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9차선 도로 위 불법 점령·시위에 "시민 안전 빨간불"

안전지대 불법주차부터 무단횡단·노상방뇨까지…현실적 제재 방안 미흡 지적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3.08.06 10:07:30
[프라임경제] 국민의 안전을 위해 법으로 규정된 도로 위 '안전지대'에서도 집회가 강행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전지대 시위는 운전자들의 시야를 방해해 교통사고 위험을 높여 시민 안전을 위협한다. 또 갑작스런 돌발 상황 발생에 시위자들이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즉, 다수의 안전을 볼모로 삼고 있는 셈이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앞인 서울시 서초구 염곡사거리 안전지대에서 올해 7월 중순부터 2주 넘게 시위를 벌이고 있는 A 씨가 대표적이다.
 
A 씨는 기아 판매대리점에서 대리점 대표와의 불화 등으로 계약이 해지된 후 현대차그룹 사옥 앞에서 10여 년간 시위를 벌여 왔다. 해당 판매대리점 대표는 개인사업자로 기아와 전혀 무관함에도, A 씨는 막무가내로 기아에 원직 복직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구체적으로 A 씨는 현대차그룹 사옥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20m 떨어진 염곡사거리 중앙 약 700㎡ 넓이의 황색 안전지대를 점용하고 차량을 비롯해 △천막 △현수막 △고성능 스피커 △취식 도구 등의 물품을 도로 위에 방치한 채 매일 집회를 벌이고 있다.
 

각종 시위 집기류 및 현수막 등이 안전지대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 ⓒ 독자제공


현재 A 씨가 시위 장소로 점용하고 있는 황색 안전지대는 도로 중앙에 황색 빗금이 쳐진 곳이다. 교통사고와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할 시 보행자와 위급 차량의 안전을 위해 마련된 공공의 대피공간이다.
 
도로교통법 제32조 3항에 따르면 도로 위 안전지대는 사방으로부터 각 10m 이내부터 차량 정차나 주차가 금지돼 있다. 하지만 A 씨는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채 안전지대를 거점 삼아 위험천만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염곡사거리는 왕복 10차선에 이르는 서울시내 주요 도로인 양재대로와 강남대로가 인접한 곳으로 교통량이 많고 정체가 잦은 혼잡 구간이다. 행정안전부와 도로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염곡사거리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전국에서 네 번째로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A 씨는 사거리를 지나는 차량들이 유턴하는 지점 인근에 천막을 세우고 시위 차량들을 불법 주차해두면서 운전자들의 시야를 방해하고 있다. 또 다수 인원을 동원해 안전지대에서 집회를 벌이는 등 기존에도 혼잡도가 높은 염곡사거리 주변의 교통사고 발생 위험을 더욱 높이고 있다.
 
더욱이 집회 참가자들은 스피커와 현수막 등을 실은 수레를 끌고 왕복 9차선 대로를 무단횡단하고, 현수막 등을 안전지대와 도로 곳곳에 설치하기 위해 수많은 차량이 오가는 차도 위를 거리낌 없이 활보하기도 했다.
 

염곡사거리 9차선 도로 한복판에 있는 황색 안전지대에서 불법 시위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 독자제공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안전지대 인근 도로변에 노상 방뇨를 하거나 안전지대 한복판에서 단체로 취식 및 노숙을 하고, 안전지대 내 아스팔트 위에 현수막을 못으로 박아 고정하는 등의 위험천만한 장면도 연출했다.
 
교통안전 관계자는 "안전지대에 차량이 주·정차해 있거나 장애물이 방치될 시에는 시야가 막혀 위험하고 위급 상황에 대피할 공간이 사라진다"며 "안전지대에 서 있던 차량이나 사람이 다시 차로로 갑자기 합류할 때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위자들도 예외는 아니다"며 "안전 난간 등이 없는 도로 위이기 때문에 돌발 상황 발생 시 안전사고에 무방비하게 노출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A 씨는 2013년부터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사옥 주변 보행로와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허위사실 및 명예훼손성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다수 설치하고, 원색적인 욕설을 섞은 소음을 유발하며 시위를 이어왔다. 또 A 씨가 보행로 한가운데 도로점용허가 없이 설치했던 불법천막 안쪽에는 △부탄가스 △휴대용 버너 △난로 △휘발유 등의 인화성 물품까지 방치돼 화재 발생 위험도 높였다.
 
이에 서울 서초구청은 올해 6월 현대차그룹 사옥 인근의 △현수막 19개 △천막 2개 △고성능 스피커를 비롯해 인화성 물질 등 시위물품을 행정대집행을 통해 철거한 바 있다. 

염곡사거리 9차선 도로 한복판에 있는 황색 안전지대에서 불법 시위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 독자제공


그럼에도 A 씨는 서초구청 조치에 불복한 채 7월부터 현대차그룹 사옥 앞 왕복 9차선 도로 위 안전지대에서 주변 시민들과 운전자, 시위자 본인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관할 행정기관의 법 집행까지 무시하는 무법시위가 만연하자 불법 집회 및 시위에 대한 공권력의 제재 수위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도심 내 만연한 불법 시위로 안전권을 상시로 위협받는 시민 피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소음 기준이나 도로 점거 규제안에서 한 걸음 나아가 보다 구체적인 수준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은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타인의 기본권과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공권력을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시위 장소를 벗어나 보행로나 건물 입구를 막거나 일반 시민을 욕설 등으로 위협하는 경우를 모두 불법으로 간주해 곧바로 경찰력을 투입한다. 프랑스와 일본은 차량을 도로에 세워 정체를 유발하는 등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시위를 금지하며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한다.
 
법조계 전문가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언제까지나 타인의 권리를 해하지 않는 선에서 보장되는 기본권이다"라며 "불법 시위로 인해 시민의 안전권이 더는 침해되지 않도록 조속히 집시법을 보완해 모두에게 안전한 시위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