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은행 사회공헌활동. ⓒ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갈무리
[프라임경제] 당국이 금융권에 '상생'을 주문했지만 정작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국책은행이 사회공헌활동을 줄여 비판받고 있다. 특히 5년 전 100회 이상의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한 산업은행은 지난해 봉사활동이 10회 미만으로 뚝 떨어진데 이어 기부금 규모도 절반 가까이 줄였다.
1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지난해 봉사활동은 단 8회에 불과하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8년 102회의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후부터 봉사활동 횟수는 △2019년(66회) △2020년(9회) △2021년(7회)을 거치며 매년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가 있던 게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대면 활동을 못 하다 보니 봉사활동 횟수가 감소했다"며 "대면은 아니지만 사회공헌활동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대면 활동이 아닌 기부금 규모도 줄여왔다. 지난 2018년 기준 467억6391만원이던 산업은행 기부금액은 지난해 263억2793만원으로 43.7% 가량 줄었다.
또 다른 국책은행 기업은행도 기부금을 대폭 축소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기부활동으로 263억2793만원을 사용했다. 이는 지난 2018년 기부금액인 467억6391만원 대비 43.7% 감소한 수준으로 산업은행과 동일하다.
기업은행 봉사활동은 지난 2018년 기준 1585회에서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2021년 773회로 줄어들었다. 다만 기업은행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난해 다시 봉사활동을 1030회까지 확대했지만 여전히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는 복귀되지 않았다.
수출입은행 역시 봉사활동 횟수가 크게 줄었다. 수출입은행의 봉사활동 횟수는 지난 2018년 총 40회였지만, 2020년에는 단 9회를 실시했고, 지난해에는 총 16회 진행했다.
수출입은행의 기부금은 본격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난 2019년 122억251만원으로 전년 48억1669만원 대비 153% 증가했다. 하지만 이후 2020년과 2021년 70억원대로 낮아진 뒤 지난해에는 56억9485만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국책은행은 사회공헌활동을 줄여왔다. ⓒ 각 사
국책은행과 달리 현재 민간은행들은 공적 역할을 요구하는 당국의 입김에 사회공헌활동을 늘리고 있다. 정부는 은행이 금리인상기에 대출 이자로 최대 수익을 벌어들였으니, 사회에 환원하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수익이 어려운 국민·자영업자·소상공인 등에 이른바 '상생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며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금융위원회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아울러 감독기관 수장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은 거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라며 "발생한 이익의 3분의 1 정도는 우리 국민 내지는 금융소비자 몫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라고 압박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5대(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시중은행은 올해 상반기 총 5315억300만원을 사회공헌 지원 금액으로 사용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지원 금액인 4727억7000만원 보다 12.4% 증가한 규모다.
이처럼 민간은행들이 공적 역할에 대한 요구 때문에 사회공헌활동을 늘리고 있는 반면, 정작 국책은행은 매년 사회공헌활동을 줄이자 정부를 향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은행을 대하는 정부의 잣대가 동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책은행은 민간은행과 달리 설립 과정에서부터 맡은 역할이 있다지만 지금 같이 상생에 대한 국민 목소리가 높을 때 조용히 본인들은 사회공헌활동을 줄인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