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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vs 한화' 이번엔 엔진시장 격돌, 향후 협력은 '글쎄'

조선업 패권 경쟁 격화…60조원 규모 캐나다 잠수함 수주 사업 두고 미묘한 입장차

조택영 기자 | cty@newsprime.co.kr | 2023.08.09 13:59:38
[프라임경제] HD현대(267250)와 한화(000880)가 이번엔 선박 엔진시장에서 맞붙는다. 최근 치열했던 군함 수주전에 이은 조선업 패권 경쟁인 셈이다. 그러나 향후 캐나다 대규모 잠수함 사업에선 국가대항전격이기에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한화오션(042660)은 협력보단 건전한 경쟁이 우선이라고 선을 긋는 분위기다.

지난달 31일 HD한국조선해양(009540)은 중소형 선박 엔진 제조사인 STX중공업(071970)을 인수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파인트리파트너스와 본계약을 체결해 STX중공업 지분 35%를 보유한 1대 주주로 올라섰다.

STX중공업은 중소형 선박 엔진 전문 기업으로 선박용 디젤엔진과 DF엔진,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엔진 등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HD현대는 STX중공업을 품으면서 중대형 엔진뿐 아니라 중소형 엔진까지 사업 분야를 넓히게 됐다. 이미 HD한국조선해양은 세계 1위 엔진업체(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 보유하고 있어, 대형 엔진 제작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화는 이를 의식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한화도 지난해 12월 중순 진행된 STX중공업 인수를 위한 예비 입찰에 참여했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과의 시너지를 통해 조선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한화가 HSD엔진(082740) 인수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STX중공업 인수전에서 발을 빼게 됐다. 한화는 한화임팩트를 통해 HSD엔진의 지분 33%를 사들이기로 했으며, 지난 2월 인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지난달 6일 본계약을 체결했다. 

HSD엔진은 HD현대중공업(329180) 엔진기계사업부, STX중공업과 함께 글로벌 3대 엔진 사업자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가 글로벌 점유율 35% 이상을 차지했고, 2위가 HSD엔진(20% 안팎)이었으며, STX중공업(5~7%)이 뒤따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화는 중대형 엔진 생산 업체인 HSD엔진을 품에 안으면서 엔진 제작부터 선박 건조까지 조선업 전 분야 걸친 자체 생산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처럼 HD현대와 한화가 앞다퉈 선박 엔진 기업 인수에 나선 것은 조선·엔진 수직계열화로 원가 절감·납기 준수 등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특히 엔진은 선박 가격의 10~15%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시장에서 과점하고 있는 업체를 인수하면, 떠오르는 시장인 친환경 선박 부문까지 쉽게 공략할 수 있어서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오른쪽)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6월22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동행 경제인 만찬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에 따라 HD현대-한화의 선박 엔진시장 전쟁과 더불어 조선업 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문제는 향후 사업에선 협력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수십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수주 사업에서다.

캐나다 해군은 장거리 잠항능력을 갖춘 3000톤급 디젤 잠수함 12척(최대)의 건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잠수함 1척당 건조 비용은 2조원 가량으로 추정되며, 미래 유지보수까지 감안하면 최대 6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여기에 △일본 △프랑스 △독일 △스웨덴 △스페인 등도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가대항전격의 사업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우권식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상무는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오션이라는 이름으로 한화에 편입되고 나서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면서도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국가 대항전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이사도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 인도네시아 잠수함 건조와 국내 물량이 겹쳐 인도 지연이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며 "이 때문에 생산능력을 이유로 국가가 HD현대와 한화오션을 (방산 부문) 양대산맥으로 이끌어 왔다"고 설명했다.

즉, 최대 12척으로 예상되는 캐나다 잠수함 건조 사업을 한 회사가 도맡기 힘들어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화오션의 입장은 다르다. 컨소시엄 구성보단 단독 수주를 위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캐나다 사업이 구체화 될 상황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며 "국익 차원에서 가능성이 높은 업체가 주도하도록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캐나다 사업은 정부 주도 사업으로, 정부 각 부처 간의 조율과 협조 등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며 "사업 초기부터 (협력 등) 기업들의 주장이 나오는 것은 수출 방산 산업 특성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첨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캐나다 해군이 12척을 어떻게 발주할지, 예를 들어 특정 기간과 몇 회에 걸쳐 사업을 진행할 것인지 나오지 않은 상태라 무조건 한국은 원팀으로 가야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통상적으로 몇 척씩 나눠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한 곳이 단독 수주해도 지장이 없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최근 폴란드의 신규 잠수함 도입 사업(4조원 규모)에 출사표를 던졌다. 폴란드 군비청이 3척의 잠수함 획득을 목표로 발표한 '오르카(Orka) 프로그램'에 대해서다. 폴란드 수주전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협력 대신 정면승부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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