의 과감한 결정이 필요할 때다. 사후약방문 이전에 바로 잡을 기회가 지금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